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올렸듯이 짱가놈이 이번 주말에 충주에 모임이 있어서 여주에 들렸다 갈 계획이었는데 사야상태가 너무 나빠 미리 다녀갔다고 했었다.
오늘은 역시나 사야 컨디션이 엉망이었고 다행히 바람은 좀 불어도 날씨가 따뜻해 세 시간동안 잔가지를 주우며 땀깨나 흘렸다
그때 울린 짱가놈 전화, 이제 끝났다며 커피한 잔 줄거냐는거다. 장작을 패줄거냐니 다들 술이 덜 깼다네
냉정한 사야..ㅎㅎ 장작도 안패줄거면 뭐하러 오냐고 거절을 했다지.
잔가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어서 날씨가 좀 따뜻하면 땀을 흘리는데 바람이 불면 엄청 추워 감기걸리기 십상이다
술담배는 죽어라 하는 사야지만 그래도 감기걸리면 간호해 줄 사람도 없는데, 이럴 때만 자기관리가 철저한 관계로 잽싸게 들어와 맥주 한 잔 하는데 들렸다 가겠다고 전화가 또 왔네. 사야도 몇 번 만났던 적이 있는 친구가 장작을 패주겠다고 했다는거다..^^
짱가놈이 두 친구를 태우고 간다고 했으니 총 셋, 사야의 계산으론 하나가 다섯 개씩만 패면 열다 섯 개, 얼씨구나 했는데 막상 나타난 친구중 하나는 여자..^^;; 장작을 패주겠단 친구는 술이 진짜 덜 깼더라..ㅎㅎ
우짜든둥 여자분의 아드님도 왔는데 그 친구는 게임하느라 바쁘고 그냥 넷이 두 세시간 가까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공유한 세월도 다르고 산 삶도 다르지만 우린 모두 86학번이라는 걸로만도 말이 되긴 되더라..^^;;
물론 사야가 이리 혼자 버티고 버티는 동안 그들은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화염병을 던지고 지금도 여전히 정치에도, 노동운동에도 관여하고 역시나 더 나은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들 살고 있더라만...
근데 사야는 그렇게 산 적이 없으므로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들었으므로 그들을 바라보는 사야의 시선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가장 솔직한 심정은 참 부럽더라는 것.
같이 온 그 여자동기는 다리도 다쳤던데 어제 그 다리로 또 무슨 노동집회인가를 참석하고 늦게야 왔다더라
아들내미는 또 얼마나 착하던 지 일박이일 그 난리치는(?) 모임에 참석한 게 쉽지는 않았을텐데 사야네집에 와서까지도 어찌나 참을 성 있게 잘 버티던지..
어쨌든 그런 그들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 사야는 언급했듯이 스스로도 책임지는 게 벅찬 인간이므로 그저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에만 목매는(?) 인간이므로 그런 그들의 열정이 정말 부럽고 또 고맙다 그저 미안하지 않을 뿐.
왜 무임승차하는 주제에 미안하지 않냐고는 묻지마라 그럼 이야기가 너무 길어진다..^^';;
또 우짜든둥 오늘 이런 저런 이야길 그들과 하다보니 사야가 쓰고 싶은 이야기
서론이 길기도 했네..ㅎㅎ
사야는 정말 아직 오십도 안되었는데 끝에서 끝까지 대충 다 경험했더라는거다. 물론 사야보다 어린 누군가가 사야에게 사야님 배고픔을 경험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었는데 없다.
배고픔을 경험해본 적은 없다만 그리고 그건 사야 세대에 쉬운 일도 아니다만 아빠네 집 그러니까 친가가 너무 가난했으므로 그리고 사야도 가난했으므로, 유감스럽게도 사야친구중에 사야보다 가난했던 친구가 아무도 없다.
다음 주 그 중학교 일학년때 친구들 그리고 일곱명이 네 명이 되었는데. 알고봤더니 넷다 다 AB형이었다는 그 전설의(!)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그 때도 정말 그 친구들 집에 가면 짜장면이랑 탕수육이랑 뭐 그런 걸 시켜줬는데 우리집에선 감자만 쪄줬다..^^
그런 사야가 월 천만원가까운 월세집에 살았던 건 어찌보면 참 기적적인 일이다
뭐 그런 집에서야 살아볼 수 있겠지만 삼성가 재벌집딸 들도 사야처럼 툭하면 삼사주간 비지니스클래스로 세상을 돌며 여행같은 건 잘 못했을거다
왜냐? 그들은 일을 해야하니까..ㅎㅎ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보니 정말 그런 생각이 들더라
삶이란 뭘까
86학번들이니 다음 달이면 짱가놈이랑 만났던 것처럼 이젠 대학생이 된게 만으로도 27년이란 세월, 그것도 총 산 세월보다 반이 헐 넘는 세월이 흐르는데 그때를 기점으로 해서 우리가 산 세월은 도대체 누가 평가해주는 걸까
사야처럼 중학교 이학년때부터 엄마가 사야를 교육하길 포기한 삶, 잡다한 사정이야 많다만 상기했듯이 천만원 가까운 집에도 살아본 사야는 그게 아직 오십 년도 안된 사이에 일어난 일인데 그 간극이 너무 크다
물론 사야는 그 간극을 감당못 해 지금 이 여주에 쳐박혀 있는 지도 모르겠다만..ㅎㅎ
이 여주에 쳐박혀있으려고 돌아온 게 아니므로
사야는 요즘 날이면 날마다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오늘 짱가놈의 친구 여기 앉아 뭐하냐는데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또 하고 한다니까..^^
다행스럽게도 사야는 백번을 생각해도 한국에 돌아온 걸 후회하진 않는 다는 것
결혼해버린 남편이 너무 고맙다는 것.
그리고 간절히 그 둘이 행복하기를 누구보다 사야가 바란다는 것
안그러면 사야가 돌아가야하는 데 사야는 정말 돌아가기가 싫다니까..^^;;
아무리 시어머니가 그립고 남편이 그리워도 사야는 한국에서 죽고싶다
무덤도 필요없고 그냥 아빠옆에 뿌려지면 좋겠다 (울 식구들 이 말을 꼭 기억해줘라..ㅎㅎ)
울 아빠 사야에겐 멋진 아빠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리 좋은 아빠 아니었다
늘 멀리 떠나있었고 물론 막내딸인 사야를 이뻐라하긴 했지만 누구보다 엄마를 좋아라 했다지
누군가 밤에 전화를 했길래 못 받고 사야가 다음 날 물었더니 살아있나 싶어서더라.
이걸 귀엽다고 해야할 지 황당하다고 해야할 지
사야는 보장하건 데 절대 스스로는 안 죽는다
총맞았냐 어찌 버텨온 삶인 데 스스로 포기하게? ㅎㅎ
당연히 이렇게 술마시고 이렇게 버티다 죽어버릴 수는 있겠다
근데 그건 사야의 명이다
사야는 그것까지 어찌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사야는 죽음을 늘 느끼고 사는 인간인 관계로
매일 매일이 시한부환자인, 고통스럽게 매순간을 견디는 관계로
그래 이제 좀 말하자
사야의 병은 사실 매일이 시한부환자인 그거다
인생은 어차피 시한부 환자인데
사야는 그걸 매순간 느끼며 산다는 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걸 사십 년을 하고 있다는 거다...
2013..02.24.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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