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새깽이들을 보러 담양에 다녀왔다. 여주에선 정말 갈 방법이 없어 속을 태우다 결국은 돈을 쓰는 방법을 택했다.
지난 번 해보니 서울로 갔다가 다시 내려가는 방법도 끔찍하고 어차피 여주터미널까지 택시를 타야하니 이천으로 택시를 타고가서 거기서 전주로 가 정읍이나 순창가는 차를 갈아타는 방법을 택한 것.
요즘은 호남선쪽이 휴게소환승 뭐 이런 제도도 있는데 여주나 이천은 그것마저도 없더라. 이천에서도 전라도가는 건 광주와 전주 달랑 두 곳.
새깽이들이 있는 곳이 담양에서도 가장 윗쪽이라 광주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것도 못할 짓.
월요일에 전주차를 타러가는데 시간이 간당간당 마침 남친이 광주에 볼 일이 있어 나가있다길래 광주에서만나 울 새깽이들 간식바리바리 사서 결국은 근 한달만에 내 새끼들을 보러갔다
이번엔 처음으로 삼박사일이나 묵었고 또 일부러 새끼들과만 지내려고 아무도 안만나고 아무도 안데려간 길. 저 사진은 많이 편안해진 모습들이다만 씽씽이랑 아끼가 요즘 사이가 안좋다고 하고 많이들 날카로와져있다고 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역시나 호박이랑 아끼는 눈물까지 흘리고 울 바리는 너무 좋아 활짝 웃고 씽씽이랑 아끼는 서로 내게 오겠다고 으르렁거리고 싸우는데 진짜 울 새끼들 키우면서 그런 모습 처음 봤다. 얼마나 절절히 그리워했는 지가 온몸으로 느껴져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 지.
더군다나 울 씽이 삼박사일내내 자긴 할망이를 따라가겠단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는데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아 정말 내새끼들.
아까 전화해보니 씽이는 아직도 우울해 한다던데 데려올 수도 없고 한번 보러 내려가기도 넘 힘들고 가슴에 박힌 가시들이다.
그래도 삼박사일을 꼬박 함께 있어서인 지 많이 편안해진 모습들이라 다행이다
예전의 사야처럼 개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짱가놈은 무슨 개가 기다리냐고 하던데 개를 키워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 놈들이 얼마나 절절히 견주를 그리워하는 지.
사야의 이 예민함과 고통스런 삶이 결론적으로 이 짧은 시간에 개들을 이리 빨리 이해하게 만들었다만 개들에게도 인간만큼의 감정과 어느 정도의 지적능력과 각자의 성정이 있다. 아니 트라우마에 고통받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번엔 드디어 절집으로 바뀌었다는 장성집에 다녀왔다. '노란대문집'이라는 카테고리에 사야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곳. 사야의 손을 빌려 절집을 지으려고 했다가 결국은 쫓겨났다는 그 집. 폐허로 남아있던 것보다 의도대로 뭐 절집이라도 되어있는 게 다행이긴 했다만 또 막상 가보니 기분은 묘하더라는 것.
남친말로는 근사하게 바뀌었다고 했는데 근사하긴 절이 되었다는 걸 빼놓고는 여기저기 쓰레기에 개똥에 난리도 아니더라.
도대체 사야는 일년간 저기서 무슨 뻘짓을 해던 건 지. 허망했달까
사야가 정말 힘들게 일궜던 꽃밭은 저 꼴이 되어있다.
겨우 일년 살았다만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나름 삶을 견뎌보겠다고 한국에 나와 이혼도 안한 상태로 저 집에 들어갔을 땐 비장했었다. 저 집이 사야에게 여전히 특별한 의미인 이유다.
안정되고 보장된 삶을 포기하고, 그런게 사야에게 중요한 건 아니었으므로 저 산골에서 마음공부도 하고 벌키우며 산나물 캐먹고 그렇게 소박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리고 정말 스님이 공사한다고 그 난리를 치기 전까진 일찍 일어나 일하고 일찍자고 술도 덜 마시고 잘 자고 그랬었는데..
남친과 헤어진 마당에 뭐 욕하는 게 의미가 없어 참고있었다만 정말 그 두 분은 여전히 사야의 삶을 힘들게한다. 원래는 이천쪽으로 이사하려던 남친을 그 어머님 괜히 광주에 불교용품점하라고 바람넣어 직장그만두게 만들고 결국 담양까지 내려가게 된거다. 막상 돈을 대주시지도 않을거며 사야에게 빌리면 안되냐고 했다니 기가막힐 노릇. 어머님이 스님돈을 빼돌려 이 여주집을 사줬다는 이야기가 돈다는 것도 기함할 일인데 스님이 마누나랑 사십대아들(결국 그게 남친인데)을 먹여살리고 있다는 말이 인터넷까지 떠도니 사야로선 미치고 팔짝 뛸 노롯. 누가 멕여살려? 그거 사야가 했는데..
남친은 스님자식도 아니지만 어머님자식도 아닌데 그런 글들을 쓰는 인간들도 한심하다만 누가 키워달랬냐? 친부모를 알고도 침묵하고 있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남친이 스님인생을 망쳤다고 탓한다니
거기다 담양집을 구한 것도 남친이 운이 좋았고 그 쪽에 손벌린 것도 아닌데 그 돈도 복잡한 사연이야 있다만 결국 사야손에서 나갔는데 개들을 버리고(!) 담양절로 들어오라고 맨날 남친을 괴롭힌다니 그걸로도 모잘라 쫓아내놓고 왜 그때 니들 맘대로 나가버렸냐고 난리라니 가끔은 정말 제정신인 지 의심스럽다.
