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어제 아니 그제 여주에 내려갔어야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가지 못했다
재계약을 안하기로 했으니 늦어도 오늘은 부동산에 키번호를 알려줘야한 하는 날.
여주집이야 남친과 살았으니 개판이어도 여긴 사야만의 공간, 성격상 너저분한 걸 싫어하는 관계로 나름 기본은 유지된다만
그래도 사야없을 때 누군가가 이 공간을 왔다갔다한다니 무진장 찝찝하기도 하고 대충이나마 쓸고 닦았다.
정신없는데 전화한 친구놈, 아직 서울에 있으면 찜찔방을 가자나? 여자친구랑도 찜질방을 잘 안가는데 남자놈이 찜질방을 같이 가자니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ㅎㅎ
결국은 못갔다만 성별은 달라도 아줌마같은 친구하나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란 생각에 기분은 좋더라.
지난 번 글을 올리고 사야는 정말 형편없이 무너져 내렸었다. 지금도 대충 읽어보면 오타가 가득한데 자세히 보며 고치고 싶은 생각이 없을만큼 생각만으로 고통스런 순간이기도 했다.
글을 쓰고나니 갑자기 모든 게 허무해지며 딱 열명에게만 물어보자
사야가 살아야하는 그 한가지 이유를.. 하는 생각이 들더라지
사야의 고질병중 하나가 한밤중에 전화하는 거였는데 고쳐졌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단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군가 한밤중에 전화해서 언니, 혹은 오빠 뭐 그러며 내가 살아야하는 이유를 하나만 말해봐, 라고 묻는다니
그리고 그 주인공이 사야라니..ㅜㅜ
고맙게도 큰언니대신 조카가 전화를 받는 바람에 그 황당한 질문의 행렬을 멈췄다.
스물몇 살 조카에게 다짜고짜 이모가 살아야할 이유를 한가지만 대봐라, 이럴 순 없잖냐구? ㅎㅎ
그 놈이랑(아 진짜 놈은 아니다)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 정신차리고 그냥 그 행진(?)을 끝냈다.
신기했던 건 그 술취한 상태에서도 그런 건 누구에게 물어봐야할 지 누구에게 묻고 싶은 지 사야의 의식이, 혹은 무의식이 기억하더라는 거다
그래서 지운다, 전화번호
왜 살아야하냐고 물었다기보다 어쩌면 그건 투정이었으니까
아니 너무나 힘든데 간절히 살고 싶다고 잘 살아내고 싶다는 나름 비명이기도 했다.
이미 일어난 일에 열받지 말자, 가 사야의 좌우명인 관계로 사주를 봤다고 이리 괴로와하는 것도 그 밤중에 전화를 해댄 것도 후회하진 않는다만 솔직히 무진장 창피하다..
죽고 싶으면 그냥 죽어버리면 되지 뭘 촌스럽게 열 명에게 물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한단 말이냐구..ㅜㅜ
뭐 동어반복이다만 안 죽고 싶다는 이야기겠지..ㅎㅎ
연말은 여주가 아닌 이 곳에서 연말을 함께하기로 한 그 분과 또 고기공놈이랑 셋이 보냈다
그 분은 지금 고기공놈의 광팬이 되어 난리나셨다지..ㅎㅎ
우짜든둥 그 분왈, 사야가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 같단다
지난 번 글을 보고 충격을 받으셨다나. 어떻게 자기랑 전화로 한 이야기를 이 불특정 다수가 보는 블로그에 그리 모두 써댈 수가 있냐시더라지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지 모르냐며 너무나 놀래시더라는 거다.
근데 사야입장에서야 황당한 인간들을 가끔은 만나긴 했어도 이 인터넷공간이 사야 삶보다 무섭지는 않다
거기다 나름 스스로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쓰는 글이기도 하고 그리고 누군가 나란 사람을 보며 위로받길 바라며 쓰는 이유도 있는데,
뭔가를 가하고 덜하고 이러면 어찌 진심이 전달되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사야도 바보가 아닌데 아무 이야기나 마구 떠들어대진 않는다.
단지 이 사야의 낯선 방은 그냥 사야에게 고향같은 곳이다.
거기다 사야같은 수다쟁이도 같은 말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건 너무 싫어서 고기공놈에게 조차 ' 언니 글 올려논거 봤냐 그런 일이 있어다'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말이다.
어쨌든 칼럼시절엔 나도 뭔가 간절히 한국말로 하고 싶은 게 있었고
블로그로 바뀐 후엔 지인들에게 내 소식을 전하고 싶었고
아예 한국으로 돌아온 요즘은 사야 스스로 어디까지 투명해질 수 있는 지, 아님 사야란 인간은 어느 선까지 이해받을 수 있는 지
나름 실험창이기도 하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달리 내 주변사람들 모두 한국어해독이 가능한 관계로 그들과의 관계까지 낱낱이(?) 고백하긴 힘들어졌지만 말이다.
여담이지만 예전 불독커플이 사야가 블로그를 하는 걸 알고는 영어로 쓰라고 난리도 아니었다. 독어로 쓰라는 것도 아니고 영어로 쓰면 자신들도 한국사람들도 다 편히(?) 볼 수 있는 거 아니냐면서 말이다
근데 그땐 사야에게 한국어가 너무나 절실했던 관계로 그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서울 여주를 왔다리 갔다리 하며 살다보니 꼭 날짜를 지킬 수는 없지만 원래는 내일 정신과에 가야하는 날이라 그냥 내일 병원에 들렸다 내려갈 생각이기도 했는데 내일이 너무 춥다는 거다
보일러는 돌려놓고 나오긴 했지만 이리 추워지면 늘 걱정되는 게 시골주택
쓸데없이 완벽증이 있는 한심한 사야가 여기 체크하랴 고민만 하다가 결국 또 이렇게 눌러앉는다.
내일 여주는 영하 19도라는데 괜찮을 까 걱정만 하면서 말이다. 아 물론 기분파인 사야는 내일 당장 아니 여주로 내려왔어요. 란 글을 올리 수도 있겠지..ㅎㅎ
이 글이 제목과 무슨 상관이냐구?
아니 아주 상관이 많다.
막상 서울 이 집은 빼기로 결정했지만 그럼 앞으로 어찌할 생각이냐는 다른 사람의 물음에 사야가 아직은 답할 수 없으니까
한국에 돌아온 지 오년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저러고 있나 저 아까운 능력(?)을 왜 썩이고 있나를 고민하는 것도 당신들의 몫이지 내 몫은 아니다
지난 번 글도 그렇고 이런 말 할 대마다 찔린다는 분들 계신데, 아니 사야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저 찜찔방같이 가자는 놈왈 ' 니가 생각하는 정신건강만큼 중요한 게 육체건강이다. 일단 건강해야할 것 아니냐?' 맞는 말이다
사야도 간절히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래도 사야에겐 중요한 건 정신건강,
뭐 쉬운 예로 아무도 치매에 걸려 내가 누군 지도 모르면서 가족을 괴롭히거나 시설에 갇혀 있거나 그러고 싶진 않을거라는, 뭐 그런 맥락이라고 보자.
그래서 전화번호를 지운다구
2013년 사야에겐, 햄릿은 아니다만
살거나 죽거나, 그런 해가 될 것 같다
그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구..ㅎㅎ
2013.01.02. 서울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