7. 따뜻한 은신처

발신자없는 택배

史野 2016. 6. 29. 17:38



생일이 일요일이었던 지라 생일전에 두 개 생일이 지나 한 개의 택배를 받았다.

그 중 두개는 예고되었던 거고 아침부터 배달할거라는 문자도 와 있어서 괜찮았는 데 하나는 전화도 없이 그것도 남들과는 반대대문인 침실바로앞에서 우렁차게 불러대는 통에 엄청 놀랬다


그런데 오늘도 역시나 같은 아저씨도 아닌 것 같은 데 같은 장소에서 불러대네.

자다깬데다 튀어나갈 차림새가 아닌지라 창문으로 묻고는 그냥 대문안으로 던져놔달랬다.

생일축하 안하고 지나간 놈이 있어서 혹 깜짝선물인가 하고 나가봤더니 아니다

찝찝하고 짜증나게 사야에게 온 건 백프로 맞는 데 보낸 사람이 없다.

요즘이야 선물을 직접 사서 보내기보다 어딘가 주문을 넣어 보내는 경우가 많은 데 그래도 보통은 그 보낸 곳의 주소랑 전화번호는 있는 데 여긴 그런것도 없고 달랑 회사이름하나.


사야네 집에 필요한 커다란 냄비던데 앗싸 신난다, 하고 쓸 수도 없고 어디로 돌려보낼 수도 없고 짜증만땅이다.

몇년 전 집에서 가장 큰 냄비에 감자탕을 끓여줬는데도 부족하다며 들통을 사줄테니 담부터는 거기에 끓이라해놓고는 여전히 들통사줘야하는 데, 타령하는 놈이 있긴하다만 이름석자 없이 이럴 놈은 아니고

이름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사야네 집의 위치까지 쓸데없이 아주 구체적으로 적었던 데 너 누구니?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맞다면 믿고싶지 않고..ㅜㅜ



사람의 기억이란 게 넘 신기한 게 갑자기 삼십년 전에 받았던 익명의 엽서공세도 생각난다..

대학일학년 여름방학이었는 데 편지도 아니고 보통엽서도 아니고 그 두배크기의 그림엽서 빼곡히 무슨 뜬구름잡는 이야기가 이름도 없고 주소도 없고 일주일에 한번씩 날아들었던 사건..

여기 옛날옛날에 썼었는 데 그때 사야는 거의 스토커수준의 어떤 애가 맨날 쫓아다니고 편지함에 장문의 편지를 넣고 가고 그런 때라서 그 엽서가 엄청 무서웠었다..ㅜㅜ

물론 방학이 끝난 후 그게 써클선배 그러니까 지금으로선 동아리 2년 선배였다는 걸 알게 되어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말이다..ㅎㅎ


거기다 또 하나 저 휘슬러문구를 보니 또 떠오르는 에피소드

사야네 냄비종류는 다 다른 회사제품이었고  딱 하나 휘슬러대형냄비가 있었는 데 상해살 때 그 냄비에 아마 수정과를 만들려다 실패했었던 것 같다. 수정과를 뭔 실패까지 하냐고? 그 맛이 안나면 실패지 뭐겠냐..ㅎㅎ

우짜든둥 실패하고는  학교가며 일하러 온 애에게 저거 버리라고 말했는 데 갔다왔더니 냄비도 없더라는 것.

그때 남편이랑 얼마나 웃었던 지. 물론 진짜 버리냐며 눈을 동그랗게 떴던 그 애를 생각하면 분명히 집에 가져가 잘 쓸테니 걱정말자고 했던 기억..ㅎㅎ



우이쒸, 이런 이야기는 고기공놈에게 한탄해야하는 데 하필 고기공놈은 지금 태국출장중이고 사야는 내용물 확인만하고는 꺼내지도 못한 상태로 냄비대신 튀어나오는 기억들과 노닥거리며 몇 시간째 박스를 노려보고만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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