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ㅎㅎ

史野 2012. 12. 25. 15:40

사야가 무슨 홍길동은 아니다만 선거하고 서울가서 고기공놈커플만나 좋은 시간보내다 선거결과보고 완전 열받는 일 발생.

다음날 정신과에 갔지만 뭐 정치이야기하러 간건 아닌데다 대기실에서 박씨집안 찬양하는 이야길 듣고 있자니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선거결과가 내가 원하는 바가 되었으면 서울에서 볼 일도 좀 보고 할 생각이었는데 이것 저것 다 귀찮고 답답해서 새깽이들 좀 보면 나을까 담양으로 갔다. 

 

 

 

새끼들 보러간 거였는데 갑자기 무슨 손님이 나타나는 바람에 새깽이들하고는 제대로 인사도 못나누고..ㅜㅜ  집구조가 어디 피해있을 상황도 아니어서 난감했던 첫날.

이틀내내 함께 자고오긴했지만 새깽이들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난다. 자꾸 손이며 얼굴이며 핧아대고 옆구리깊숙히 파고들던 녀석들. 그리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보이는 눈빛, 개들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특히 울 씽씽이 자기를 또 두고 그냥 갈까봐 옆에 딱 붙어서는 어찌나 사람을 가슴아프게 하던 지..

 

 

 

상해멤버가 장성도 아니고 여주도 아니고 이젠 담양에 모였다. 사진올릴때 모자이크해달라던데 스스로 했네 뭐.ㅎㅎ

원래는 저 놈이 첫날오기로 했었는데 차사고가 나는 바람에 다음날 도착.

일요일에는 누가와서 함께 여행을 하고 크리스마스까진 담양에 있을 생각이었는데 일요일에 저 곳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도저히 차가 나갈 수가 없는 상황.

 

 

 

어차피 손님이 올 상황이 못되기도 하고 친구놈이 여주까지 데려다준다길래 나도 그냥 가기로 결정. 친구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에 가야한다고해서 저리 렉카차까지 동원하는 사태발생. 진짜 별일을 다해본다..ㅎㅎ

원래는 내장산을 넘어야하는데 그쪽 길은 엄두도 못내고 돌아가는 길인데도 저 정도이니 울 새깽이들 정말 깊은 산속에서도 산다..^^;;

너무 급하게 따라나서다보니 세수도 못하고 신발봉지를 들고온다는 걸 남친건전지봉지를 싸들고 왔더라..ㅎㅎ

 

 

 

친구놈이 요즘 중국출장이 잦아 책한권을 부탁했다. 원래 읽고 싶은 책은 따로있었는데 딱 그 책만 없더라나. 그럼 그냥 아무거나 얇은 책하나 들고오라니까 저걸 들고 나타났다. 예전에도 노벨문학상받은 사람책을 시누이에게 부탁해놓고 아직도 안 읽고 있으면서 무슨 욕심인 지 모르겠다.

이 것도 어쩌면 사야가 끊어내야하는 집착의 한 종류일 지도..

 

 

 

서울가기전 이지님이 말씀하신 새모이주는 법을 대충이라도 만들어놓고 갔더니 진짜 새들이 와서 먹더라. 문제는 저 왼쪽놈들을 멕일 생각이었는데 오른쪽 큰 놈들이 와서 먹으며 작은 새들을 자꾸 쫓더라지..ㅜㅜ

 

어쨌든 다들 혼자있지말라는데 크리스마스도 혼자 함 보내보기로 결정. 사실 다른 날과 다르지않은 거라고 혼자살려면 이런 의미를 부여하는 날에도 심상해져야한다며 대낮에도 영하 7도의 날씨에 딱따구리랑 놀며(?) 나무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강원도로 가서 주말부터 이틀간 벌써 놀것 다 놀았다는 이 예비부부. 막상 크리스마스이브인데 갈 곳이 없더라나. 고기공놈은 내가 담양에 있는 걸로 알고있던 상황.

그냥 서울가긴 왠지 억울해서(?) 여주 신륵사라도 들려볼까 하며 전화한거라는데 예상을 깨고 이 사야언니께서 여주에 계시더라는 거지.

신나서 와서 자고가겠다는 놈들에게 혼자있어볼 기회도 안주는거냐고 구박했다...하하하

손님맞을 준비가 전혀 안되어있던 관계로 고기공놈이 직접만든 스파게티로 이브만찬을 대신했다. 저거 사야가 전수해준 건데 청출어람이라고 맛있더라...ㅎㅎ 저 놈이 결혼을 하긴하나보다 여태 사야가 저 놈에게 직접 음식한걸 얻어먹어본 건 처음이다..^^

 

 

 

 

이번여행에서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한다고 준비한 저 위의 초와 이 크리스마스트리도 재활용하고 난로피워놓고 우리집 빵빵한 사운드로 음악들으며 아주 건전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깜짝쇼를 할 생각이었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라 모두 함께 준비했다는 것도 웃겼는데 기타까지 준비해와서 품잡고는 이승기의 나랑 결혼해줄래, 를 연습을 못했다고 딱 한소절만 불렀다는데 뒤로 넘어갔다..하하하

감동의 프로포즈도 괜찮지만 두고두고 웃을 수 있는 프로포즈도 뭐 나쁘지 않지..

사람이란 참, 이쁘게 볼려고 하니 저기 앉으니 꼼짝도 하기싫다고 리모콘만 쥐어주면 딱이겠다고 투정(?)부리는 것도 귀엽더라지..^^;; 

 

 

 

아침에 일어나니 온세상은 정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더라.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딱따구리도 인사시키고 머스마가 왔으니 도끼질도 좀 시키고..ㅎㅎ

 

 

예전 떠돌며 살때 손님이 오면 오는대로 또 가면 가는대로 좋았었는데 지금 사야기분이 그렇다.

혼자인 걸 그리 못견뎌하던 사야가 벌써 혼자인 것에 익숙해진걸까. 아님 사야의 상처가, 병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걸까

이 번에 정신과샘에게 병명 좀 알려달라고 했다 놀림만 당했는데..^^;; 사야에게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긴오는 걸까

 

참 이번에 담양에서 새깽이들때문에 자꾸 뒤척이며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중간에 아주 특이한 길몽을 꿨는데 남친이 아무래도 자기꿈을 대신 꿔준것 같다고 해서 만원에 꿈을 팔았다. 팔다팔다 꿈까지 판다..ㅎㅎ

그게 남친꿈을 대신 꿔준거건 내 꿈이건 남친도 나도 일이 잘 풀리길 아니 힘들어하는 내 주변사람들 일이 다 잘 풀려 웃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2012.12.25. 여주에서...사야

 

고기공놈이 보낸 사진이 있어 한장 바꾸고 한장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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