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홍콩과 여주 그리고..

史野 2013. 2. 1. 17:02

오늘 잠시 댓글에도 썼지만 병원에 안 간게 아니라 못갔다.

그래서 또 여기다 수다나 떨어야겠다..ㅎㅎ

 

 

 

 

어제 세상에나 사야의 그 외사랑대상이 전화를 해온거다. 문자보내는 거나 전화하는 거 싫어하는 성격인데 잘 지내냐고 궁금해서 전화했다며 근 한시간 가까이를 통화했다.

사야가 마음을 접기로 했으므로 지난 번 사야가 전화했을 때처럼 가슴떨리고 뭐 그런 건 없었지만 ㅎㅎ 통화하며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또 술에 취해버리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지

그 놈은 늘 사야가 지식은 풍부할 지언 정 지혜가 그것도 삶의 지혜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쳐다보고 있으면 속터져 죽겠다나.

 

뭐 어느 면에선 맞는 말이다만 사야 스스로야 당근 삶의 지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그 놈과 내가 삶을 보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예를들면 그런거다

30일에 짐을 뺐지만 원래는 오늘까지가 계약기간이다. 어제 짱가놈이랑 통화하다가 돈을 받기전에는 절대 열쇠를 주면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아니 오년전에 오피스텔을 뺄때도 돈도 안받고 열쇠를 넘기고 오는 사람이 어디있냐며 이삿짐센터 아주머니도 뭐라 하셨다.

근데 사야는 그런 신뢰조차없이 삶을 산다는 게 슬프다 못해 싫다.  

 

 

 

 

그제 이삿짐센타분들도 잔금을 달라길래 선금으로 다 줬다고 했더니 연락을 못 받았다는거다. 전화해보니 돈받으신 분도 모르는 일이라네.

지금 사야처지가 현금찾으러 가고 어쩌고도 귀찮고 계약금 보내며 한꺼번에 다 보내버린 건데 그런 사람이 없다보니 확인하시는 분도 공하나를 못 보신거다.ㅎㅎ  

확인절차를 하시려던 아저씨 다른 분에게 이 분 딱 보면 모르겠냐고 말씀하신 게 맞겠죠 하며 기분좋게 떠나시더라.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 장작도 먼저 돈을 다 보내버렸더니 돈까지 다 받았는데 어쩌겠냐며 보내주신거다. 배달오신 분들 말씀이 요즘 하도 난로쓰고 펜션에서 바베큐하고 어쩌고하느라 나무가 모잘라 배짱영업이라나. 그래서 선금넣은 것만큼만 보내기도 한단다.ㅎㅎ

 

 

 

 

어쨌든 진도에 다녀왔더니 홍콩생각이 많이 난다. 이 것도 그 외사랑놈은 그만 과거에 얽매이라고 충고하던데 과거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그냥 삶의 일부분이었으므로 생각이 나고 또 말하게 되고 그러는거다..^^

아니 사야가 전남편이랑 십오년이나 살았는데 그리고 돌아다닌 곳이 얼마인데 그걸 다 빼고 무슨 이야기가 되겠냐고?? ㅎㅎ

 

홍콩생활을 생각해보니 신기하리만큼 홍콩이랑 여주생활이 닮았더라.

홍콩에서야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냥 지금처럼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거기다 차도 없었고 주변에 가게도 없었고 지금 하루종일 창밖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집이야 그 집이 두 배는 넓었고 바다도 멋지고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이 있었지만 이 집은 마당도 있는데다 수묵화처럼 자주 안개도 피고 사계절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 풍경도 사야는 좋다.

물론 뭐 외로왔기론 그 곳이나 이 곳이나 마찬가지이긴 하다만 그래서 어쩌면 더 홍콩이랑 비슷하단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지금은 찾아오는 사람이나 더 많지 그땐 지금보다 사람도 훨 적었으니 홍콩생활이 어쩌면 더 외로왔는 지도..

아 그러고보니 홍콩캐런님 부부는 잘사나, 가끔씩 혼자 나타나면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가 아니라 홍콩밤바다를 바라보며 발코니에 앉아 함께 술을 마시곤 했었는데.. 

 

 

 

홍콩집이야 아무리 구석이었더라도 택시타고 십오분이면 그 번화한 곳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이 곳은 택시를 타면 한시간반이나 걸려야 그 번화한 곳으로 갈 수 있는 시골이다만, 사얀 그런 집, 그리고 그런 곳에 살아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할 뿐 여기가 덜 답답하다.

 

위의 사진들은 기억하는 분들 계실 지 모르겠지만 홍콩집에서 보이던 풍경들, 절대 필터를 쓰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이다..^^ 당시는 독일어칼럼, 지금은 '애타는 독일어'라는 카테고리에서 가져왔다.

새벽부터 엄청 내리던 비는 그쳤는데 여긴 다시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저 풍경과 이 풍경을 보며 닮았다고 생각하다니 사야가 정말 특이한 인간은 맞는 것 같다.

나중에 사야가 살았던 동네들을 쭉 훓고 다닐 기회가 생긴다면 감사한 일이다만 꼭 한 곳을 빼야한다면 그게 홍콩이어도 무방할 만큼 그러니가 진도를 다녀온 것만으로 충분할 만큼 그리운 곳이 아니어서일 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체류기간이 가장 짧았던 곳이어서일 지도..

 

그래 또 이렇게 하루가 멀어져간다.

오늘은 보증금도 돌려받았고 서울집이 완벽하게 정리가 되었다. 직접 가지 않았으니 가스비며 관리비며 정산하는 내용을 동의하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스마트폰이 아닌 사야는 그걸 읽을 수 없어 또 생쇼를 했다..^^;;

 

그러고보니 그때도 보증금 돌려받고 친구놈에게 돈 빌려준 거였는데 그리고 그게 사야 인생 최초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준거였는데, 내 돈 떼어먹은 그 놈은 잘 사나. 돈잃고 친구잃고 인생공부 제대로 했었지.

벌써 사년이 지났는데 그리고 그때보다 지금 그 돈이 더 절실히 필요한데 그 돈을 다시 받을 수는 없겠지?

그 집 귀여웠던 딸내미는 올해쯤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려나..

 

분위기잡다 웃기는 이야기로 끝난다만 이거 말고도 어제 벌에 쏘인게 우습게 봤는 데 새벽부터 붓고 가렵고 난리가 아니다.

참 인생이란게 뭔 지 하루종일 신경쓰이고 긁고 난리를 치고 있다. 이렇게 작은 걸로도 불편해지고 짜증나는 게 삶인데 사야는 그것보다 더 골치아픈 문제도 일년 넘게 참으며 이런 글이나 쓰고 앉아있으니 미련한 건 지 대견한 건 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사야는 그냥 대견하다, 로 결론 지으련다..ㅎㅎㅎ

 

우짜든둥 이젠 이월이다

그리고 마무리를 짓는 동안 앞 집이 안보일 정도로 사위는 안개로 자욱하다. 먹으로 그린 그림에 그냥 물을 부어놓은 것 같은 분위기.

이월까지는 그래도 겨울이다만 그리고 사야가 좋아라하는 겨울이다만 서서히 봄은 오고있고 이 혹독했던 겨울이 나름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

 

 

 

아 너무나 친절한 사야는 수묵화에 물을 뿌려놓은 풍경이 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그 사진도 잽싸게 찍어 한 장 올린다..ㅎㅎ

 

 

 

 

 

2013. 02.01. 여주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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