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썼듯이 사야는 요즘 나뭇가지하러 다니고 톱질하고 그러며 소일하고 있습니다
영하 삼사도의 날씨라도 햇살만 비추면 일하는데 큰 지장은 없거든요. 나가서 한 세시간정도 일을 하면 정말 아무생각 안 들뿐더러 기분도 좋아지구요.
문제는 그제부터 집안에서도 톱질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속은 시끄러운데 뭔가 집중할 게 필요했거든요.
근데 그게 예상외로 괜찮더라는 겁니다.
황당했던 건 마침 그때 조수미가 부르는 모짜르트라는 씨디가 돌고 있었는데 (저희 집은 씨디가 다섯개 들어가는 플레어이입니다) 가사가 아닌 완벽한 고음으로 아아악악악악아 뭐 이런 부분있잖습니까?
예전 소프라노 싫어해서 오페라도 안가시던 울 시아버님이 그래도 조수미목소리는 들을만하다고 하시던 나름 검증된(?) 평소엔 듣기좋은 목소리인데 그걸 한 여자가 그러니까 사야가 어떤 외딴 집에서 밖은 깜깜한데 다른 것도 아니고 톱질을 하다 들으니 기분이 아주 묘하더라는 거죠..ㅎㅎ
아 이건 뭐 공포영화에 나오는 시체토막사건도 아니고 말이죠..하하하
이렇게 잘라놓는데 힘은 들어도 태우면 순식간이긴해도 참 뿌듯합니다. 뭐 어차피 죽어라 돈벌어서 그 돈으로 옷사입고 술마시고 뭐 그런 비슷한 맥락인거죠.
저 웃기게 생긴 건 톱질하는데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힘들었던 만큼 조금 더 오래 탄다는 장점은 있네요..^^
이건 오늘 제가 작업할(?) 양입니다. 두 개 합해 네 번의 톱질, 대충 한시간은 필요한 길이네요
사실 불쏘시개용으로 잔가지가 많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만 크기가 다른 불을 피울때마다 또 다른 느낌이 나거든요.
새로운 취미라고 할 수는 없으나 요즘은 손세탁도 합니다. 이거 완전 원시수준으로 돌아간건가요?
지난 10일 톱질하는데 나타난 전기검침원 너무나 놀래면서 이번 달 저희집 전기료가 이만얼마라는 겁니다.
사야네집 특성(?)상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긴해도 안그래도 긴축재정을 하는 마당에 너무나 감격했더랬죠
검침날이 10일이니 여태 그럼 우리집 전기는 남친이 다 썼나 이게 왠떡이냐하면서요..ㅎㅎ
그런데 생각해보니 세탁기가 없어진 걸 잊은 겁니다. 남친에게 딸려보냈고 아직 안샀거든요. 오박육일 집을 비우기도 했었고 이래저래 누진세 적용도 안되어 일어난 헤프닝이었던 겁니다..^^;;
우짜든둥 나름 의식(?)있는 사야는 목욕물은 늘 아까와해 여기저기 쓰긴하는데 샤워물을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세탁기도 없겠다 따뜻한 샤워물로 이불빨래를 해보자 했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인간이 발명한 물건중 세탁기가 가장 위대한 물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이 곳은 집 바로 뒷쪽 제가 잔가지를 해오는 곳입니다. 여름에 위험하다고 뒷집아저씨가 나무들을 엄청 잘라놨답니다. 물론 엔진톱을 갖으신 아저씨가 중요한 부분들은 거의 가져가시고 제가 그 남은 것들을 줏어오는 거죠.
근데 잔가지를 꺾고 줍고 하다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인 줄 몰랐는데 알고보니 딱따구리였더라구요
예전에 절같은 곳을 걸을 때 소리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본 건 처음입니다.
딱따구리는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는 지 개의치않고 할 일을 하시더라구요..^^
이렇게나 이쁜 새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똑딱이카메라인데다 줌을 너무 당겨 색이 제대로 안나왔습니다만 생각보다 크지 않으면서 화려하고 예쁜 새더라구요. 며칠 째 저기서 내 딱딱거리고 있는 걸보니 저기에 둥지를 튼 건 지 너무 신기하기만 합니다.
저 놈이야 제게 관심도 없지만 저는 가끔씩 저 놈에게 말을 거는 재미도 쏠쏠합니다..ㅎㅎ
아 동영상도 있는데 안 올라가네요
저 놈이 저기 오래도록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마당에 드나드는 새들을 위해 쌀도 뿌려놓았는데 이 놈들이 알고 올까 그것도 궁금합니다
요즘은 고라니 새끼 두 마리도 이 근처에 얼씬거려 먹이를 주려고 찾아봤더니 건초며 칡뿌리며 다 먹는다네요
여긴 널린게 칡뿌리니 먹이는 주는 게 아니라 아는 척 안해주는 게 도와주는 거다 싶습니다..ㅎㅎ
네 또 이렇게 사야의 날들이 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씽이도 없이 혼자지내는 지도 이제 벌써 일주일이네요..^^
2012.12.13.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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