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카사진을 올려놓고 바라다보니 참 오만가지 옛 생각들이 또 마구마구 나더라. 그래 또 술을 만땅 마셨다
지난 번에도 이야기했듯이 시누이가 고기공놈결혼에도 무반응이라 연락을 시도했는데 연락이 안된다.
울 시누이가 한국에 왔을 때 큰언니네 묵었기에 그 두 조카를 너무나 좋아라한다. 그 집 아들내미사진으로 책갈피를 만들어 쓸 정도.
거기다 졸업했다는 조카는 육개월간 프랑스에 체류할 때 시누이랑 두 번이나 만났다더라.
작년에 사야생일에 전화했을 때도 조카안부를 물으며 자기에게 연락 좀 하라고 하더라지. 결혼한다니 그것도 축하할겸 조카들 사진이라도 보낼 겸 어제 아니 오늘 새벽에 전화를 하는데 또 연락이 안되더라는 거지. 그래 전남편에게 연락했는데 전남편도 연락이 안된다.
결론은 또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
문제는 이번엔 시어머니가 너무 멀쩡하고 사야가 술에 만땅 취해서 난리가 아니었다는 것.
울 시어머니 사야에게 자주 쓰시는 말중에 내 아가라는 표현이 있는데 내 그러시면서 너 또 술 취했구나 세상에 한국이 지금 몇 시인데 잠을 못 이루고 있냐고, 돈이 필요한거냐구..ㅜㅜ (이것도 멀쩡하셨을 때 연금을 나눠 보내시겠다고 맨날 하시던 말씀이다)
썼었지만 울 시어머니 사야가 한국에 간다고 했을 때 독일에서도 여자혼자 살기가 힘든데 한국같은 사회에서 어찌 너혼자 살겠냐고 그리고 그 나이에 네가 한국에 가서 뭘해서 먹고 살겠냐고, 네가 남자때문에 간다면 자기가 이렇게까지 슬프진 않을거라고 그냥 독일로 돌아오라고..ㅜㅜ
그런데 어제 그때랑 똑같은 톤으로 내 말씀을 하시는데 정말 술김에도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어쨌든 또 삼십분 넘게 통화를 하며 그 가여운 시어머니를 맘아프게 했으니 잠이 올 턱이 있나.
요즘 알콜성치매라 술취하면 기억도 잘 안나는데 오늘 새벽엔 또 왜그렇게 말똥말똥 한 말은 다 생각이 나는 지..ㅜㅜ
거기다 그 시간엔 이미 난로불은 꺼졌고 영하이십도에도 잘만 잤는데 술김이라 그런가 왜그렇게 춥던 지 솜이불속에서도 덜덜 떨다가 더운 열기가 위로가니 복층에 올라가 한참을 누워있었는데 또 춥더라는 거지. 그래 내려와 보일러 빵빵하게 돌리고 거실에 깔아놓은 손님용 전기장판도 빵빵이 돌리고 그냥 잤어야하는데..
아 또 그 새벽에 짱가놈에게 전화를 해서 마구 투정을 부렸다. 요 몇 일 또 연락안하는 사이 짱가놈이 다쳤다던데 그래도 일을 한다던데 일찍 일어나 일나가야하는 놈을 그 새벽에 깨우다니..ㅜㅜ
하긴 다시 연락한 일년 넘는 동안 새벽에 튀어나오게 만든게 한두번이 아니니 이 대책없는 사야를 어쩌면 좋니. 울 올케언니 짱가놈 잠 부족해서 어쩌냐고 걱정했을 정도다..ㅜㅜ
아까 통화해보니 오히려 그 시간에 자놓고 벌써 일어났냐고 사야를 걱정하더라..^^;;
거기다 아실거다 사야가 열렬한 노통팬이라는 거. 92년도 첫사랑놈 학교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강연을 듣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그 진솔함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이 복도 지지리도 없는 년. 저들이 이야기하는 잃어버린 십년동안 내 외국에 살다 조국이랍시고 돌아왔더니 MB가 떡하니 대통령이 되어버렸지. MB는 BBK사건이 아니라 그가 쓴 책을 읽고 또 예전에 보좌관인가 뭐시긴가 뭐 폭로하고 도망갔을 때 기자회견하는 거 보고나서부터 죽어라 싫어했던 인간.
