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환타지 중독의 나라

史野 2016. 6. 27. 01:18

디어마이프렌즈란 드라마가 있다

사야는 요즘 거의 티비중독이긴 해도 딱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아님 다시보기로 보고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는 일같은 건 안하는 데 그러니까 뭐 어찌보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는 일도 못하는 것이기도 한데..ㅎㅎ

허리다치고 누워만 있다가 침실에는 다시보기가 되는 티비가 아닌 관계로 접하게 된 드라마다


사야답게 사설이 길었는 데 안보는 사람들을 위해 대충 설명하자면 이 막장이 대세인 드라마왕국에서 그나마 이름값을 하는 노희경작가의 작품이고 연기력 짱짱한 나이든 배우들이 나와서 진짜 연기인 지 삶인 지 소름끼치도록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문제는 연기력을 빼면 너무나 현실감이 없다는 거다

대한민국뿐아니라 세상 어디에 초등학교 동창들이 육십너머 하나도 아니고 다섯 여섯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쪼르르 달려오고 난리라던?

세상 어느 엄마가 사십이 가까와 오는 딸내미에게 그 친구들 수발을 다 들라하고 또 어떤 딸내미가 그 짓을 하고 있냐고?

역시 또 사야만 이상해

노희경작가를 대단하다고 하는 데 사야가 보기엔 현실감 제로다.

사야 너만 그러냐고 물어주면 좋겠다만 미안해 일프로는 커녕 영점 일프로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래 안다 어차피 환타지란 현실에서 충족못하는 대리만족이니까

그래도 울고불고 난리라는 댓글들을 보고 있다면 사야는 정말 당황스럽다

물론 그 사연사연들이 연기력과 더불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맞다만 사는 게 얼마나 치열한 데 노인네 하나 맹장수술 받았다고 떼거지로 그것도 동시에 몰려와 깨어날 때를 쳐다보고 있냐

그건 장례식장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맨날 복수하고 물멕이고 당하고 그런 드라마에 지친 건 알겠다만 가도 너무 갔다

자식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니 심지어 그 자식들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자식역할인 고현정의 소설에 도움을 준다고 다 모여 술을 마시는 장면도 나오던 데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아무리 엄마들이 친해서 어렸을 때 부터 알았다고 해도 자식도 있고 하나는 남편도 있더만 남의 취재에 응해주겠다고 거기 다 모여있는 게 말이 되나?

어제 사라진 김혜자찾겠다고 자식도 아닌 네 명이 차 두대로 움직인 것도 황당하고 사야가 보기엔 장면장면마다 다 환타지인 데 막 난리들도 아니네

댓글은 물론 심지어 그런 친구가 당신도 있습니까, 뭐 이런 기사도 있던 데 에고 이사람아 살아보시게 어쩌다 만나는 친구는 있을 지언 정 아픈 데 없어졌는 데 생업도 포기하고 달려오는 친구는 세상에 없다네.

근데 이 드라마에서는 떼로 몰려온다니까..

그래 드라마니까 그렇겠지만 정말 촬영할려고 기다리다가 떼로 몰려온다고..ㅎㅎ


어제 명장면이었던 김혜자가 치매에 걸려 죽은 자식대신 베개인 지를 등에 없고 헤매다 절친인 나문희를 욕하는 장면도 그렇다

아니 지 남편 아님 지 부모나 형제는 어쩌고 친구에게 그 지랄이냐?

넌 왜그렇게 사는 게 힘들어서 날  안도와줬냐고?

그게 힘들게 산 친구에게 머리까지 뜯으며 할 말이니? 친구아들 아프다는 데 그럼 내 딸들 밥챙기다 버려두고 가야하니?

말도 안돼는 극본인 데 그게 먹히네?


사야도 엄밀히 팬까지는 아니어도 김혜자씨는 무지 좋아한다만 일흔이 넘어서야 이제 겨우 조연의 힘듬을 안다고 이야기하는 그 여자가 그래서 나름 유지하는 그 여자의 우아의 산물이 과연 우연일까

도대체 연기인생이 얼만데 그동안 남들은 엄청 기다렸다는 걸 칠십이 넘을 때까지도 몰랐다잖아?


동시간대에 하는 그래그런거야란 드라마도 있다

그것도 뭐 시대착오적으로 말이 안돼는 건 맞다만 최소한 가족 그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올인하는 핏줄의 이야기다

요즘은 햇가족이라 그 가족의 개념도 희미할 마당인 데 무슨 친구의 머리를 쥐어뜯고 난리냐고?


