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사야에게 무슨 일만 생기면 짜짠하고 나타난단 그 짱가놈이 어제도 다녀갔다
원래는 이번 주말 충주에서 모임이 있어 여기서 가까우니 일요일 모임마치고 올라가며 장작을 패주기로 했는데 그 새벽에 전화도 하고 사야가 너무 힘들어하니 어제 왔다.
사실 사야가 이렇게 헤매고 있어 가장 괴로운 놈은 짱가놈이다. 아니 한국에 나온 자체가 고통이겠지..^^;;
저 의자는 짱가놈이 자기의자라고 우길정도로 무진장 좋아라하는 건데 다쳐서는 어젠 저기 저리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하더라
우짜든둥 차에서 떨어져 꼬리뼈를 다쳤다는 놈에게 생전처음 해본다는 장작을 패게했다..^^;; 멋지게 인증샷을 찍으라는데 왜 하필 도끼안빠져 헤매는 사진을 찍냐고 항의중이다..ㅎㅎ
어쨌든 저게 저 놈이 다 팬거다 조금 더 팼다..^^
함께 나가서 장이라도 봐올 생각이었는데 으실으실 귀찮아 그냥 따뜻한 난로 피우고 피자랑 치킨시켜놓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참 인생이란게 재밌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한게 왜 하필 신입생환영회에서 짱가놈은 사야에게 사야는 그 선배에게 필이 꽂혀버린 걸까 아니 그거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둘은 왜 또 하필 같은 과고, 선배역시 사야랑 같은 마음이란걸 알게 된 그 해 여름 그 둘은 왜 운명의 장난처럼 같이 하숙을 하게 된걸까.
이 눈치없는 사야는 솔직히 짱가놈이 그렇게나 사야를 좋아하는 지 몰랐다. 그리고 만나면 정말 이야기가 잘통하는 좋은 친구였다.
짱가놈이 사야만나고 들어와 이야기하는 걸 듣는 게 너무 괴롭다고 선배가 짱가놈을 만나지말라고 했을 때 왜 사야는 그 둘을 다 만나지않겠다고 해버린 걸까
하긴 사야는 그때도 환자였고 어렸고 여러가지에서 서툴렀으므로 그 모든 복잡한 상황들이 싫었다.
사야가 조금만 더 건강했고 자기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아이였다면, 선배와 연애를 시작하고 짱가놈이 하숙집을 옮겨버렸다면, 당시 그냥 사야를 포기해버리고 다른 멋진 여자랑 연애를 했다면 짱가놈 인생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사야는 짱가놈도 당연히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 눈치없는 놈도 사야랑 선배의 사이를 전혀 몰랐다니 참 슬픈 일이다.
출장온 짱가놈을 도쿄 어느 술집에서 만나 이젠 제발 나같은 여자애는 잊어버리고 좀 행복해지라고 사야가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음달이면 우리도 27년.. 우리의 질긴 이 인연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올 올케언니나 정신과샘처럼 그 오래되고 좋은 친구를 왜 포기하려고 하느냐는 사람들도 있고 고기공놈처럼 악연인것 같다는 사람도 있고..ㅎㅎㅎ
넌 도대체 내가 왜그렇게 좋았니? 물으면 이유가 어디있냐고 웃기만 하던 놈이 어젠 목소리, 때문이었다는거다..^^;;
그래 지금은 워낙 담배를 많이 피는 관계로 망가졌다만 사야가 타고난 것중 하나, 목소리..
어느 재밌는 목사님 비오는 날 네 목소리를 들으니 정신을 못차리겠다고 했던, 직장동료, 앞으론 절대 남자랑 둘이 만나 이렇게 술마시지말라고 네 목소리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단 이야기도 들었던 그 목소리.
우리 독일교수조차 당신은 성악을 전공하지 왜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냐고 했던 젊은 시절 사야의 그 목소리
만약 사야가 그 목소리를 타고나지 않았다면 사야인생은 덜 꼬였을까? 어제 짱가놈 말대로 예쁘게 생긴것도 아닌데 승호엄마처럼 연예인빰치게 생긴 애보다 사야를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훨씬 많았으니 정말 그 목소리때문이었을까?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사야가 이 좋은 목소리를 타고나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애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인생이 정말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 공부를 잘한 이유도 있었지만 공부하기싫으면 선생님 제가 노래 한 곡 할게요, 손들어 수업을 망치는 일은 못했을테니까, 그런 사야가 멋지다고 친구들에게 편지를 받는 일도 없었겠지.
아니 어쩌면 그 벚꽃 흐드러지게 핀 봄밤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야가 노래를 부르지않았다면 남편이 사랑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지도.
그 불면의 밤들 공황장애등 사야가 그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고 있을 때 남자들도 사야의 삶을 더 힘들게 하는데 한몫했는데 그 지겹도록 쫓아다닌 게 만약 진짜 목소리때문이었다면 그 역시 저주다. 차라리 사주에 도화살이 너무 많이 끼었기때문이라고 믿는 게 낫겠지?
어쨌든 어제 짱가놈하고도 그런 이야길 했는데 그 상해시절 알았다는 친구놈이 얼마전 충고하길 자기가 상해에서 (그러니까 고립된 지역을 의미한다) 혼자 오래살아봐서 아는데 사야처럼 이렇게 혼자살다가는 누구나 미쳐버린다고 그냥 서울로 나오라는거다.
서울엔 그래도 외로울 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냐며 사야랑 함께 술한잔 하고 싶어도 여긴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는거다.
일리있는 말이다.
그제같은 날도 만약 사야가 서울에 있었다면 그 놈을 만나건 짱가놈을 만나건 만나 사야의 흥분을 이야기할 수는 있었을테니 말이다
거기다 서울집까지 빼니 진짜 한달이 넘도록 정신과도 못가고 있다.
문제는 사야가 서울로 가려면 이 집을 정리해야하는데 파는 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사야는 이 집이 너무 좋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
사야인생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치고 팔짝 뛸 상황이 어디 한두번이었냐만 그리고 그때마다 어쨌든 늘 결단을 내렸다만 이번엔 일년이 넘게 고민을 하고 또 해봐도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가 않다.
아참 짱가놈 왜 사야가 외국에 살 때는 지도자들이 좋았는데 이 모양 이 꼴이냐란 말에 그럼 다시 사야가 외국에 나가면 되겠단다. 농담이라는데 왠지 농담이 농담같지가 않아..ㅎㅎㅎ
아 그 보일러 빵빵하게 돌렸다는 날 아침온도다 올겨울 들어 처음보는 저 19라는 숫자가 감동이라 인증샷남긴다..^^
2013.02.23.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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