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놈이 경복궁이 야간개장을 한다길래 얼결에 따라나섰다.
야간개장이 아니라 도대체 경복궁자체가 얼마만인 지 아마 사야는 중앙박물관이 없어지기 전에 다녀갔던 것 같다.
중앙박물관, 조선총독부건물
초딩때 버스까지 타고와서 다녀갔던 내겐 나름 추억의 공간이었는데 당위성을 떠나서 아쉬운 기분도 들었다
경복궁에 마지막에 갔던 건 아마 결혼 전 시부모님들하고인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 광화문앞을 여러 번 지나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영화 '광해'도 봤던데다 조금 설레였던 기분.
경복궁이 전소되었던 게 임진왜란 때라니까 마침 그땐 광해군이 선조의 대리청정을 하던 그때가 아니었을까? 사야가 지금 그런 정신이 아니므로 어쨌든 영화도 뒤로하고 역사도 뒤로하고 그냥 경복궁 산책(?)만 하기로 하자.
경회루에 막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시간, 사람들은 얼마나 많던 지. 호젓한 산책은 불가능했고 그냥 눈을 감고 수백년 전의 세월을 생각해보는 걸로 만족.
물론 어린 시절엔 저 경회루 일층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 데 내 기억이 잘못되었나?
똑딱이 카메라로 찍기도 어려웠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삼각대를 세워놓고 기다리던 지 그 열정이 부럽기도 했던 시간
어쨌든 뭐 그런 사람들을 빙빙돌다 그래도 사야도 한장씩 찍어주시고, 저 위에서 술한잔 마시면 죽이겠단 말도 하고..ㅎㅎ
사실 저 호젓한 길이 걷고 싶었는데 부분개방인자 통제되어 있더라.. 만약 오백년 전쯤 저 곳을 새벽에 바라보며 산책할 수 있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각해보니 솔직히는 무서움에 전율이 일더라는..^^;;
이젠 경복궁안 어디에서도 저리 현대식 건물이 보이는, 수백년의 세월이 그리고 역사가 교차하고 기억되는 이 땅
일찌감치 들어갔던 관계로 더 밀려오는 사람들을 피해 나오던 시간 근정전의 모습. 궁궐, 어차피 백성들이야 밟아볼 기회도 없었겠지만 어차피 보이긴했을테니 당시 독일사람들이 쾰른성당같은 걸 보았을 때나 아님 지금 사야같은 애가 63빌딩같은 걸 쳐다볼 때나 뭐 그런 느낌이었을까
어둠은 순식간에 내리고 밀려드는 사람은 끝없고
돌아나오는 길,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사오백년 전에 살았더라도 저 곳을 밟아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서 내 삶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 그 계속되는 그 역사를 알고 싶다는 소망은 여전하다.
들어가기전, 담배한대 피워문다고 머문 자리에 우연하게도 저런 팻말이 있더라.
아홉군데중 델리와 토론토빼고 다 가봤으니 사야도 정말 많이 떠돈 것인가.
생각해보니 토론토는 공항에 머문적이 있고 델리는 아니지만 뭄바이에도 가본 적이 있으니 다 가본 거나 마찬가지긴하다만...
저 팻말을 보고 있자니 만팔천킬로도 넘는 리오에 가봤다는 게 새삼 신기하고 새롭다.
고픈 배를 안고 둘러보니 먹을 곳이 아니 먹을 것이 마땅치않아 어찌 대학로까지와 정말 오랫만에 이태리 파스타집에 들렸다
사야가 대충이긴 하지만 그래도 파스타는 먹을만큼 만드는 관계로 파스타집에 가는 일은 거의 없는데 역시나 돈아까와 죽는 줄 알았다지.
지금 세상에서 사야에게 가장 돈 아까운 거 세가지를 대라면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는 것 그리고 와인바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ㅎㅎ
사진은 안찍었다만 나름 격조(?)있어 보이는 이태리레스토랑 그것도 나폴리스타일이였는데 직접 나폴리에서 삼천원인가를 주고 맛있는 피자를 먹었던 기억이 있는 사야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이제 한국에서 돈도 없지만 이딴 짓 안하련다.
어제도 친구랑 이야기했지만 이상하게도 태국음식이나 일본음식은 안 그런데 파스타나 피자는 용서가 잘 안된다..ㅎㅎ
글은 올린다만 아직 노트북을 산 건 아니다. 어찌 내 넷북으로 사진과 글을 올리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중이다
사야는 여전히 살아있고 이 모든 복잡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는 게 역시나 좋으며 절대 이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거기다 더해서 노트북도 진짜 사고싶고 카메라도 사고싶고 차도 사고 싶고 ..
말해라, 누군가 말해주면 사얀 아마 백가지도 더 사고 싶을 지도 모른다..ㅎㅎ
사야가 살아 돌아왔다
아니 죽은 적도 없었고 거기다 어찌 이 지독한 삶을 이겨내야하는 지 방법같은 건 찾아돌아오지도 못했다만
그리고 사야는 여전히 이 삶이란 게 이해가 안되어 진짜 미쳐 돌아가시겠다만 그래도 산다고..^^;;
이 글이 올라간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고 그럼 사야가 여기 저기 헤집고 다닌 남은 사진들이 연달아 올라갈 수도 있겠다..ㅎㅎ
아 참 경복궁 야간개장은 10월 7일까지더라
진정한 야간개장은 그 때처럼 호롱불하나 들고 관람하게 하는 이벤트도 좋지 않겠나 싶다만 그래도 불빛에 비취는 고궁도 나름대로 괜찮더라는 말..^^
2012.10.06.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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