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따뜻한 난로앞에서..^^

史野 2013. 12. 3. 23:36

 

휴대폰 사진이라 색감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만 사야는 또 여주 이 따뜻한 난로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또 한달만에 돌아온 집.

깜깜해진 후 도착해 밖은 어떤 지 모르겠다만 여긴 엄청 추웠다는데도 다행히 물도 하수구도 얼지않고 집이 멀쩡해서 다행이다.

 

어제 친구놈이 담양에 내려와 오늘 그 차로 올라왔다.

사야보다는 남친이 딸기를 키워냈다는 게 대견한 친구놈 ,기분이 좋은 지 어제 만땅 취해 횡설수설..ㅎㅎ 하더니 딸기 세박스를 사가겠다고 해서 부랴부랴 준비하고 결국가는 길 전해달라며 맘에 걸렸던 집으로 딸기까지 한박스 실어보냈다.

물론 사야가 아니라 남친이 사야엄마에게 보내는 딸기지만 말이다..^^;;

이젠 물량에 탄력이 붙기 시작해서 여태 15킬로 땄는데 오늘은 대충 십킬로가 나오더라.

여기저기서 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니 지난 주 비교 경매가가 몇 천원 떨어졌다던데 수확의 계절, 어쨌든 뭐 일할 게 암담하기만한 사야빼고는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일거다..^^

 

아 울 새깽이들이야 섭섭하겠다만 이러니 저러리 해도 집에 오니 또 너무 좋다.

집도 가방에 담아 가지고 내려갔다 다시 가지고 오고 그러면 참 좋겠단 생각..ㅎㅎ

 

 

 

사야는 당근 말밥 말미잘..ㅎㅎ 딸기는 이번으로 끝이고 내년에 저 아로니아라는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아 물론 그것도 엄밀히는 딸기처럼 사야라기보다는 남친이..^^;;

썼듯이 남친을 친동생처럼 도와주시는 분이 심으신 거고 저 사진은 그 분 친구분이 하시는 나주까지 견학을 가서 찍은 거긴하다만 전혀 몰랐던 저 나무를 검색해보며 고민하다보니 의외로 괜찮겠다싶다.

 

나무를 남의 땅을 빌려 심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는 데 어차피 논농사는 돈도 안되고 힘에겨운 노인분들이 땅을 원하면 십년씩이나 임대해주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차피 뭘 키우건 힘이 안 들 수는 없다만 그래도 딸기보다 수익성은 떨어져도 좀 사람답게 살 수 있지는 않을까하는 희망이랄까..^^

거기다 우리나라는 주로 폴란드에서 수입한다길래 독일사이트까지 돌아가며 틈틈히 공부하고 있는데 해볼만 하다 싶다.

 

 

 

오지랖이 넓다못해 좌우분별이 잘 안되는 사야는 또 저 놈때문에 참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면에선 도찐개찐인 남친이 알려줬는 데 하우스근처에 저런 불쌍한 놈이 떠돌고 있더라는거다.

믹스견 쉽게말해 똥개를 네 마리나 키우는 사야로선 저 놈을 보고나선 정말 미치고 팔짝 뛰다 못해 뭘 어찌해야하는 지 넘 괴롭더라.

동물농장에도 전화하고 동물보호센타같은 곳에도 구조를 요청했다만 엄밀히 저런 놈들이 한 둘이 아닐거고 동물농장이야 방송의 특성상 뭔가 감동의 스토리가 필요할테니 화는 나지만 연락안오는 게 이해 못할 것도 아닌 상황.

 

개를 안 키워봤으면 모르겠는 데 막상 개를 키우니 저 놈이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아서 너무 큰 고민이다.

안그래도 힘들어 죽겠는 데 닭도 삶아 멕이고 황태도 삶고 돼지고기도 삶고 나름은 저 놈에게 신뢰를 얻고자 무지 노력하는 데 얼마나 괴로운 견생을 살았는 지 저 놈은 잘 다가오지 않는다.

아 또 오해하는 사람들 있을까봐 강조하자면 저 놈때문만이 아니라 울 새깽이들도 당연히 같이 먹으라고 한다...^^

 

삶이 뭔지 아니 견생은 뭔지 그것도 아니면 생명을 갖고 태어난다는 게 뭔지 늘 그랬듯이 사야는 생각이 많다.

이것도 좀 더 심도있게 생각해봐야할 것 같긴 한데 이 힘들고 바빠죽겠는 와중에 사야가 저 놈을 이리 간절히 구하고 싶은 게 저 놈을 구하면서 왠지 허한 사야인생을 위로받고 싶은 건 아닐까.

 

손바닥보다도 작았던 모종들이 몇 십센티의 키를 키워 귀한 딸기를 생산하고 있는데도 사야는 별로 안 행복하다.

사야가 딸기를 키우며 가장 행복했을 때는 그렇게 미친듯이 일해서 첫 꽃이 피고 첫 열매가 달렸을 때라니까.

어제 친구놈 술자리에서 사야를 가르키며 ' 얘는 삶의 의욕이 없어 보여요' 하던 데

진짜 그건 아닌데 사야는 누구보다도 간절히 살고 싶은 데..ㅎㅎ

 

한국에 돌아온 것도 살고 싶어서고 지금 딸기 농사를 짓는 것도 결국은 살고 싶어서고 사야는 간절히 살고 싶다

저 놈을 간절히 살리고 싶은 것도 사야가 가진 삶의 의지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어디서 부터 삶이 잘못되었을 까를 묻다가 이 삶에의 집착에 스스로 많이 놀랜다.

 

지인은 저 놈을, 저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죽이고 싶었다는 데 잘은 모르겠다만 사야라면 저렇게 살더라도 일단 잘 될 가능성은 있고 살아남아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사실 딸기를 키우는 건 몸이 힘들 뿐이지 죽을만큼 힘들지 는 않다.

그냥 사야는 어디로 가야하는 지를 모르겠고 삷이 참 버겁다.

 

그 힘들게 얻은 딸기를 제일 먼저 내 엄마에게 주고 싶은 인생이었다만 사야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누구탓을 하기엔 살만큼 살았고 이젠 좀 멋지게, 그게 어떤 형태건 삶을 다잡고 살고 싶은 데 유감스럽게도 사야는 그게 잘 안된다.

매일 죽어라 일하고 일할 땐 아무 생각도 안나는데 여전히 사야를 괴롭히는 건 뭘까.

 

어쨌든 오늘도 내 일하다 이 딴 세상인 여주집에 왔다만 어차피 자식때문에라도 살아지는 인생이 아닌 그 길을 가야아는 사야는 인생을 아는 척하면 안되는 그 기로에 또 서있다.

그리고 사야는 나름은 자기식대로 피터져라 살고 있는 건데 왜 그게 그리 어려운 건 지도 잘 모르겠다

 

 

2013.12.03. 여주에서...사야

 

 

 

'4. 아늑한 모래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한 친정  (0) 2014.07.01
내 집에 왔다  (0) 2013.10.30
결국 졌다  (0) 2013.09.26
돌아온 산책 파트너..^^  (0) 2013.09.22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  (0) 2013.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