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견디고 또 견디는 시간들

史野 2012. 11. 24. 21:26

 

 

벌써 삼주의 시간이 흘렀다. 하루하루는 피터지는 전쟁인데 돌아보면 아 벌써(!) 삼 주란 시간이 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울 새깽이들을 보지 않고 이리 시간이 가버렸다니 요즘은 다른 세 놈들을 생각할 때마다 울컥하며 눈물이 날 때가 많다.

씽씽이를 데리고 있지 않았다면 진작에 가봤을 테지만 서울다녀오는 것도 큰 맘을 먹어야하는데 담양까지 하루에 다녀 올 자신도 없고 말이다

차가 있다면 씽이를 데리고 훅 다녀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씽이를 데리고 갔다 딴 놈들은 두고 다시 씽이랑만 오는 건 자신없다.

 

 

 

 

어쨌든 먹을 걸 왕창 시켰다. 김도 시키고 쌀떡도 시키고 제철이라는 굴도 시키고 컵라면 대신 먹을 수 있는 즉석 쌀국수도 시키고 어떤 방법으로든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마련해뒀다.

아무리 차가 없어도 겨울내내 여기서 굶어죽을 일은 없게 충분히 비상식량을 마련했다.

 

 

 

그리고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밑불로 쓸 잔가지들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네 봉지를 마련했다.

시킨 나무들이 너무 커서 저리 전기 절단기를 샀는데 무게도 무게지만 왜그리 겁이 나는 지 오늘 꺼내 쓸려다가 포기했다..^^;;

 

 

 

잔가지를 찾다가 가끔씩 굵은 놈들을 집어오기도 하는데 저 전동 기계를 쓸 자신이 없다보니 발로 밟아도 안 꺽이고 얇은 것들은 저 작은 톱으로 잘랐다.

색칠하는 것만 좋은 줄 알았는데 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일도 참 좋더라.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자르는데만 집중하게 되더라지.

 

 

 

 

커튼을 달려다 실패했다. 쉬운 일이 아니더라. 안 해 본 일을 한다는 건 역시나 쉽지 않다.

 

 

 

혼자는 아니다만 이 넓은 집에 보일러를 돌리는 게 넘 아까와서 아직은 난로로만 버티는 중이다. 침실이 아침이면 넘 추워서 이 것 저 것 시도를 해보다 일단 문풍지를 붙이고 나름 노력을 했더니 오늘 아침엔 실내온도를 이도나 올리는 쾌거가 있었다지..ㅎㅎ

 

사람들은 혼자지내기엔 여주보단 서울이 낫지 않겠냐 묻지만 그제 서울에 갔더니 이 상황에선 그 방이 더 갑갑하고 숨막히더라.

여주는 할 일이 많고 아직은 버텨내고 있다만 앞으로 여기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하필 이럴 때 고기공놈까지 이런 저런 이유로 입원을 해서 더 우울하다. 주변에서 좀 좋은 일이 많아야 기분이 나아질텐데 자꾸 우울한 소식만 들려온다.

 

아 어쨌든 삼주..

정말 기적같은 나날이 가고있다...

 

 

 

 

 

 

2012.11. 24.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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