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사야인생에서 이 천방지축인 사야를 꼼짝못하게 한 사람들이 딱 셋이 있었다
하나는 첫사랑놈 또 하나는 사야가 좋아했다는 선배 그리고 이 외사랑이다.
정말 그들앞에서 사야는 한마리 순한 양이다. 그들이 가진 묘한 카리스마가 있는데 사야를 그냥 무방비상태로 만든다.
신기한건 그 셋이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라는 거다. 아 앞의 두 사람은 전공이 같다는 아주 미미한 공통점이 있긴 있구나..^^;;
예전엔 그저 신기하기만 했는데 이번에 외사랑을 만나고 왔더니 좀 연구대상이란 생각이다
갑자기 사야의 잠재의식 그러니까 상처와도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더라는 것.
그런데 그렇게 꼼짝 못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엔 또 사야맘대로 한다는 것.
아무래도 정신과샘과 상의를 해봐야할 듯.
언어이야길 하며 썼는 지 모르겠는데 사얀 남편과 살때 잠결이건 취중이건 무의식적으론 단한번도 한국어를 써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가 독어를 하는 지 영어를 하는 건 지 헷갈렸을 때는 꽤 된다. 또 신기하게도 중국어나 일본어를 섞어 쓸 때는 있지만 독어나 중국어 뭐 이런 식으로 동서양언어가 섞인 적은 한번도 없다.
요즘 갑자기 독일어단어는 생각나는데 한국어 단어는 모르겠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정말 사야가 외국어를 쓰고 산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완벽(?) 적응을 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담양온천에 갔을 때 들어가기전 남친과 담배를 피우며 이야길(당근 한국어로)하고 있다가 옆에 개를 데리고 있던 어떤 남자가 개에게 무슨 말을 하는 순간' 어 저 사람 한국사람이다' 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거다. 기분이 참 묘하더라 왜 갑자기 그 생각이 들었을까.
내 잠재의식속에선 아직도 독일어가, 아니 한국생활이 적응이 덜 된걸까.
사야기억엔 이리로 이사온 후 남친과 한번도 함께 잔 적이 없다. 그런데 매일 싸우던 시절 남친은 아니라는거다. 그 일년간 한 열번쯤 함께 잤다는 거다. 그러면서 사야가 진짜 미쳤다고 뇌파검사가 필요하다나? 둘 중 하나가 진짜 미치지 않고서야 그게 어찌 말이 되냐?
사실 그게 정신과를 다시가게 된 이유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아니란다 가능한 이야기란다.
사야의 무의식이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그것만 취사선택해서 지울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지 않은가
사야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만 아니 인정할 수 없다만 그게 남친과 헤어지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서울에 집을 구했다니 사야가 이리 위태위태한 신경줄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시는 선생님께서 불면증이 찾아오기 전에 미리 약을 먹는 게 낫겠다하시길래 약과함께 이주간에 한번 상담을 받기로 한거다.
그런데 요즘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 이야길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가능하다면 사야의 무의식은 왜 이 많은 고통스런 기억들은 지우지 않는걸까
아니면 사야가 이미 지워버린 더 고통스런 기억도 있는 걸까?
기억력좋기로 주변에서 명성이 자자한 사야인데, 무슨 그런 쓸데없는 것 까지 기억하냐고 할 정도인데, 컴퓨터하드에 저장된 대화록처럼 때론 정말 구체적인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사얀 지금 삼일째 약을 안먹고 버티고 있다.
물론 누가 먹어도 별 상관은 없다는 미미한 약이긴 하다만 그래서 약을 먹어도 뭐 어차피 고통스러운 건 마찬가지다만 그래도 약을 먹고 안먹고가 심리적으로 큰 차이인데 요즘처럼 처절한 시점에서 이런 무모한 시도를 하는 이유는 뭘까.
역시나 사야의 무의식속엔 약을 거부하는 뭔가가 있는 걸까.
하도 정신과를 안가서 선생님과 나눌 이야기가 산더미인데 상담시간은 짧고 큰일났다.
정말 우리 정신과샘은 너무나 좋은데 선착순으로 이름적고, 기다리는 시간이 기본 두시간, 상담시간은 이삼십분, 그마저도 사얀 특별대우(?)라 간호사들 눈치도 엄청 보이는데, 거기다 대중교통을 (전 각하께서 거부하신 택시포함..^^) 이용하면 여기서 열두시엔 나가야 그나마 안전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데 아 정말 정신과가는 길은 너무나 험난하다.
2013.03.04.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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