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썼던 제자(?)가 다녀갔다
사연이야 그때 구구절절히 썼으니 생략한다만
사야가 스물일곱이었을 때, 그리고 그 놈이 열한 살이었을 그 때 만났던 인연
아니 사야는 정말 여기저기 떠돌며 신기하고, 때론 벅차기까지 한 인연들을 무지장 만났음에도 더 신기하고 더 벅찼던 만남이었달까.
쪼그맣고 귀엽기만 했던 놈이 이십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고 내 앞에 나타나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더라.
그냥 다른 곳에서 만났더라면 나는 분명 '누구씨'라고 했을텐데..
(내눈에야 하나도 안 변한 듯 보이지만 그 놈 말대로 우연히 마주쳤다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었을듯)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독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다는 건만 알았는데 사실은 카레이서가 되러 간단다.
어렸을 때 부터 원하던 일이었는 데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던데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포기하고 있었던 꿈이라나
막상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게되어 다시보니 그게 꼭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인 것 같아 독일행을 택했노라고..
우리나라에 어차피 남자가 사회로 나오는 나이가 늦긴 한다만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렸을 적 꿈을 위해 생판 낯선 나라로 떠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았을 결정.
거기다 다른 것도 아니고 카레이서가 되기위해 떠난다니 사야의 찌그러져가는 가슴이 마구 부풀어 오르더라지.
만약 내가 독일에 있었더라면 실질적으로 도움은 되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과 그러거나 말거나 이 놈은 잘해내리란 믿음
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 지를, 아니 꿈만 꾸며 삶을 탕진하는 인간들을 너무 많이 봐았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 지금 그 꿈을 위해 독일로 떠난다는 건 다른 누군가에겐 어찌보면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만 어차피 삶은 무모하게 보이는 인간들에 의해 개척되어 왔다.
저런 멋진 모습으로 왔던 데 다시 만나면 더 멋진 모습이겠지?
내가 알았을 땐 겨우 초딩 지금이야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니 발전이야 당연한 거다 생각해도 어찌나 잘 자랐고 진중하고 또 멋진 인간이던지.
아 저런 특별한 인간에게 나도 선생님이구나 싶어 캡 감동.
내가 댓글에도 썼다만 나이가 들어도 생일이 좋은 건 누군가가 그 날 나를 특별히 기억해준다는 그 사실.
몇 지인들이 생일이라고 나를 기억해주는 것도 감동적인데 그 오랜 세월을 흘러 다른 곳도 아닌 이 여주에서 예전의 제자를 만났던 건 또 아주 특별한 사야인생의 보너스.
어쨌든 확실한건 그 놈이 사야가 그 나이였을 때보다 훨 낫더라는 것.
나이들어가면서 좋은 건 나보다 어린 누군가가 내 나이였을 때보다 낫다고 느끼게 되는 것
나이들어가면서 절망하는 건 나보다 나이 든 누군가가 이 나이에도 이러고 있었더란 말인가라고 실망하게 되는 것.
저 놈이 저리 근사한 인간으로 성장한 건 나랑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만 저 놈이 내 나이가 되면 아 그 나이때 선생님은 나름 괜찮은 인간이었어라고 기억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단 생각.
지금이야 그런 것에 많이 초월했다만 너무나 근사한(?) 인간들을 많이 만났고 너무나 큰 실망을 했더랬다.
아마도 내가 그렇게 될까봐 미리 겁먹고 걱정했기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쪼그만했던 제자를 18년이란 세월을 지난 지금 내 이런 상황에서 만나고 보니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왜 지금 이리 당당한 지를
그리고 왜 저 나이에 새 꿈을 찾아 떠나는 저 놈이 이리 자랑스러운 지를..
2011.06. 22. 여주에서...사야
동원아 선생님 백만번 화이팅으로 열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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