말이 되느냐 안되느냐 를 결정하는 건 물론 사야는 아니다

근데 이 사회는 제목처럼 너무 환타지에 의존하고 사는 것 같다

김혜수를 싫어해서 시그널이란 드라마도 안봤다가 이야기했듯이 누워있다가 우연히 tvn 드라마를 보게 되었고 드라마라는 게 그렇듯이 옛방송도 궁금해 한달 정기권같은 걸 샀다

돈이 아까우니까 이것 저것 몰아 보게 되었는 데 막장이라는 지상파 드라마랑 비교 참신하다는 케이블쪽은 다 환타지더라


시그널도 현실로서는 말이 안되는 과거와의 소통이야기고 덕분에 보게된 나인이라는 드라마도( 아 이 드라마는 사야도 감동은 했다만..ㅎㅎ) 타임머신처럼 향을 피워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고 지금 로코로 명성을 얻고 있는 또오해영이란 드라마도 주인공이 미래를 볼 수 있고 지금 말하고 있는 디어마이프렌즈도 결국은 환상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냥 이 지독한 현실을 견디거나 받아들이기에 우리 모두는 아픈 게 아닐까

공감한다는 의미는 내가 그 상황을 아니까 이해한다는 건 데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초능력이나 환타지에 이리도 열광하고 이해까지 한다는 건 잠재된 소망같은 거 아니겠냐고.


디어마이프렌즈처럼 초등학교 동창들이 육칠십대에 저리 떼거지로 여전히 소통하는 건 환상이라니까

심지어 거기 윤여정은 중졸이고 윤여정이 짝사랑하는 주현은 변호사다.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게 과연 현실적인 설정이냐고?

열나게 디스하며 사야가 말하고 싶은 게 뭐냐고?


슬픔이다 그리고 서글픔이다

어떤 식으로라도 위로받아야하는 결과물이다

뭔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도 희망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무의식적인 몸무림이다

현실은 그냥 그 지상파에서 방송하는 막장드라랑 더 비슷하니까



이 글과는 상관없다만 드라마이야기를 썼으니 오늘 장기를 적출당한 김성민씨를 애도한다

사야는 요즘 정말 너무 안타깝게도 떠나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지라 배우로서는 그를 모른다만 남자의 자격이란 예능을 본 적이 있고 참 따스한 사람이란 기억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사야가 듣기에 백프로 짜고치는 고스톱이고 거기에 진실같은 건 없다만 거기에 나온 사람들의 눈빛까지 속일 수는 없는 것 같다

요즘 연예가가 넘 시끄러워서 사야는 갑자기 왜 요즘은 자살은 안하지? 그것도 유행이었나?, 라고 생각했었는 데 그 생각을 한 바로 그 다음날 이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는 건 아니지만 잠시 소름이 끼쳤었고 팬은 아니었어도 간절히 회복되기를 바랬는 데 좀 허무하다


거기다 더해서

뉴스만으로 보면 의혹도 많다

그 의혹에는 이상한 면도 있어서 요즘 할 일이 없는 사야는 그 의혹을 이해하느라 어제 하루종일 검색도 했다

아 몰라 사야는 이 글을 쓰며 또 술이 취했다만


병들어 죽은 것도 아니고 자살한 가여운 인간을 뭔 뇌사판정을 받자마자 장기기증은 하고 난리니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해도 자살을 할거니 장기를 주라고 말한 건 아니잖아

이 세상을 통틀어 하루에 백만명 쯤 죽는 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오늘 사야가 인지한 죽음이므로 좀 많이 아프다

그리고 사람을 살리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자살한 사람의 장기기증은 뭔가 좀 그렇지 않나

아 그래서 생명을 받은 분들을 속상하게 할려는 건 아니다..


드라마 이야기하다가 멀리도 왔다만 사야는 정말 이해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다

디어마이프렌즈란 드라마도 이상하고 마약을 하다 죽은 사야보다 훨 어린 나이에 죽은 그 남자도 넘 불쌍하고 가장 중요한 건 가치판단같은 걸 상실해 보이는 사야다

뭐가 옳은 건지에 대한 판단력은 거의 상실이고 그저 마음 아픈 일만 늘어간다


그래 디어마이프렌즈가 싫은 이유다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지만 그 드라마는 사실 현실을 너무 미화하고 있다고

그래 작가는 어쩜 그 반대급부를 노리고 글을 썼는 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간 다는 건 아니 늙어간 다는 건 결코 아름다울 수도 없고 드라마처럼 이해받으며 보호받는 인간은 극소속이고

그저 외로운 처절한 과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야가 그 드라마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 드라마속 신구처럼 마누라를 종처럼 부린 인간은 그나마 낫게 나이들어가는 거고 자신이 살아온 삶에 갇혀 그게 전부인 줄 알고 더한 꼬장을 부리는 노인네들이 교욱을 받았나 아닌 가랑 상관없이 넘쳐난다는 것.


아 아파

오늘은 횡설수설한다는 사야의 단골문구말고 이렇게 마무리 하고 싶다

아니 아프다는 것도 단골문구인가

누가 죽었거나 어쩌고나 그런 게 아니라 이 나이가 되어도 판단력이 없는 사야가 가장 아프다

사야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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