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눈때문이죠.
아무리 눈때문에 불편을 겪어도 그래도 함박눈이 처음 내리는 날에는 누구라도 잠시는 설레는.., 또 첫눈오는 날 만나자던 약속같은 것을 어렴풋이 떠올리기도 하는..
그것도 없으면 러브스토리 영화나 겨울연가같은 드라마라도 생각나는..ㅎㅎ
수요일 눈이 어마어마하게 내렸죠. 사야가 이 오피스텔을 다시 들어온 이유가 이 답답한 공간에서 그나마 전망이 좋다는 거였는데 몇 달 전부터 저리 변수가 생겼습니다. 제가 결혼하기전부터 있던 오래된 호텔을 부수기 시작하더니 거기에 대형 오피스텔을 짓는다고 이젠 또 무지막지하게 땅을 파기 시작합니다.
안그래도 심란한 시간들 소음도 소음이지만 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더 심란하던 날들었습니다.
수요일에 이사를 들어오겠다고 했지만 눈이 너무 와 이사를 들어왔는 지도 모르겠구 고민을 하다가 서울이 이 정도인데 여주는 어떨까 설사 혼자라도 이 풍경을 놓칠 순 없다, 싶어 그제 밤 내려왔습니다.
짐을 챙기는데 마침 연락을 주신 분이 계셔서 함께요 재밌었던 건 제가 여주간다는 걸 여수간다고 문자를 대충보내 이 분은 바다가 보고싶어 오케이하셨다지만요..하하하
어제도 눈이 내려 흐린 날씨였긴 합니다만 정말 너무 아름답더라구요. 난로피워놓고 풍광보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참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역시나 블로그인연이고 처음으로 만난 건 제가 한국으로 돌아왔던 그 해 겨울이니까 정확히 오년만에 다시 뵌거네요..^^ 저랑은 참 많이 다르신 분인데 ' 당신이 매순간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 지 잘 알기에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 라고 말씀해주시는 고마운 분이죠.
어젠 사실 제게 또 미치도록 괴로운 일이 생긴 날이라 그 분은 그냥 함께 서울로 가면 어떻겠냐 하셨는데 그냥 남았습니다. 그 기분으로 오피스텔에 쳐박혀있으면 더 미칠 것 같더라구요. 그 핑계로 또 술을 진창 마신 후 일어난 오늘아침
너무 추워 잠에 깨어 비몽사몽하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쳐다보니..
세상에나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더라는 겁니다. 물론 눈뜨고 확인한 침실온도는 11.6도 였지만요..^^;;
정말 온세상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더라는 거죠. 음악을 틀고 커피를 갈아마시며 '그래 펜션하나 통채로 빌려 눈구경하러 왔다' 생각하자 마음먹었죠..^^ 물론 순간 어떤 정신나간 여자가 마당딸린 펜션을 혼자 빌리겠냐란 생각이 안든 건 아닙니다만..ㅎㅎ
아 정말 누구하나 밟지않는 순백색의 눈이 햇살에 빛나구있더군요. 물론 저길 울 씽이가 있었다면 얼마나 신나서 뛰어다녔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울 쌔깽이들이 없으니 마당에 쌓인 눈도 이리 온전하네요..^^;;
겨울이 오기전에 저리 칠을 한 것도 너무 잘했단 생각이 들더군요. 눈이 오니 또 다른 빛을 발하네요
눈이오니 병들도 더 예쁩니다
올해 처음 이리 고드름도 달렸습니다.
대낮에도 손이시린 영하의 날씨이긴 하지만 사진 몇 장 찍은 후 햇살이 너무 좋아 장작더미위에 올라앉아 담배 한대 피웠습니다..^^
눈은 얼마나 많이 왔고 날씨는 또 얼마나 추운 건 지 햇살이 비추는데도 잔가지들에도 여전히 저리 눈덩이들이 걸려있네요.
그리곤 들어와 불을 피웠습니다. 낮이라 사진이 잘 안나오는 관계로 난로문을 열고 찍어보았습니다.
오박육일 집을 비웠다 밤에 도착하니 그 순간 보일러가 돌아가고 있었는데도 실내온도 8도더라구요. 정말 저 난로 없으면 여기서 살아남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 분이 가시며 그러데요 난로도 있고 초도있고 음악도 있고 술도 담배도 비상식량까지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구요
그러게요 이 펜션(?)을 며칠이 아니라 함 장기간 빌려볼까요? 하하하
내려갔더니 남친이 중고로 카메라를 구입했더군요. 고맙게도 네 놈들이 어찌나 신나게 잘 놀고 있는 지 메일로 사진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울 호박인 비가오면 하루종일이라도 볼 일을 참고 비가 그쳐야 간신히 깨끔발로 급한 볼 일만 보고 잽사게 안으로 들어오는 놈인데, 거기다 추우면 아무리 빌어도 밖에 안나가는 놈인데 눈이 오니 문만 열리면 튀어나가 애들하고 신나게 놀고 있다니 신기합니다.
보낸 사진을 쭉 보고 있자니 울 새깽이들 저리 넷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게 아닌가 과연 저기서 씽이를 데려와야하나 고민이 깊어지는 사야입니다.
어쨌든 눈이 이렇게나 왔는데 시골사는 사야가 이럴때 포스팅한번 하는 게 예의(?)가 아닌가 싶어 올립니다.
처음엔 사람 둘과 강쥐 셋이 살려고 들어왔던 집에 금방 강쥐 넷이 되었다 다섯이 되었다 어쩌고 하다가 이년 이개월만에 결국은 사람하나가 있네요..^^;;
일단 서울에서 담양으로 가 씽이를 데려오지 않고 먼저 여주로 온 건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마침 눈이 이렇게 내려준 건 제게 큰 도움이구요. 경험으로 충분히 만지면 얼마나 차가운 지 알고 있는데도 눈덮힌 풍경은 늘 아늑하고 따스합니다. 워낙 눈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나라들을 너무 오래 떠돈 이유도 있겠죠? ^^
그게 며칠이 될 지는 사야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만 이 곳에서 혼자 견디면서 이 집이 사야에게 어떤 의미인 지를 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외국을 떠도는 게 지쳐 한국에 돌아온 사람이 생애최초로 구입한 집? 이건 좀 약하겠죠?
아님 독일로 돌아가면 이렇게 살거라고 늘 꿈꾸던 집?
이주전쯤에도 친구놈이랑 지난 화요일에도 또 다른 친구놈이랑 그리고 이번 오신 분이랑도 나이들어가며 삶의 어떤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웠습니다. 물론 그 이야기중 빠질 수 없었던 건 돈이기도 했구요
도대체 우리는 무엇때문에 이렇게 미친듯히 힘들게 사는 걸까 남에게 보여지는 나가 아닌 내가 만족하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사는 일은 가능한건가. 약간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돈을 벌어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사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인가, 뭐 그런 이야기들이요
하긴 뭐 이런 모든 문제들, 유한한 인간의 삶에서 어떤 식으로 사는 가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건 모든 인간의 숙명이겠죠.
아 또 말이 길어졌네요. 그냥 눈이 와서, 눈 쌓인 이 풍경이 너무나 좋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거구요..ㅎㅎ
2012.12.08.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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