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억수로 와대고 치통으로 김치쪼가리 하나도 잘 못 씹는 주제에 뭐가 찬란하냐고?
그거야 뭐 내 맘이다..ㅎㅎ
아무리 치통이 괴롭힌다고 해도 사야는 여전히 사는 게 즐겁다. 솔직히는 이 고통속에서 이리 즐겁게 잘 사는 게 무지 대견하기까지 하다지.
아님 나 혹시 마조키스트? 하하하
이리 치통에 시달리면서도 치료를 미루는 건 잇몸이 넘 약해져서 틀어져버린 앞니치료에 오개월이 넘게 걸렸기때문이고(정말 그지같은 의사때문이다..ㅜㅜ) 치료들어가야할 부분이 워낙 대공사고 치료가 복잡한 상황이라 그것도 문제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일차치료를 받다가 치과치료가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다는 것. 요즘은 정말 지퍼 열고닫는 것만 하려해도 치과치료가 생각 나 온 몸에 소름이 다 돋는다..ㅜㅜ
원래 튼튼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치료받을 땐 잇몸회복이 빠른 편이라고 칭찬까지 들었는데 어쩌다 사년도 안되어 이 모양이 되어버렸는 지 모르겠다.
한국에 와서 치과를 한번도 안 간 이유도 있을 듯하고 살은 엄청 찌고 운동도 안하고 몸상태가 전반적으로 나빠진 것에도 영향이 있는 듯하다.
우짜든둥 이번에 아프면서 느낀 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게 치아건강이 아닌가하는 거다. 그런데 그 중요한 치과치료에 보험적용이 거의 안되니 이거야말로 의료법개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는데 하긴 뭐 높으신 분들이 나만큼 생각을 못해서 그냥 두는 건 아니겠지..ㅎㅎ
아프단 핑계로 블로그를 등한시하는 동안 남친 생일이 있었다. 고맙게도 그 멀리서 남친의 사촌동생이 케익을 사들고 출현.
장성을 떠나 온 지 벌써 이년. 남친만 보내고 발걸음을 아예 끊은 나를 가끔씩 찾아와 꾸준히 설득하고 있는 귀여운 청년이다..ㅎㅎ
저 날 사야는 강력한 진통제를 먹고 나가서는 돼지갈비를 몇 인분이나 포식하고 들어왔다. 이 아픈 이로 고기를 맘껏 먹었다는 정신적 만족감이란..하하
이가 아프다고 사야가 굶느냐? 절대 아니다. 맛있고 부드러운 것들을 찾아 전보다 더 열심히 해먹고 있다. 요즘이 제철이라는 성게알을 주문해서 저리 미역국도 끓여먹고 비빔밥도 해먹고 날로도 먹고
유부랑 색이 비슷해 잘 안보이지만 이리 우동에도 넣어먹고 있다.
남친이 워낙 좋아해 처음으로 시도해본 잡탕밥. 원래는 짬뽕 하려다 중간에 매뉴변경..ㅎㅎ 중요한 건 저기 양배추랑 브로콜리 파는 직접 재배한 것.
기대했던 양배추랑 브로콜리 농사는 사실 망친듯 하지만 저리 조금씩이라도 수확하게 되어 감동. 문제는 남친이나 나나 별로 안좋아하는 가지가 대 풍년이라는 것.
그래서 어젠 파프리카랑 장아찌만들기 시도.
오늘 아침에 하나 볶아먹어보니 직접 재배했다는 이유에서인 지나름 괜찮던데 오늘은 일본식 장아찌를 담가볼 생각.
어제 또 저만큼을 수확해서 그건 또 어찌해야하나 고민아닌 고민중
우리농산물(?) 먹기도 바쁜 마당에 윗 집 아저씨가 감자를 캤다고 저리 많이 주셔서 저 것도 고민.
감자요리가 많은 독일식 레시피가 마구마구 떠올랐지만 우선 쪄먹어보니 막 캔 거라 그런 지 진짜 맛있더라.
오늘은 비도 오는데 감자전 시도. 저 역시나 수확이 넘쳐나는 깻잎은 감자전이랑 같이 먹으니 훨 맛있다.
넘쳐나는 깻잎은 오징어다리 잘게 잘라 호박이랑 상추(우리집 상추가 좀 질겨서 김치도 담가먹음..-_-)랑 같이 부침가루는 살짝만 넣어 저리 부쳐먹고 있는 중.
드디어 기다리던 부레옥잠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장성에서의 첫 만남이후 늘 나를 설레이게 하는 꽃
그리고 작년에 처음으로 알게되어 사랑에 빠져버린, 색도 자태도 향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치자꽃도 제 철이다. 새깽이들이 꽃병을 깨버려 저 우아한 꽃이 대충 플라스틱 화분에 웃기게 담겨있다는 슬픈 사연이 있다만 뭐 아래쪽은 아예 안보려고 노력하고 있다..ㅎㅎ
마늘까는 남친을 감시하는 건 지 하나 얻어먹어 볼까(?) 구걸하는 건 지 애절한 표정의 울 호박이. 가끔은 치통마저도 잊게만드는 세상에 둘 도 없는 애교덩어리.
어느 날 인가 올라가보니 뒷산쪽 버려진 밭에 개망초가 이리 멋지게 피어있더라 내겐 잡초라 보이는 대로 뽑아버리는 꽃이지만 저리 무리지어 피어있으니 어느 귀한 꽃이 안 부럽다.
저 왕성한 생명력, 찬란한 여름. 한두번 겪는 것도 아닌데 사야는 늘 이 계절이 경이롭다.
2011.07.08.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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