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지독하게 외롭다

史野 2016. 6. 23. 00:47



오랫만에 넷북으로 사진 올리고 그리고 또 오랫만에 아주 외롭다..ㅎㅎ




저 놈의 사기능소화 요즘은 마당에 잘 안나가니 몰랐는 데 세상에나 저리 오지게도 꽃이 피었다

지난 번에는 감사했는 데 이번에 보니 부담스러워 아 진짜 많이 부담스럽다..ㅜㅜ

그나마 집안에서는 거의 안보이고 멀리서보면 뭐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운 건 아니라 다행이긴 하다만 저 놈에게 미안하긴해도 그냥 작년 필받았을 때 잘라버리고 토종능소화를 저기 심어 세월을 기다리는 게 낫지 않았나 싶기도하다.




사진찍는 김에 얼마전 부터 피던 이 분홍접시꽃도 찍었다. 요즘 너무 가문데다 사야가 인위적인 급수를 전혀 안하다보니 크기며 꽃의 수며 형편없다만 그래도 고맙고 이쁘고 그렇네.




그러다 발견한 저 쌀톨같은 꽃의 정체. 사실 보긴 봤는 데 무슨 잡초인 줄 알았더니 세상에나 남천의 꽃이네

남천꽃을 처음보는 지라 넘 신기하다.

남천은 월동도 잘하고 저 이파리가 빨갛게 변해서 좋아하는 데 저리 꽃이 피는 줄은 몰랐다.



우짜든둥 대한민국에 산다는 건 정말 맨정신이거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정도로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인간답게 산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나라라는 게 사야소견인데 그 자괴감 치욕감등등을 느끼게하는 많은 사건들 말고 그래도 좀 삶을 견뎌보자고 기웃거리는 연예계도 그저 우울한 소식뿐이다.


홍감독의 스캔들이 사야에겐 역시나 참 벅차다

아니 육십을 바라보는 인간이 어디가서 성폭행을 한 것도 아니고 마누라몰래 바람을 핀 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그 여자랑 살기위해 집을 나갔다면 그건 그냥 가정사다 부부가 해결한 일이란 말이다

아니 무슨 부부가 천륜도 아니고 서로 때려죽이기도 하는 마당에 뭐 그게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이 난리인 지 사야는 정말 이해를 못하겠다

댓글이 수천개에 찬성은 만오천이네


자식을 낳지는 않았지만 십오년정도 사야가 한 남자랑 살아보니 백프로까진 아니어도 그 남자를 왠만큼은 알겠고 가족이란 유대감과 인간으로서의 연민 등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생기더라

물론 사야야 그 남자를 남편으로서는 자주 흉을 봤어도 인간적으로 존경했기때문이기도 하겠다만 그 남자가 그랬듯이 사야도 그 남자가 이젠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랑 살고싶다고 이야기했다면 보내줬을 것 같다.

근데 거긴 십오년도 아니고 그 배인 삼십년이라며? 그 시간속에서 정상적인 부부라면 과연 하나만 억울하고 뭐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 데 말이다

결국 헤어지긴 했지만 사야는 늘 남편이랑 피터지게(?) 싸우며 그랬더랬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었을 때도 여전히 함께인데 그때 어느 한 사람이 많이 참았다거나 희생했다거나 하면 삶이 너무 슬플 것 같다고 그러니 현재 우리가 뭘 느끼고 뭐가 부족한 지는 조율해가며 늙어가야하는 거라고..


아 몰라 그 코메디같은 기사들과 댓글들을 보며 참 어지럽고 답답하고 외롭고 그랬는 데 결론은 또 그게 다 언론들의 왜곡된 보도였다네

그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난리였던 그 오천명이나 되는 인간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배우자가 바람을 피는 게 꼭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그건 그냥 그들이 풀어가야할 문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으면 최소한 상대에 대한 믿음 그런 게 있지 않을까

보도에 왜곡은 있었다지만 홍감독의 부인도 잘한 것 없다는 생각이다. 아니 남편이 무슨 나쁜 친구만나 잘못된 길로 빠졌다고 믿는 아들이니?

남편하고 해결할 문제를 왜 그 상간녀랑 그 상간녀의 엄마까지 만나는 데?

결론이야 카톡을 공개한 적이 없다는 기사가 또 났다만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남편을 젊은 년에게 뺏긴거랑 그 비슷한 나이에 딸년이 늙은 유부남이랑 바람이 나 정신 못차리고 있는 부모맘

사야는 당근 후자편을 들어준다. 그래서 댓글 읽으러 들어갔는 데 그 엄마의 그 딸이구나가 오천개라서 미치는 줄 알았다구

이건 사야가 식겁했던 지난 번하고는 좀 다른 문제다.

그리고 그냥 많이 슬프다. 슬프다는 건 좀 약하고 사야가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지가 않아 막막하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덕분에 홍감독의 영화를 두편 봤다

익숙해서 찾아보니 예전에 한국어에 목맬때 구입한 셋트DVD로 세개나 있더라. 그것도 너무 신기한 게 거의 도망나온 수준이라 필요한 물품은 나중에 받았고 그 중 영화는 하나도 없었는 데 씨디사이에 끼어있었나보다. 그래서 새삼 더 신기하긴 하다만.


어쨌든 사야 생각은 그렇다

희생을 강요했다고 해서 희생한 후에 난 이 희생에 대한 댓가를 받아야한다거나 아님 검은 머리가 파뿌리되도록 맹세했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한다거나 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다

관계라는 건 어떤 약속이나 의리때문이 아니라 그저 끊임없는 서로의 노력으로 유지되는 거니까

천륜인 부모자식간도 그런 데 부부간의 문제는 오죽하겠냐고..





아 근데 뭐 남의 인생사고 물론 사야가 고민하는 문제가 누가 뭘 어쨌거냐의 문제는 아니다만..ㅎㅎ

누가 뭘하건 아니건 상관없이 사야는 오늘 드디어 저 커버를 갈았다

예전엔 침대로도 썼던 거다만 오래전 부터 거의 울 개님들의 처소고 일년에 두번 정도는 마당에 끌고 나가 햇볕소독을 하고 한달에 한번 정도는 커버를 갈고 하는 데 다치고 어쩌고 세상에나 이번엔 거의 삼개월만에 저걸 갈았다

인간이 단순한 건 지 사야가 단순한 건 지 갑자기 막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그니까 또 결론은 버킹검이라고

역사속의 개인을 이해하는 게 여전히 힘들다만 그 가장 강력한 후보중 하나가 사야더라고

압축되어 눈앞에 세세히 있는 역사를 재단하거나 아님 이해한다고 깝죽대거나 하는 건 가능한 데 지금 이 시간조차도 흘러가고 또 기록되는 역사란 생각을 하고 그 역사속에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보자면

갑자기 모든 게 이해되고 모든 게 용서되고 하는 '오 할렐루야'같은 경지를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불행인 지 다행인 지 ' 오 할렐루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사야는 많이 외롭고 또 아주 많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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