썼듯이 어제 서울짐이 도착했다.
나갈 때는 짱가놈차로 실어날랐는데 매트리스사고 티비사고 식탁사고 어쩌고 하다보니 들어오는 짐은 결국 포장이사를 했다.
일년 전 이사를 나갈 때 사야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상주했던 건 아니지만 서울집이 없어졌다니 기분이 묘하다. 거기다 이렇게 여주에 완벽하게 혼자남기 위해 사야는 그 많은 돈을 썼던 걸까 허무하기도 하고 말이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안다 사야성격엔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오늘은 병원에 가야하는 날인데 내일이 정식으로 집을 빼는 날이니 겸사겸사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여행도 다녀오고 이삿짐도 들어오고 이래저래 피곤한데다 가장 중요한 건 오늘 날씨가 너무 좋더라는 것.
시골에서 살면 또 예민하게 되는 게 이 날씨인데 바깥일을 해야해서이기도 하지만 체감온도 차이가 너무난다. 아무리 추워도 햇살이 나면 괜찮은데 흐린 날은 정말 으실으실 하루종일 난로를 피우지 않으면 안된다.
이 날 잠에서 깨어보니 침대에서 바라본 거실햇살이 너무 좋더라는 거다. 그래 사진기 가져와 다시 누워 찍었다..ㅎㅎ
여행에서 돌아와 장작때문에 엄청 고생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래서 모아놓은 잔가지들을 다 소진했다.
고맙게도 이삿짐 옮기신 분이 장작을 좀 패주고 가시긴했지만 난로가 생명인 이 곳에서 나무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여담이지만 그 아저씨 들어오자마자 '여긴 무슨 카페예요?' 하시더니 사야더러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냐는 거다. 아니라고 했더니 함께오신 아주머니는 작가같단다..^^;;
아저씨왈 '예술을 하시는 분인 건 분명한데 도대체 어떤 예술을 하시는 분인 지는 감을 잡을 수 없다'고..하하하
한국처음 나왔을 때도 사람들이 사야를 무지 궁금해했다는 이야기 기억하시는 분 계실거다. 심지어 지난 일년 간 포도주 사다먹던 이마트SSM에서 일하시는 분은 궁금해 돌아가실 지경. 사야가 어쩌다 그 마트로 누굴 심부름보내면 사야심부름을 하는 지 귀신같이 알아맞추곤 뭐하는 분이냐고 묻더라지..^^;; 어쩌다 사야는 이런 미스테리형 인간이 된 건 지..ㅎㅎㅎ
우짜든둥 드디어 절단기 사용법을 익혀 나무를 잘라봤다. 너무 시끄러워 귀마개랑 방진안경등이 필요할 듯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단 간단하더라. 오늘 나무하고 있는데 뒷집 아저씨가 도와주러 오셨길래 절단기 샀다고 걱정마시라니 그 위험한 걸 어찌 쓸려고 하냐고 또 한 오바하시네..^^;;
사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도끼질을 익히는 건데 그건 아직 못하겠다.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해도 되지만 왠지 시골에서 그것도 여자가 혼자 독자적으로 살려면 도끼질은 필수란 생각.
엄밀히 가장 필수는 차를 사는 일인데 사정상 지금 돈도 없지만 지금 사야가 차를 사는 게 맞는 일인 지 아닌 지 판단을 잘 못 내리겠다. 차도 없는데 서울 집도 없어졌으니 여주에 갇힌 건 맞지..ㅎㅎ
하긴 사진기도 맛이 갔고 맛간 노트북대신 감사히 쓰고 있는 이 넷북도 왔다리갔다리 하고 아직 세탁기도 못산 주제에 차 어쩌고 논할 단계는 아니다만..^^;;
오늘 서울을 갔다면 아니 내일이라도 서울에 간다면 하루만에 돌아와야하니 차가 있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긴 할거란 이야기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아무리 산에 잔가지가 많으면 뭐하냐 줏어와야 쓸모가 있는 거지. 오늘 저 일곱봉지를 하느라 땀 엄청 흘렸다. 추워서 일하다 만게 몇 번인데 일하다 더워서 난리가 났다니 정말 이 이상기후를 어찌 받아들여야하는 지. 오늘 사야는 벌까지 쏘였다
내일 쏘였으면 2월이니 억울하지나 않지 세상에 무슨 1월 31일에 벌에 쏘이냐구??
벌써 시골생활 오년차인데 작년말에 말벌에 쏘이고 이번엔 꿀벌에 쏘이고 또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꽃은 없고 땀냄새나는 사야 주변을 빙빙 돌던 두 놈이 잠시 담배 한대 피운다고 벗어놓은 장갑속에 들어가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냐.
이건 절단기로 잘라야하는 나무들. 저래보이지만 저거 옮기느라고도 죽는 줄 알았다..ㅜㅜ
이것들은 톱으로 잘라야하는 것들. 저 중 반이상은 벌써 오늘 다 잘랐다. 이것 저것 하다보니 다섯 시간이 훌쩍. 힘은 들었다만 그래도 무진장 뿌듯하더라.
안타깝게도 오늘 딱따구리는 안보이더라만 요즘은 멀리서만 먹던 저 큰 놈이 드디어 데크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찌나 예민한 지 안에서 무슨 소리만 나면 포르르 날아가버리지만 말이다.
그래, 이렇게 김광석의 노래처럼 또 하루가 멀어져간다. 내일은 비 소식이 있으니 서울 병원에 다녀오게 될 지 아님 난롯불 피워놓고 음악이나 듣게 될 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곧 죽어도 이삿짐 정리한다는 말은 안한다..ㅎㅎ)
이 일년의 시간, 사야에겐 어떤 의미였을 까 과연 사야는 정말 사야가 원하는 바 대로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한국에 돌아올 땐 이 여주구석에서 혼자앉아 나무한 걸 뿌듯해 하며 살고 있을 거라는 걸 상상도 못했는데 인생은 정말 재밌다.
혼자임을 버텨내지 못했던 사야가 술을 먹건 약을 먹건 전화로 누군가를 괴롭히건 이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곳에서 삼개월을 버텨냈다는 건 정말 기적같은 일이다.
이젠 도망가버릴 서울집도 없는 데 앞으로 사야의 인생은 어떻게 진행될까
그게 가장 궁금한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사야 자신이다..ㅎㅎㅎ
2013.01.31.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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