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만의 공간

잠 못 이루는 밤

史野 2012. 12. 30. 02:13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은 아니고..

사야가 서울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이네요..ㅎㅎ

 

네 오늘 아니 시간으로보면 어제 서울에 왔습니다

이 오피스텔도 이제 딱 한 달의 시간이 남았네요

 

그게 감격스러워, 아니 안타까와 잠을 못 이루는 게 아니라 오늘 사야에겐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아니 예비부부 다녀가고 일주일도 안되는 사이에 고기공놈커플까지 합하면 네 팀이 여주에서 하룻 밤들을 묵고 갔고 그 이야기들 만으로도 사실 쓸 말은 넘치고 넘치는데 오늘은 그 모든 걸 합친 것보다 더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올린 적은 없지만(네 저 같은 수다쟁이도 모든 말들을 하는 건 아닙니다..^^) 삼년 전쯤 인터넷 지인들 두 분이 여주를 깜짝 방문하신 적이 있답니다

그 중 한 분이랑 오늘 함께 대학로에서 연극을 봤습니다.

그러니까 저랑 그 분이 얼굴을 본 건 두 번째네요..ㅎㅎ

 

아시다시피( 네 압니다 예전 제 일을 모르시는 분들은 이게 얼마나 불친철한 말인지요..^^;;) 제가 한국에 나올때마다 대학로에서 모임을 했었더랬죠. 시간은 촉박하고 만날 사람들은 많고 아주 건방지게 이야기하면 팬미팅같은거랄까요? 하하하

 

오늘 여주에서 손님이랑 함께 나오다보니 사야답지않게 역시나 시간이 촉박해졌고 백프로는 물론 아닙니다만 약속시간 지키는 걸 거의 생명줄같이 생각하는 사야는 마침 눈도 내리는데 어찌될 지 몰라 여행가방까지 든 상태로 터미널에서 직접 대학로로 갔죠

 

우,라.질. ㅎㅎ 차가 안막혀 한시간이나 먼저 도착했더라구요

눈, 아니 진눈깨비 비슷한 건 쏟아져내리고 짐은 많고 샘터파랑새극장 앞에서 담배하나 피워무는데 처량하기 그지 없다라구요

그러다 보인 길거리 사주점집!!!

앗싸 저거다 오십 분가까이 들어가 사야인생 전체사주를 보았답니다. 이것도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오늘은 패스!

 

그 분 과 멋진 연극을 보고 하루종일 먹은 게 사실 별로 없었던 관계로 맥주한 잔 하기로 하고 찾아들어간, 그러니까 위에 언급한, 사야가 한국에 오면 늘 팬미팅 비슷하게 했던 그 술집!!

거기에 하필이면(?) 고 김근태의원 추모제사 번개가 있더라는 겁니다.

그게 왜 문제냐구요?

거긴 짱가놈이 있을 게 확실했거든요. 대학로에 술집이 얼만데 거기다 우린 요즘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도 아닌데 아 정말 난 이 놈이랑 인연인가 싶더라구요

86년 3월에 만나 지금도 이어지면 인연은 인연이긴합니다만 조금 소름이 끼쳤습니다.

뭐 역시나 아시다시피 불칠전하게도 사야가 당시 사랑했던 건 그 놈이 아니라 그 놈 선배였거든요

 

물론 오늘 사주보신 아저씨도 이야기하셨지만 제게 있는 도화살(엄밀하게는 화냥끼)은 없어지는 건 아니라지만 말입니다

도화살은 역시 아시다시피 저도 너무나 남자를 좋아하고..ㅎㅎ 슬프긴해도 제 사주에 끼어있는게 나쁘다고 생각은 않습니다만

역마살은 다릅니다.

제가 남편하고 왜 헤어졌는데요 그 역마살이 싫어서였는데 사주에 있는 그런 건 없어지는 게 아니라네요

말씀하신 분의 말을 다 믿는 건 아니지만 워낙 떠도는 삶을 살았다보니 제게 그냥 역마살도 아니고 쌍역마살이라나 뭐라나 그런게 있다는 것도 당근 평범하게 들리진 않죠.

 

정말 운명이란 건 있는 걸까요?

짱가놈이랑 저랑 아무 연락도 없이 저 대학로 바닥에서 만났던 것도 너무 신기했지만 사주를 보신 분 말씀도 신기했고 또 저랑 연극을 보신 분이 좋아하는 배우랑 만난 사연도 넘 신기했고

뭐랄까 오늘 사야는 지금 이 늦은 밤, 약간 출렁거리는 배위에 떠있는 기분입니다

 

결국 또 삶의 변수인거죠

아 정말 이런 변수가 제 삶을 기다리고 있을 준 몰랐거든요.

인연이란 게 정말 있는 걸까. 아니 팔자라는 게 정말 있는 걸까

그럼 운명은??

그럼 도대체 사야가 만났던 그 많은 사람들은 뭘까 

 

이렇게 잘난척하며 삶과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변수, 혹은 복병 그것들은 나를 어찌 요리하며

아니 나쁘게 이야기하면 운명이란 이름으로 사야의 삶을 난도질 해댈까,

 

 

 

 

그래

그래서 잠 못이루는 밤이다

아니 걱정은 마라

타다놓은 수면제도 있고 술도 마시고 있으니 이런 글을 쓴다만

기독교의 예정론까진 아니더라도

삶이 나를 옭재어오는 느낌이랄까

 

정해졌다고

그만 발버둥치라고

너는 그렇게 타고 났다고

꼭 안 들려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 같은 밤

정말 내가 미친듯이 노력해도 나는 안되는 건가

사주라는 건 있는 건가 느껴지게 만드는 미.친. 밤

 

그래 지금 그런 밤이다..

(제발 나 살아있나 확인 전화같은 건 하지 마라,,^^;;)

 

 

 

2012.12.30.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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