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오랫만에 서울나들이

史野 2013. 2. 20. 18:44

댓글에 잠시 언급했듯이 어제는 조카가 졸업을 하는 날. 아시다시피 요즘은 가족행사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데 그러니까 조카들 볼 일도 별로 없어 그게 가장 안타까왔다.

지난 번 작은언니 딸내미 졸업식에도 못갔는데 어찌나 섭섭해하던 지 이번엔 참석하기로 결정.

 

역시 아시다시피 사야가 요즘 컨디션이 너무 않좋아 그 전날 가수면상태로 악몽을 꾸며 거의 잠을 못 잤다.

중간중간 시간확인하다 아예 미리 알람을 꺼버리고 그냥 잠을 청해보는데 갑자기 울리는 휴대전화.

짱가놈이다. 오늘 조카졸업식간다며 일어나라는 거다..

댓글에서 보고 자발적으로 챙기는 거라니 이건 정말 스토커중에서도 금메달감이다..ㅎㅎㅎ(착한 울 올케언니는 비서월급 줘야한다지만..^^)

그리곤 한 두시간정도 그래도 나름 자고 일어났더니 병원은 물건너갔고 졸업식에 가기위해 분주히 난리를 치고 있는데 또 울리는 짱가놈전화. 넘 바쁘다고 끊으라니 당장 '호떡집에 불났구나..ㅎㅎ' 라고 문자가 왔다.

정말 그 놈은 가끔 너무 미운데 가끔은 넘 웃겨 미워할 수가 없다..^^;;

 

 

 

그렇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생난리(?)를 쳐가며 간 곳은 민들레님의 큰 딸인 저 놈 졸업식. 사야졸업식엔 저 놈이 민들레님품에 안겨있을 때였는데 어느 새 시간이 이렇게 흘러 저 놈 졸업식을 가게 되다니..

요즘은 졸업식에 참석하는 게 아니라그래서 밖의 카페에서 기다리다 사진만 대충 찍고는 근처 레스토랑으로 뒷풀이만 갔다..ㅎㅎ

 

 

 

어렸을때는 언니가 데리고 나가면 ' 엄마 안 닮았네'( 못생겼다는 뜻..ㅎㅎ) 이래서 울 언니를 속상하게 만들었는데 저리 이쁜 처자로 성장했다. 아빠 엄마를 다 닮았는데 장점만 다 닮은 것 같다..^^

 

 

 

민들레님부부네 보물덩어리들. 역시 훈남인 저 놈은 지금 의경복무중이라 못 올 줄 알았는데 어찌 또 딱 어제부터 열흘간 휴가라네.

 

막내이모 참석했다고 너무나 좋아하더라.

정말 이쁘고 대견하고 또 뿌듯하고 사야기분이 이런데 부모기분은 더 하겠지?

저 이쁜 모습을 보니 작은언니 딸내미 졸업식에 못 간게 어찌나 미안하고 또 안타깝던 지 문자하나 날렸다...^^

 

 

 

멋쟁이 민들레님 어제 고마왔다고 오늘 전화하셨던데 저 대견한 놈이 그러더라는 거다 이모한테 받은 게 정말 많은데 어찌 갚아야할 지 모르겠다고. 나참 자식도 마찬가지겠지만 조카도 저리 공부잘하고 이쁘게 잘 커준것 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 행복하게 살면 그걸로 된 거지 뭐가 필요하냐. 이모 고마와요 사랑해요, 란 문자로만도 벌써 캡감동했는걸..ㅎㅎ

 

다른 두 놈들은 취직을 하고 졸업했지만 저 놈은 지금 회계사 시험중인데 두 과목 통과하고 세 과목 남았다니 열심히 공부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후진학교(?)에서 공부를 제일 잘했던 관계로 무조건 S대를 가야한다고 과를 바꾸라고 강요받았는데 본인은 다른 학교를 가더라도 꼭 경영학을 해야겠다는 소신을 지킨 멋진 놈이다.