아니 자기가 무슨 권리로 남의 개를 버리라 마라 난리냐고?????
장성살 때 가끔씩 가던 담양온천, 장성집을 보니 맘이 하도 복잡해서 저 날 말고 다음 날 다녀왔다만 오랫만에 가니 정말 좋더라. 네 마리에 짓눌려 꼼짝도 못하고 잠을 자야했기에 몸은 정말 피곤에 쩔었는데 많이 풀리더라.
장성에 살았지만 늘 담양에서 장을 보곤 했던 관계로 담양은 여전히 정겹다. 자주 사다먹던 집에서 아구찜도 사고
고로쇠철이니 고로쇠도 한통사서 오랫만에 남도에 온 느낌을 제대로 즐겼다. 문제는 고로쇠당도가 엄청 떨어졌더라는 것.
돌아오는 날 아침 또 오랫만에 위통이 심해 깼는데 저 고로쇠물을 마셨더니 신기하게도 곧 가라앉더라.
또 신기한 건 개들과 그리 불편하게 잠을 자는데도 이번에도 또 저 집에서 엄청난 길몽을 꿨다. 남친은 아무래도 사야랑 저 집이 맞는 것 같다는데 두 번이나 길몽을 꾼걸 보면 그럴 지도 모르겠다.
담양에 다녀왔다니 둘이나 이번엔 안 싸웠냐고 묻던데 삼박사일 꼬박 붙어있으며 안 싸울 관계면 왜 헤어졌겠냐..^^;; 어쨌든 장성집문제며 스님문제며 사야에게 나름 부채감이 있는 남친은 개들도 없고 사야가 혼자 이리 힘들어하는 걸 무지 안타까와한다
이번에도 그게 어디 사는거냐고 버티는 거지, 하는데 그걸 누가 모르냐? 그 버티는 것도 신기하구만
원래는 교통편도 나쁘니 담양에 갔다 서울로 올라와 병원에도 갈 생각이었는데 새깽이들과 몇 일 지내다보니 만사 귀찮고 혼자있는 이 집으로 돌아오는 게 진짜 싫더라.
어쨌든 고맙게도 남친이 전주까지 데려다줘서 올라오는 길, 다행히 그 상해시절 친구놈이 청주에서 거래처사람들과 미팅이 있었다고해 우리집에서 술한잔 하기로 했다.
그래도 집에오니 여섯시간이나 걸렸고 어디 해외여행이라도 가셨는 지 지난 주말부터 비어있던 첫집은 여전히 비어있더라. 깜깜하고 텅빈 집에 들어오는 것도 싫지만 세 채 다 빈집에 들어오는 건 더 기분 이상하다.
사야가 먼저 도착했으므로 우리집은 불이 켜져있었는데도 나중에 온 친구놈도 기분 이상하다던데..ㅜㅜ
오늘 일어나보니 무슨 우렁각시도 아니고 고마운 친구놈 장작을 저리 많이 패서 또 저리 이쁘게 쌓아놓고 벌써 가고 없더라.
정말 사야가 '내 생애 첫 남자(male)친구'란 제목으로 글을 올릴까도 생각했을 정도로 좋은 친구.
얼마전 각자 술을 마시면서 문자를 주고받다가 그 놈왈 넌 정말 이런 쓰잘데기없는 이야기하며 술한잔 하기 좋은 친구인데 너무 멀리 있다는 거다. 그러면서 그래도 자기가 지식인이라는 일말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친구라는데 어찌나 짠하던 지.
뭐 짱가놈도 대리점한다고 몸으로 뛰고 있긴하다만 이 놈도 요즘 어찌나 힘들어하는 지 우리 나이가 그런 건가 참 안쓰러운 마음.
예전엔 늘 이 놈이 틀어놓는 티비소리에 깨서 짜증스러웠는데..^^;; 오늘은 도끼질 소리에 깨서 나름은 밥해준다고 나온건데 없길래 전화해봤더니 자는 널 깨울 순 없고 배고파 간다며 엄청 패놨으니 밖에나 나가보라고..^^
정말 같이 자도 넘 편하고 여자나 남자가 아닌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너무 좋다. 여자친구도 안그랬는데 지난 번 허리다쳤을 때 혼자가면 심심하니 찜찔방같이 가자고 졸라 어찌나 웃음이 나던 지..ㅎㅎ
담양에 가려 짐을 싸다 기적같은 일을 경험했다. 무슨 데쟈부현상처럼 이런 일이 또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가방 구석에서 발견한 저 쪽지.
용기를 잃지말고 다시한번 힘있게 해봐라, 뭐 이런 뜻이다. 무슨 신의 계시도 아니고 도대체 저 쪽지가 어디서 난건 지도 모르겠다만 한두번 들고 다닌 가방도 아닌데 어쩜 저런 문구가 갑자기 사야눈에 뜨인걸까
짐싸다말고 너무 신기해서 사진부터 찍었다. 지난 번에도 사야가 고국에 돌아와서 독일말로 위로받는다고 했었는데 무슨 행운의 편지처럼 저 낡은 종이에 찍힌 저 활자라니..
그래 삶은 또 이렇게 버텨가는 건가보다.
2013.03.01.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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