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큰언니가 백만년만에 전화를 했다.
요지는 사야가 꼭 이 집을 팔아야한다는 것.
얼마전엔 작은언니가 전화해서 강력히 주장을 하고 또 얼마전엔 올케언니가 모여서 그런 이야길 했다며 조심스레 묻던데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있는 울 큰언닌 본인이 아는 부동산지식까지 총동원해 거의 협박(?) 수준이더라.
안다 다들 사야를 걱정해서 그런다는 걸, 세상물정 잘 모르는 사야가 조금은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를 원해 없는 시간 쪼개가며 고민하고 전화까지 해줬다는 걸.
근데 사야는 그게 왜 안 고맙고 섭섭하기만 한걸까.
댓글에도 잠시 언급했다만 이 집을 팔고 평촌으로 이사하란다. 평촌에는 작은 언니가 살고 있고 사야의 친한 친구인 승호엄마도 산다. 고기공놈이 청계천으로 이사오지 않았다면 안양이 집이었으니 아마 고기공놈도 옆에 살 수 있었을거다.
근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않는가 평촌이 인프라가 잘되어있고 어쩌고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만 평촌은 사야에게 낯선 곳이다.
너무나 황당하게도 울 큰언니 이 집에서 나오는 걸 낯선 곳으로 가는 걸 두려워하지 말란다.
넉넉히 잡아줘도 지구인구 구십프로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있어도 사야에겐 그런 말을 해선 안된다.
도대체 사야가 한국에 돌아온 가장 궁극적인 원인이 뭔데 그리고 사야가 한국에 돌아와서 그 낯선 전라도 장성까지 갔다 또 여주 연양리까지 왔다 여기 오기까지 이십년동안 사야가 하고 산 일이 뭔데
어찌 우리가족들은 지난 번 오빠도 그렇고 남들보다 사야를 모르는 걸까
아무리 떨어져 산 세월이 길었어도 그렇지 이건 거의 완벽한 무관심 수준이다.
이 나라 저 나라 떠도는 게 힘들어서 아니 십년간 더 떠돌자고 하는 남편의 말이 겁나서 한국에 돌아왔다.
장성에서 평생 살게될 줄 알고 내려가 죽어라 일했지만 그게 아니었고 연양리집에서도 전세집이었지만 죽어라 일했다
그리고 온게 이 집, 정말 이사 좀 그만다니고 정착하고 싶었던 사야가 생애처음으로 구입을 한 집.
사야나이 마흔여섯 한달도 안남아 마흔일곱,
도대체 이십년동안 같은 나라,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우리 언니들은 과연 그동안 사야가 어떻게 살았는 지 알긴알까
많은 것을 바란 건 아니었다
그냥 진심으로 잘 지내는 지 궁금해하고 혼자 이 집에 있는 걸 좀 대견해해주고 빈말일지언 정 너혼자 지내는데 우리가 함 가볼까
그런 말이 그렇게 힘든걸까
여담이지만 올케언니 전화했을 때 왜 작은언니가 나를 옆으로 오라는 거냐고 김치라도 담가준대요? 물었더니 ' 사주기라도 하겠죠?' 하더라
그 말을 전했더니 울 작은언니는 한술더떠 그러데' 무슨 소리? 니가 내 김치를 담궈줘야지' 하하하
그래 웃는다
사야에게 이 집은 어찌보면 사야의 보루다
혼자 버티지 못하는 인간이 개들도 다 보내놓고 여기서 이렇게 버티고 있는 건 이 곳이 내 고향이기때문이다.
울 언니 자기처럼 열살넘게까지 산것도 아니고 두 살에 떠났으면서 그게 무슨 고향이냐고 비웃던데 꼭 그런 문자그대로의 고향이라기보다
내 집, 내가 맘대로 할 수 있고 한국말도 쓸 수있고 조금의 세금만 내면 그냥 편안할 수 있는 공간
이 넓은 지구에서 내가 이 땅 주인이오 외칠수 있는 백평. 나만의 공간.
어제도 오늘도 이 영하의 날씨속에서 세 시간 가까이 나뭇가지를 모이고 톱질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울 언니 겨울은 어차피 집이 안나가니 겨울이 지난 후에 바로 내놓으라는데
그래 사야도 여러가지 사정상 고민이 많은 건 맞다만 내가 미쳤냐?
지금 겨울을 온전히 보내는 것만으로 사야에게 인생최대 목표인데 꽃을 가꿀 수 있는 봄이 올 때 이 집을 팔게?
사야는 간절히 정착이 하고 싶었다
물론 지금 상황이 다르게 변하긴 했다만 그리고 사야도 이 외딴 곳에서 혼자 지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만
그냥 사야가 결정할 때까지 아니 견뎌낼 때까지 응원해주면 안되는 걸까
사야가 이렇게 병이 든건 나를 낳아준 엄마조차 내 편이 아니기때문인데
다른 가족들마저 나를 정말 모르는구나
내가 뭐와 싸우고 있는 건 지 그 겪어온 세월이 뭔지 그 정도로 무관심했구나, 란 느낌은 많이 서럽다.
결과에는 늘 원인이 있는 법
난 도대체 그동안 뭘 그렇게 잘못한거니?
이건 좀 해도해도 너무 한거 아니니?
근데 백만번을 생각해도 내가 가족들에게 미안해하기엔 너무 억울하다
조금만 정말 조그만 이해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엄마가 말하는 것처럼 내가 한국에 돌아와 신경쓰이는 거라면
그건 유감스럽게도 절대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나를 그렇게나 모를 수가 있니...
2012,12.12.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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