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뼈아픈 인연

史野 2013. 1. 12. 18:00

어제 담양에 갔다가 아주 안좋은 일이 있었다

남친이 너무 화가나서 소리소리지르고 뭔가를 집어던지고 그랬다.

예전엔 그런 상황이 너무 공포스럽고 누군가는 제발 이 모습을 한번은 봐주길 간절히 바랬던 적도 있었는데 어젠 친구놈도 있었고 물론 그래서 공포스럽지까진 않았지만 남에게 보일 모습도 아닌 그저 슬픈 모습이더라지.

 

썻듯이 남친은 정말 마음도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다. 사야가 이 아픈 인생을 견뎌내듯이 그 불행한 과거를 절에서 자라서인 가 신기할 만큼 역시나 잘 견뎌내고 있는 사람이기도하다.

 

물론 남편하고 이혼도 안한 상태에서 돌아가게 될까 겁이나 장성으로 짐을 싸들고 내려가긴했다만  그래도 각자 아픔이 있는 사람들끼리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어차피 소용없는 말이다만 지금도 가끔은 우리가 장성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우린 여전히 잘 살고 있을까, 스스로에게도 주변에게도 묻곤한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심지어 그 상해놈와이프는 '언니가 이혼을 했다는 사실보다 그 아저씨랑 산다는 게 더 충격적이다' 라고 했을만큼 우리는 사실 잘 어울리는 커플은 아니었지만 일단 둘다 착한 사람들이니까 잘 살아낼 수 있을거라고 아니 지금도 누가 정말 사야에게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사야가 아무말이나 마구 올리는 것 같지만 그건 사야의 문제고 남친의 사생활도 있으니 이런 저런 이야길 다 여기 올릴 수가 없었다.

아니 헤어지기로 결심하기전까진 그 친한 올케언니에게도 말 할 수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건 남친입장이 아닌 사야입장에서의 이야기들이다. 사야를 위로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다 사야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고 말이다.

연양리 시절도 너무 힘이 들었는데 당시도 정신과샘이랑 고기공놈말고는 어디 말할 곳도 없었다. 고기공놈이 사야에게 소중했던 이유중 하나가 고기공놈은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는 것.

착하기로 따지면 또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 놈은 괜히 자기가 광주가자고해서 (거기서 만났으니까) 언니가 이렇게 힘들어진 것 아닌가 미안해 하기까지 하더라지..-_-;;

정신과샘도 그렇게 어찌 살겠냐구 여러번 우려를 내비치셨는데 결국 여기까지 온거다.

 

어쨌든 사야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중 하나가 우기는 거다.

얼마전 그 친했던 콘트라베이스하는 친구랑 끝난 이유도 그 친구가 사야랑 고기공놈이 자기음악회에 왔다 중간에 나가버렸다고 우겼기 때문이다.

알콜성치매 어쩌고 글을 올렸다만 그건 요즘 술을 왕창 마셨을 때의 일이고 사야는 때론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 혼자간것도 아니고 고기공놈이랑 같이 갔는데 중간에 나가버렸다고 우기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

 

물론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남친과의 싸움도 그 우기기에서 비롯되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막혀버리더라는거다. 그럼 남친은 흥분하고 사야도 분노하고의 반복.

사야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남친과 싸우다보면 자꾸 사야가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했던 엄마의 단점들이 내 안에서 그대로 나오더라는 것.

정말 그런 자각은 불에 덴듯 사야를 너무나 아프게했고 당연히 남친에겐 너무나 미안했고 뭐 그런 악순환..

 

그러다 그때 이년이개월만인 가 담양이랑 장성다녀오고 어쩌고 두달 간 글을 안 올리고 있었을 때쯤 실이 뚝 끊겨버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

거기가 그 쪽에선 무슨 개 풀뜯어먹는 소리도 아니고 남친어머님이 돈을 빼돌려 이 여주집도 사주시고 우리 생활비도 대고 있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거다.

 

아 그 모든 자세한 이야기들을 여기 쓸 수는 없다. 그리고 사야가 잘했다고 이해받고 싶어서 쓰는 글도 아니다

할 말은 사야도 너무 많은데 어제 남친이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보면서 ' 아 저 남자는 여전히 쌓인 게 많구나, 우리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슬프고 복잡하고 뭐라 이루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며 정리를 해보고 싶은 거다.

