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삶에의 열정 사랑에의 열정

史野 2013. 3. 3. 22:13

사야가 이번 주말 행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마지막 글을 올리고 난 그 밤, 다혈질인 사야가 도저히 잠을 못 이루고 술을 마시다가 그리운 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 시간이 새벽 두시 반, 그리고 이런 저런 우여곡절끝에 그 남자를 결국 만난 건 새벽 네시가 넘어..^^

 

오늘 사야랑 통화한 누군가는 사야님은 과장이(!) 심해 새벽이라고 해도 그게 새벽인 지 아님 해가 중천에 떴는 지 가늠을 못하겠다고 하던데 정말 충격적이다. 사야가 오백년만에 어쩌고 표현을 쓰긴 하지만 그래도 사야는 진솔하다니까..ㅎㅎ

 

물론 술도 만땅 취하긴 했다만 그 새벽에 미친듯이 달려나간 이유는 당연히 그 남자랑 자기 위해서였다

사람마다 사는 가치관도 다르고 또 성에 대한 생각도 다르겠지만 사야는 늘 강조하듯이 섹스가 중요한 사람이다

아니 중요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아 정말 사람이 이렇게 변해갈 수도 있나 나는 이제 여자가 아니라 인간이구나. 싶었던 순간도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와 정말 자고 싶어졌고 그래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었다. 뭐랄까 아 너 아직 살아있구나 뭐 그런 느낌이었달까

 

당연히 그 누군가가 그 새벽 사야를 미치게 만들었던 그 남자, 그리고 사야가 외사랑한다는 그 대상. 사야가 정말 많이 좋아하는 남자

무슨 신파는 아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ㅎㅎ

그래 오늘 마지막회였던 그 내 딸 서영이에서 나오더라만 썼듯이 사야는 의외로 감정표현에 약하다

나이탓인 지 뭔 지는 모르겠다만 그 남자에겐 그래도 그 감정표현이란 걸 해보았다. 인간에게 다가가는 건 여전히 조심스러운 사야지만 말이다

 

사야의 외사랑은 법적으로 총각인 사야보다 훨 연하인 남자다. 사야나이가 있으므로 아무리 연하라도 이혼을 했다거나 아님 애가 딸렸다거나 뭐 이럼 무슨 여지라도 있을텐데 사야에겐 그것도 없다.

상대도 사야랑 잘 해볼 생각같은 건 없지만 사야도 없다. 그냥 그가 무진장 좋을 뿐, 그런 그와 뭔가를 해보고 싶기엔 이미 사야가 너무 많이 살았다

 

우짜든둥 그 새벽에 그의 집에 가 오랫만이라며 또 술마시며 이야기도 하고 근 서른 여섯시간 가까이 연락불통으로 지냈다

어제 저녁엔 서울에서 약속도 있었는데 거기다 고기공놈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날이었고 어쨌든 사야가 무진장 바빴어야 할 날인데 그냥 그렇게 여전히 폴더폰인 그 휴대폰에 밧데리도 없고 미친듯이 잠만 잤다

 

사야가 그런 인간이 아니므로 친구들도 난리났고 친구놈도 난리났던데, 거기다 친구놈은 서울로 온다던 사야랑 연락이 안되니 사야가 쓰러져 일주일만에 시체발견 뭐 이런 호러무비도 찍었다던데,  어쨌든 그랬다

약속시간에 안 나타나고 연락도 안되어 난리치던 내 친구들이 이 말을 들으면 기함하겠다만 그냥 미친듯이 새벽에 나간 토요일 그저 잠만 잤다

 

그런데 너무도 신기했던 게 요즘 알다시피 사야 컨디션이 엉망인데 이틀간 약도 안 먹었는데도 거기선 왜그렇게 잠만 오던 지

그 남자가 놀랠만큼 내 열 몇시간을 자고 또 자고 그랬다

그러면서 든 생각, 아 너는 정말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한 거구나

바꾸어 말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다는 걸 간절히 느끼고 싶은 사람이구나

아니 그걸 더 말하면 아 니가 말하는 잊고 산다는 건 이런 걸 의미하는 구나 이게 해결책은 아니지만 넌 정말 간절히 사랑받고 있다는 그 느낌을 여전히 갖고 싶은 거구나..

 

그리고 너는 여전히 살고 싶은 거구나

또 간절히 사랑받고 싶은 거구나

아니 사랑을 주고 싶은 데 그 대상이 없는 거구나

간절히 사랑받고 싶은 건 그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었구나

 

마흔 일곱이 된 여자가

여전히 남자랑 자고 싶고 또 사랑받고 싶고

해보지 못했으므로 과연 엄마가 되었다면

이 사야인생이 달라졌을까

 

만약 사야가 엄마가 되었다면 그 새벽에 남자랑 자고 싶은 욕망에 뛰쳐나가거나 뭐 그런 일은 안했을까

여전히 여자로서 인정받고 싶은 이 간절한 마음

아 이런 글을 쓰고 싶었던 건 아니다만 그냥 올려야겠다

 

사얀 우짜든둥 그 새벽에 미친듯이 나가는 사야가 맘에 들므로

그리고 여전히 섹스가 좋다고 외칠 수 있는 것도 좋으므로

사야야말로 살고 싶기에

섹스도 하고 인생도 논하고 그러고 싶으니까

 

아 정말 간절히 바라건데

사야나이가 육십살이 되어도 사야가 간절히 나 정말 남자랑 자고 싶어,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오늘 이런 글을 쓰고 싶었던 건 아닌데 횡설수설이다만

또 이 이야길 못 쓰고 넘어갈 순 없었다

 

 

 

 

 

2013.03.03.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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