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새깽이들과 헤어진 지 사주만에 담양에 다녀왔다,
차편도 없고 원래는 나혼자 아침일찍 가서 얼굴보고 오려는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변수가 생겨버린 거다
옆옆집이 지난 금요일 이사나가는 날이었는데 새 사람들은 12월 오일 그러니까 내일이나 들어온다나?
들을 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무리 씽씽이가 있다고 해도 세 채 나란히 있는 집에서 혼자 몇 일을 버틸 자신이 없더라는 것.
뒷집은 조금 떨어져있는데다 우리집이 전혀 보이지도 않는다.
금요일 오전 이삿짐차가 나가고 낮인데다 날씨가 꽤 좋았는데도 무서우면서 마음이 안정이 안되더라는 거지.
누군가는 서울로 올라와 버리라는데 씽씽이를 혼자 둘 수도 없고 어차피 병원에도 와야해서 남친에게 SOS를 쳤더니 고맙게도 남친이 토요일에 여주로 올라왔다.
개간식도 사고 씽씽이 멕일 진정제도 사고 도끼도 사서 장작도 좀 패주고 이런 저런 볼일을 보고 멀고도 먼 길을 나섰다.
여주안에서말고는 차를 타본 적이 없는 놈들이라 동물병원샘이랑 상의해서 지난 번에도 세 놈 다 진정제먹고 이사를 갔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다길래 씽씽이도 두알반의 진정제를 멕여 탑승. 그래도 이리뒤척 저리뒤척 어찌나 힘들어하던 지 저 놈을 저리 데리고 간 사야도 무진장 힘들었지만 네시간 가까이 조마조마하더라.
도착하니 너무 깜깜한데다 상봉하느라 정신이 없어 사진은 없다만 나도 모르게 속에서 뜨거운 게 솓구쳐 올라오며 눈물이 나는데 터져나오지도 못하고 가슴이 쥐어뜯기는 기분.
진정을 좀 하고 워낙 추위를 타는 호박이를 위해 사간 옷을 입혀봤다. 여름에도 이불속에 들어가 자는 놈인데 요즘 낮에는 내내 바깥에서 생활한다니 어찌나 걸리던 지.
다른 옷도 입혀봤더니 바닥에 앉는 걸 싫어하는 놈 잽싸게 또 올라가 앉는다. 얌마 그거 방석아니고 니 옷이거든? ㅎㅎ
집구하는데 엄청 고생했다던데 다행히 조건좋은 집을 구해 저리 자리를 잡았더라. 같은 담양이긴해도 남친어머님계신 곳에선 차로 이십분정도 떨어진 산골이다.
여주집과 달리 좌식생활을 하는 관계로 호박인 저 쇼파옆에 저리 담요를 깔아 재우고
다른 놈들은 저리 난로옆에서 잔다니 그나마 다행이다만 집을 맘대로 들락날락하던 녀석들이 저리 있으려면 스트레스 좀 받겠다싶고 거기다 울 아끼는 묶여있기까지 해서 맘이 많이 아프더라. 아끼가 워낙 특이한 관계로 거기다 집앞이 바로 덤프트럭같은 것들이 지나다니는 국도인 관계로 묶어놓은 게 이해는 가면서도 역시나 눈물바람.
쇼파에 못 올라오게 했다는데 특별허락을 받았다. 늘 이불속으로 기어들어와 그것도 꼭 저리 발치에 가 자던 놈. 따뜻한 호박이 체온을 느끼며 깨어 구석에 잠들어있는 녀석들을 바라보다보니 오랫만에 편안한 느낌. 아니 내가 내 새끼들을 여기다놓고 뭐하는 건가 싶기도 했던 묘한 기분..
문제는 울 호박이가 다음 날 부터 자꾸 나를 노려보고 밥도 안먹고 '왜 그리 오랫동안 안나타났냐고?' 따지는 듯한 이상행동을 보여 역시나 가슴이 아프더라.
