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만의 공간

사야의 피터지는 날들

史野 2012. 10. 17. 17:55

 

 

 

또 오랫만에 글을 올리네요

 

 

동네를 미친듯이 걸어다녔다는 그 곳입니다. 저기 보이는 게 용마산입니다.

 

 

 

무작정 걷는 건 왠지 정신나간 짓(?) 같아서 나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길을 나섰더니 근처에 또 이런 작은 산이 있더라구요.

 

 

 

올라가보니 이렇게 예쁜 메리골드도 피었고 운동시설도 있고 좋더라구요. 이게 답십리 근린공원이라더군요.

 

 

 

문제는 이 길을 따라 내려오면 안되는거였는데 그 후 어찌나 헤매다녔는 지, 집나간 지 세 시간만에 무사히 돌아오긴했지만 그냥 중간에 택시타고 말걸 미련하기가 이를데없다 싶더라구요. 하긴 속이 복잡해 나간거니 미련한게 아니라 당연한 건가요?

 

 

 

친구놈덕에 준플레이오프 일차전을 봤습니다. 하루종일 미친듯이 우울했었는데 진짜 야구장가서 소리지르고 또 이기는 게임을 보고오니 살것 같더라구요. 물론 그 밤중에 다시 여주로 내려와야했지만요.

 

 

잠깐사이에 모래실은 이리 벼를 다 베버려 조금은 스산해졌습니다. 그래도 가을분위기도 믈씬나고 요즘은 낮에 날씨가 하도 좋아 보기좋은 풍경이긴 합니다.

 

남친이 드디어 담양에 집을 구했답니다. 그래서 다음 주 수요일에 이사를 하기로 했었는데 오래비워뒀던 마을회관같은 곳이라 이것 저것 손봐야할 게 많다네요. 견적이 어마어마하게 나왔다니 이 또한 미치고 팔짝 뛸 일입니다.

 

어쨌든 남친이 집구하러 가있는 사이에 있어보니 새깽이들도 없이 저 집에 제가 혼자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입니다. 그렇다고 서울 이 오피스텔을 계속 유지할 수도 없구요.

어쨌든 이 집 계약기간이 일월말까지이니 두고 볼 시간은 있는 셈이지만 어쩌면 저 집을 팔아야할 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떠도는 게 힘들어 한국으로 돌아와 제가 마련한 생애 첫 집, 끝가지 지키고 싶었던 집인데 말이죠.

 

 

 

팔건 살건 월동준비도 해야하고 집은 치워야해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다 발견한 겁니다. 아 정말 여긴 묻을 곳도 지천에 널렸건만 저런 걸 그냥 울타리 밖으로 던져버리는 심리는 뭘까요? 지난 여름에도 여주 내려갔다가 들통가득 썩어가는 음식물쓰레기를 발견하고 기절할 뻔 한 적이 있는데 전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남녀가 헤어지는데는 늘 쌍방과실이고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저런 문제라도 좀 신경 안쓰이게 해줄 순 없었던 걸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부지런한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남친은 남친대로 열받는 거 백만가지일거니 감안해서 생각하시구요..ㅎㅎ

 

사야의 무진장 재수없는 엄마의 표현대로 하자면 사야는 성질이 드러워서 맞춰주고 살 사람도 없는데 혼자 어떡할거냐며 남친 바지가랑이라도 잡고 늘어지더라군요.

엄마는 개떡같고 다른 가족들과도 소원한 사야도 왜 저 집에서 남친이랑 울 새깽이들이랑 함께 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겠습니까. 저도 간절히 그러고 싶습니다. 근데 그럴 수 없으니까 백만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인데 울 엄만 역시나 믿어주시질 않더군요.

제 유일한 무기, 아니 그게 확실한 증거자료니까 그럼 제가 전남편이랑 그 외국을 떠돌며 어떡해 그렇게 잘 살 수 있었겠냐, 물었더니 울엄마 그건 제 전남편이 천사였기때문이랍니다..하하

 여전히 제가 존경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전남편은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까다로운 인간이었습니다. 언어차이를 극복하고 문화차이를 극복하고 그 까다로운 성격을 맞춰가며 전 남편이랑 결국 그리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까지  제가 흘린 피땀이 얼만데..

 

울 엄만 생색까지 내시며 그러시네요 솔직히 이것도 내가 니 엄마니까 해주는 말이라고..

거기다 그런 말까지 하네요 그만 오빠를 이해해주라고 니 오빠 성질 드러운거 이제 알았냐며 마음넓은(!) 니가 이해하라네요.

