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추석.
추석자체야 사야에게 별 의미없는 날이다만 달이 정월대보름보다 밝을 거라는 데 그냥 지나갈 수가 있나..ㅎㅎ
달빛을 감상하러 마당의 불을 끄고 나가 앉았다가 반딧불이도 만났다. 올 여름엔 밖에 나가있었던 적이 거의 없어서 못 만났는데 한여름도 아니고 바로 눈앞에서 보니 기분이 참 좋더라.
그러다 생각해보니 집안 불도 다 끄면 좋겠다 싶더라.
집안의 불을 끄고 나가려니 물밀듯 저리 집안으로 쏟아져들어오는 달빛.
달빛을 잠시만 즐길 생각이었는 데 가로등을 수십개는 켜놓은 양 밝아서 달빛아래서 한 잔 또 한 잔..^^
워낙 칠흙같이 어두운 곳이라 더 신기하고 감동스러웠을거다. 어디를 간 것도 아니고 내 집에 앉아서 하는 경험이라 더 특별했던 듯도 하고 말이다.
그래 이리 혼자 신나서는 달그림자 놀이도 하며 씽이랑 사야그림자랑 단체사진도 찍고..ㅎㅎ
호기심많은 사야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책을 가져와보니 저기 제목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또 글쓰기 도전..ㅎㅎ 위에도 썼지만 거문고타기는 물론 먹을 갈아 글씨 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겠더라.
누군가에게 편지라도 쓸 걸 아니 진짜 먹을 갈아 화선지에 장난이라도 쳐볼 걸..^^
명절인지라 이웃에 찾아온 손님들덕에 잠시의 소란(?)은 있었지만 빛이라곤 오로지 달빛, 소리라고는 풀벌레소리 뿐.
지난 번 별똥별쇼는 비몽사몽간에 겪었지만 이번엔 진짜 온전히 이 세상에 혼자인 듯한 묘한 기분, 지금이 21세기가 아니라 조선시대라 해도 아무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은 그런 기분. 전기도 이 모든 문명의 이기도 없던 시절의 사람들 삶마저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아니 사야는 어쩌면 다시 그 빠르게 돌아가는 휘황찬란한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스마트폰이 무슨 그 세계로 가는 티켓이나 되는 양 거부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누가, '어차피 누난 틀밖에 살고 있잖아요', 하던데 정말 그런걸까.
사야가 혼자 기분에 취해 술에 취해 즐기는 동안 쥐죽은 듯 옆에 있어준 씽씽이가 고마와 보너스로 달빛산책..ㅎㅎ
우짜든둥 울 씽씽이는 새끼때보다도 더 애기노릇을 하며 여전히 사야를 괴롭히고 있는 중이다.
난 니맘모른다며 무시하려고 애쓰고 있다만 어찌나 짠하게 행동을 하는 지 혼자있을 때보다 저 놈이 오고나서 배는 더 외로우니 이건 또 무슨 심리일까.
아 몰라 난 니가 뭘 원하는 지 모른다 몰라 진짜 모른다구..ㅎㅎ
2013. 09. 20.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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