아침에 또 격하게 상봉함 더해주는데도 또 올컥, 씽씽이놈 내 같이 있었으니 양보 좀 해주면 좋으련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지. 세 놈이 달려들면 정말 내 덩치로도 감당이 안된다..ㅜㅜ
아 그래도 지들끼리는 반갑다고 서로 핧아주고 그러는데 너희도 서로 그리웠구나, 싶어 어찌나 짠하던 지..
여주집 생각만하고 엄청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저 집은 사람이 마당을 거치지 않고 집으로 직접 들어오고 개들은 저 뒷문을 통해 마당으로 내보낼 수 있는 구조라 다행이더라.
그러니까 남친이 이런식으로 집을 구석에 두고 빙둘러 펜스를 쳤더라. 집이나 저 마당이나 다 남향이라 일단 해가 잘 들어서 날좋은 날은 그것도 다행. 아직 정리도 덜된 상태고 여주집보다 열악하긴해도 생각했던 것보단 마당도 더 넓고 훨 괜찮다.
결국은 아끼가 뚫고 나갈 곳을 좀 더 손보고 아끼도 풀었다. 그런데 울 아끼는 땅파기 실력부터 기상천외한 면이 있기에 사고치지 않기만을 간절히 빌고 빌뿐이다.
요즘은 너무 추워서 사료에 밥도 섞어먹인다는데 워낙 식탐많던 울 바리는 식탐이 더 늘었고 밥한번 멕일려면 빌어야했던 울 아끼는 너무 허겁지겁먹고 토해놓기도 한다네..ㅜㅜ 아주 곰살맞게하는 성격은 아니어도 남친이 진짜 정성을 다하던데 새깽이들에겐 여전히 새로운 환경이 스트레스인 것 같다.
어쨌든 풍광도 너무 좋고 다른 집들하고도 좀 떨어져있어서 개짖는 것도 여주보단 덜 피해가 갈 것 같아 그것도 천만다행이다. 워낙 짖어대는 놈들이라 괜히 낯선 동네가서 천덕꾸러기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는데 말이다.
지난 번 광주에서 서울까지 사야를 만나러왔었다는 그 매력적인 처자가 일요일에 와서 참 좋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개를 워낙 무서워해서 여주집도 못온다는 처자였는데, 그리고 울 호박이를 보고도 얼음땡이 되어 무섭다고 난리가 아니었는데. 저 날 저렇게 울 호박이를 옆에서 쓰다듬기까지 하는 기적이 일어났다..ㅎㅎ 본인도 어찌나 신기해하던 지..물론 울 씽이를 보고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며 엄청 놀랬다만..^^
사야가 담양까지 갔는데도 만나러와주는 사람이 있고 인터넷인연이 참 신기하고 고맙다. 저 날도 사야가 담양간 걸 모르고 여주집에 혼자있나해서 전화해주신 분도 계시고 글보고 걱정해주시며 통화함 하자며 전화번호 남겨주신 분도 계시고 얼굴을 봤건 못 봤건 글로 만나 이리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우짜든둥 오늘 병원에 가야하는 관계로 씽이를 그 곳에 남겨두고 어제 올라오는데 집에까지 오니 꼬박 다섯시간이 걸렸더라. 참 내 새끼들이 먼 곳에도 산다. 여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차를 산다고 해도 꼬박 세 시간반 거기다 내장산을 삼사십분 운전해가야하는 험한 길이더라.
원래는 서울에서 볼 일 좀 보고 다시 담양에 내려갔다가 씽이를 데리고 여주를 갈 계획이었는데 옆옆집이 이사들어온 후 씽이없이 여주를 가볼까 어쩔까 고민중이다.
지금 사야에게 어떤게 가장 최선인 지 극복해내야할 최우선의 문제는 무엇인 지 조금 더 냉정하고 또 냉철하게 말이다.
2012.12.04.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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