아니 친구놈차를 타고 그 먼 길을 올라오며 자조적으로 ' 어쩌다 사야인생이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한탄했다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이겠다.

 

사실 남친과 나는 울 새깽이들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끝났을 수 있는 관계,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면 절대 이해못 할 관계다.

어제도 소리소리 지르며 나가라고 난리길래 그럼 내 새끼들 내놓으라고, 그랬다지..ㅜㅜ

 

남친이 매일 잘난척(?)하며 하는 말 중 하나가 사야랑은 살아봐야안다, 이다. 맞는 말이다 사야가 얼마나 아픈 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 지 살아봐야아는 건 맞다. 근데 사야에겐 십오년을 함께 살아본 남자가 있어서, 그건 절대 병이 아니라고, 네가 마음이 따뜻해서 그런거라고 자기가 피를 무서워하는 것처럼 그저 예민함일 뿐이라고 인간은 누구나 그런 연약한 면 하나쯤은 가지고 산다고 말해주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게 진짜 다행이다.

 

문제는 전남편이 그래서 사야를 포기하지 못했던 것처럼 같은 이유로 남친이 사야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걸 사야가 누구보다 잘 안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야가 남편을 포기하고 온 것처럼 사야는 남친과 함께 살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안다. 아프도록 안다.

그래서 지금 정말 많이 아프다. 남친도 사야에겐 남편만큼 고마운 사람인데 거기다 사야에게 가족보다 소중한 새깽이들을 역시 같은 마음으로 키워주고 있는 사람인데 이렇게 서로에게 남는 건 상처뿐이라니..

 

너무 힘이 들어서 새깽이들 보며 위로받고 싶었던 건데, 그래서 술 취해서 친구놈에게 떼도 쓴 건데,

친구놈은 얼마전에 허리를 다쳐서 장시간 운전이 힘든데도 가준 건데, 일어나마자마 밥도 못 먹고 올라오느라 친구놈에게도 미안

그 난리를 치느라 놀랜 울 새깽이들도 걸리고.. 울 새끼들은 인간이 아니니 양육권소송을 낼 수도 없는 문제..

친구놈말처럼 안주겠다는 데 굳이 데려다 어쩔거냐는 말도 문제.

 

사야 성격상 두고 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는데 이번엔 정말 대박을 치고 왔다.

사야가 자주 쓰는 말이지만 그 놈의 몹쓸 정,

어차피 살아가는 일이야 정을 주고 받는 일이겠지만 사야가 조금만 덜 예민했다면 사야인생을 정말 많이 달라졌을까

 

어제 서울 오피스텔이 나갔다. 정식으론 2월1일까지인데 늦어도 1월 26일 오전까지 짐을 빼주기로 합의했다

어차피 당시야 남친을 피해 도망나갔던 거였으니 (어쩌다 사야인생은 엄마를 피해 남편을 피해 남친까지 피해 도망다니는 인생인지..ㅜㅜ) 이젠 서울 집을 빼는 게 당연한 거 같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이주후면 서울 집이 없어진다니 그것도 마음 복잡하긴 매한가지.

 

보증금이 빠지면 작은 중고차하나 살까 고민중인데 그러면 사야인생이 달라질까

모님말씀처럼 사야에겐 절실히 안정적인 월수입원이 필요한데 차가 생기면 그게 쉬워지고 또 사얀 이 곳에서 잘 견딜 수 있을까.

아님 남친이 닥달하는 것처럼, 정신과샘이 충고하는 것처럼 더 늦기전에 재혼이라는 걸 해버리는 게 안전한 걸까

(아 누구인생 말아먹으려고 재혼? 이렇게는 말하지마라 사야랑 살았던 두 남자 다 '앞으로 절대 당신같은 사람은 만나지 못할 거다, 란 전적이 있는 나름 괜찮은 인간이다..ㅎㅎ)

 

우짜든둥, 사야가 좋아하는 이 우짜든둥..^^;;

사십오년하고 반, 고작 살아놓고 파란만장하기도 하다

건강할 수만 있다면 어쩌면 앞으로 그 만큼의 세월을 살아야할 지도 모르는데 ( 너처럼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하냐고 웃지도 마라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니까..ㅎㅎ) 너무 위기가 길다

 

사야가 말하는 마지막 노력

그래 이게 딱 그건지도 모르겠다..

 

 

 

 

2013.01.12.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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