대단한 분입니다. 병주고 약주고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다하시는 울엄마..ㅎㅎ

 

 

 

어제 또 짱가놈 덕분에 플레이오프 일차전 경기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엔 여주를 지키느라(?) 병원에 못가서 월요일에 올라와 정신과에 들리고 어젠 야구장에 갔었죠. 어젠 졌기에 저처럼 기분풀러가는 사람에겐 스트레스가 하나도 풀리진 않았습니다만 올해는 간절히 롯데가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드렸죠? 정확히 이십년 전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그 자리에 전남편이랑 짱가놈이랑 있었다구요. 당시 저는 청룡팬이었습니다만 그래도 미신처럼 왠지 이번에 롯데가 딱 이십년을 계기로 이기면 제 인생도 잘 풀릴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드네요. 짱가놈은 오늘도 혼자 문학구장으로 출발했습니다..ㅎㅎ

 

 

그냥 우연인 지 제게 행운인 지 옆옆집이 팔렸습니다. 세 집이 나란히 있는 관계로 협의할 사항도 좀 있는데 굉장히 인상 좋으신 분들이 들어오신다네요.

제가 올초 서울로 나올때 울 작은언니가 집을 손해보고라도 팔고 깔끔하게 정리하라고 했을때 중요한 이유중 하나가 옆옆집이 내놓은 상태였다는 거였습니다. 세 집중 두 집이 급매로 내놓은 것도 좋은 꼴은 아니라서요.

솔직히 지금 팔린 집도 가격대비 제가 너무나 탐내던 집이고 저희 집도 급매로 내놓기엔 너무나 아까운 집이거든요.

 

서울이 좋고 사실 고향이긴 하지만 사야가 익숙해지기에 서울은 아직 너무 정신없습니다.

어쨌든 사야에겐 요즘 대낮에도 술을 마셔야 버틸 수 있는 날들이 가고 있습니다.

하긴 한국으로 나오기전까지는 도쿄에서도 자주 낮술을 마셨었죠. 그래도 그땐 정신과를 다니지도 않았었고 저녁에 술마실 친구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지금이 더 힘든 상황은 맞는 거 같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아 그 전이나 사야는 너무나 힘들 때 늘 빕니다. 제발 그만 고통스럽고 이만 정신줄을 놔버리면 좋겠다고..

그런데 이 놈의 뇌구조는 어떻게 된건 지 정신줄을 놓는 일은 벌어지지 않네요

내일은 친구도 온다고 하고 남친도 집문제로 담양에 내려가봐야하니 오늘 여주에 가야하는데 이러고 앉아있네요.

기독교엔 이런 말이 있죠

'믿음대로 될지어다' ㅎㅎ

 

이 피터지는 시간도 지나가겠죠

다른 건 몰라도 시간은 어차피 제 의지와 아무 상관없이 흘러가니까요

두고보자고요 사야가 이 시간을 견뎌내나 못하나

아니 못하면 어떤 모습일까도 궁금하네요.

 

가장 중요한 건 2012년 10월에 사야는 여전히 살아있다는거고

이 시월에 참 많은 일이 일어날 거란 거겠죠

젠장할 시월

결혼도 이혼도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것도 시월인데

이젠 울 새깽이들과 생이별을 하는 것도 이 시월에 보태지겠습니다

 

사야는 스스로 참 대견하고 나름 괜찮은 인간이라고 믿고 살았는데

요즘의 사야는 간절히 아주 간절히 조금더 더 강하고, 지금보단 조금만 더 근사했으면 좋겠습니다

 

 

 

 

 

 

2012.10. 17. 서울에서...사야

 

아 깜박잊은 보너스

 

 

 

 

요즘 이래저래 집정리하다 발견한 개량한복입니다

너무 대견한(?) 옷이라 빨아서 저기 저렇게 걸어놨습니다.

제가 선생할때도 입었던 거고 제 생일이라고 독일에서 강의실에 입고 들어가기도 했으며 더블린 시내를 입고 헤집고 다녔던 그 추억의 차림입니다

걸어놓고 그랬습니다

그래 너 이렇게 남 신경 안쓰던 애잖아.

'착한 아이의 비극'을 너머 사야는 지금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5. 나만의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 못 이루는 밤  (0) 2012.12.30
담양에 다녀왔다  (0) 2012.12.04
끼워넣는 날들  (0) 2012.10.07
경복궁야경..그리고  (0) 2012.10.06
삶이 어려운 이유.  (0) 2012.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