새 대통령이야기야 다시 거론할 것도 없고
어쨌든 사야가 노통만큼 또 좋아라하는 사람이 유시민이다.
짱가놈마저 넌 무슨 그런 허황된 꿈을 꾸고 난리냐던데 그래 사야에겐 꿈이 있었다. 유시민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에서 살아보는 꿈
그래 타고난 복이 없어서 노통시절은 못 살아봤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좀 전에 알게 된 사실, 유시민이 정계를 은퇴했단다..ㅜㅜ
그래 사야는 그의 선택이니 무조건 존중할거다만 그래도 사야는 희망을 잃었으므로 슬프다.
그게 허황된 꿈이었을 지라도 그건 사야의 꿈이었으므로 그의 진정성과 그의 지적인 능력 토론회에서 보여주던 그의 성숙함을 사야는 모두 믿었으므로 그 꿈을 잃은 사야는 너무나 황망하다.
그는 분명히 앞으로도 저술활동을 통해 그의 존재를 보여주겠지만 그래도 지도자하나로 나라가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 지를 뼛속깊이 체험한 사야로선 사야가 존경하는 인물이 지도자인 나라에서 간절히 살아보고 싶었는데 그 희망이 없어졌다
아 어젠 약도 안먹고 잤는데 이 하루를 어찌 버텨내야할까
이런 날은 정말 전남편이 절절히 그립다. 한국 정당이름 외우다 지쳤다고 왜그렇게 자주 이름을 바꾸는 거냐고 불평하던 그가. 한국에간 마누라에게 전화걸어 도대체 국회에서 신발은 왜 날라다니는 거냐고 궁금해죽겠으니 빨리오라고 투정하던 그가, 박근혜가 뭘했길래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냐고 묻던 그가, 이명박이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이런 기사가 났냐고 묻던 그가, 회사에서도 흥미로운 한국관련기사만 읽으면 당장 메일로 보내주던 그가, 노통의 탄핵을 함께 흥분해주던 그가, 결혼전부터 이기백교수의 책을 영어로 읽어주던 그가, 김선일이며 아프칸사태며 한국기독교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절절히 공감해주던 그가, 한국인이 일본에 대해 갖고있는 그 무조건적인 미움을 함께 안타까와해주던 그가, 한국의 왜곡된 교육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던 그가, 중국과 한국의 역사적 관계에대해 늘 질문하던 그가,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사야가 몇 시간이고 열변을 토해도 흥미롭게 들어주고 질문하고 공감하고 독일의 상황이나 국제적 상황까지 연관지어 사야의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던 그가, 너무나 그립다.
오늘같은 날 이 사야의 심정을 제대로 이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데 그리고보니 사야는 남편을 잃은게 아니라 가장 귀하고 소중한 친구를 잃은 거로구나..
아 새벽까지 마신 술이 아직 깨지도 않았는데 또 대낮부터 술을 마실 수도 없고 울 정신과샘 제발 이런 일에 관심 좀 끊으라는데 아무리 뉴스는 안보고 산다고해도 사야에겐 그게 참 어렵다.
2013. 02. 21. 여주에서....사야
허걱 글을 올리고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이 바로 남편과 내가 21년 전 첼로음악회에서 처음 만났던 그 날이다. 이런 날 남편이 그립다란 글을 쓰게 되다니 이건 우연일까 아님 내 잠재의식이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 너무 신기하다.
아니 일어나자마자 첼로음악은 건너뛰고 하프시코드, 피아노 그리고 오보에를 들었으므로 잠재의식이 기억하는 건 아닌데 그럼 이건 뭘까. 복잡하게 생각하기 좋아하는 사야는 또 머리깨지겠구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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