아니 이 와중에 연애도 하고 있다니 사야입장에서야 진짜 최고다..ㅎㅎㅎ

 

 

 

하긴 저 울 오빠 둘째아들은 좋은학교에서도 워낙 공부를 잘했던 관계로 담임이 다른학교 원서는 못 써준다고 떨어지면 차라리 재수를 하라고 했다는거다. 역시나 자긴 경제학을 하는 게 중요하지 학교가 중요한게 아니다 재수도 절대 안한다고 다음날 아예 학교를 안가버린 전적도 있으니 사야도 그렇고 한 성깔하는 건 집안 내력인가보다..하하하

거기다 저 놈은 어제 자기 형 졸업식때부터 생각했는데 요즘 대학졸업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리 친척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냐고..ㅎㅎ

 

우짜든둥 얼마만에 서울에 간건데 고기공놈하고 술한잔 하려다 모님과 만나 건전하게(?) 밥먹고 차한 잔 했다. 사야랑 정말 다른 분인데 나이가 들어가는건 서로 다름을 존중할 수 있는 거란 걸 심도있게 이야기해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기차라도 다니면 좋으련만 워낙 촌구석인 이 곳은 열시가 막차. 막차를 타려고 서둘러 오는 길 기분이 참 묘하더라. 지난 번 진도에서 올라오는 길 깜깜할 때 집에 온 적이 있긴 해도 아침에 버스타고 나가서 저녁에 버스타고 돌아오는 건 또 처음. 모든 처음은 설레거나 아님 겁나거나..

 

늦은 시간 혼자 버스를 기다리려니 조카졸업식이라고 일부러 신고나간 반짝이 스타킹도 괜히 신경쓰이고 그러더라지..ㅎㅎ 또 날씨는 어찌나 춥던 지 너미널에 내려 장이라도 좀 봐가지고 돌아오려다 그냥 와버렸다.

 

다행히 서두른 덕분에 막차도 안탔고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어서인 지 첫 집에 아직 불도 켜있고 또 달은 어찌나 밝고 별은 또 예쁘던지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당일 돌아올 생각이었던 지라 보일러도 돌아가게 해놔 들어왔더니 아늑한 집. 그리고 정신없었지만 행복했던 하루.

오늘 새벽에 엄청 추울거란 말에 급하게 불을 피우느라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포도주 마시며 앉아있으니 앞으론 정말 서울에 가끔 가야겠단 생각.

 

 

 

새벽에야 잠든 관계로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 오랫만에 청소기도 좀 돌리고 사람답게(?) 지냈다.

안그래도 어제 원래는 인사동에서 만나 근사한 저녁먹고 역시나 근사한 곳에서 차한잔 할 생각이었는데 인사동 불로 급 변경. 어제의 아쉬움인가 차한잔이 하고 싶더라.

 

집에 차종류가 워낙 많은 관계로 뽕잎차를 마실까 우롱차를 마실까 녹차를 마실까하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

이웃집에 뭘 빌려드렸는데 돌려주시겠다는거다. 그러면서 같이 딸려온 곶감과 저 황차. 사야가 커피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차도 좋아하는데 '황차'라는 건 처음 마셔본다.

 

처음 마셔보는 차인데 예의가 있지 찻상에 향도 좀 피우고 초도 켜고 우아하게 마시려보니 순간 귀찮음이 밀려와 그냥 저리 탁자 구석에서 마셔버렸다. 결론은 아직은 사람답게(?) 살려면 멀었다는 것..ㅎㅎ

도저히 무슨 맛인 지를 잘 모르겠더라 홍차같기도 하고 우롱차같기도 한데 무슨 버터맛 비슷한 게 나는 느낌이더라. 누군가 마시자고 하면 모를까 사야 스스로 우려마시는 일은 없을 듯..^^;;

 

그래 이렇게 오랫만의 서울 나들이가 마무리 되었다.

정신과샘을 만나지 못하고 왔으니 내일이라도 다시 서울에 가야하긴 하는데 차도없이 하루만에 다녀오는 건 정말 쉬운 일은 아니라 고민이다.

거기다 이번에 더 절실히 느낀건 무슨 주먹쥔 것보다 양이 작은 시저샐러드가 구천원이나 하고 레몬하나 띄운 차한잔은 오천원이 넘는 건 지 레스토랑의 포도주값도 허걱이고, 복잡한 마트도 싫어 지하철도 싫어 사야의 서울살이는 점점 더 멀어져간다...^^;;

 

 

 

 

 

 

2013.02.20.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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