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분주한, 혹은 한가한 시골생활

史野 2011. 6. 14. 02:43

귀농이 아니라 귀촌인 사야이지만 그래도 시골에 살면 참 나름 애매하고 힘든 일들이 많답니다

 

그 중 하나가 물난리. 물난리야 서울에 살면서도 경험하는 것이긴 하지만 시골은 좀 더 절실하죠..ㅎㅎ

 

기억하시죠? 사야가 일생에 처음으로 집을 사려했던 그 순간 이 집이 물난리도 축대 비슷한 것(?)이 무너졌었잖아요. 안그래도 연양리 이사가지마자도 난리도 아니었는데 여기 와서 처음 맞는 여름을 또 그럴 순 없잖아요

 

그래서!!

 

저보다 훨 그런 문제에 예민한 남친이 일을 쳤(?)습니다

 

 

 

저희 집 뒷쪽으로 저리 배수관을 깔기로 한거죠

 

 

어차피 우리나라는 평지보단 야산 중턱을 깎아 만든 집들이 많은데 집중호우가 내리면 그게 문제가 된다네요

 

 

 

그냥 물이 흐르던 또랑같은 곳을 저리 포크레인이 파내서 관을 묻는 작업이었습니다. 원래는 남친이 자기가 삽(!)으로 조금씩 파서 한다는 걸 제가 미쳤나며 열렬히 반대해서 포크레인 기사를 부르는 게 된건 데요 안 불렀으면 석달열흘 걸렸을 듯..ㅜㅜ

 

 

 남친이 옆옆집 남자랑 아주 고생을 했습니다.

 

 

그 날 사진은 아니지만 옆옆집 남자에겐 신성한(?) 그 힘든 노동의 댓가로  그냥 식사 대접.

 

 

그러니까 지형은 이런 겁니다. 저 왼쪽 울타리 부터는 다 개인 소유의 임야인데요 저리 오른 쪽으로 길도 이미 나있고 저 쪽에서 생긴 물이 당연히 아래쪽은 저희 집으로 넘어오면 저희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또 아래쪽은 논으로 가고, 그 논에선 우리에게 뭐라 한다는 뭐 어쨌든 제겐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

 

 

그리하여 이런 모습의 배수통(?)이 완성되었답니다. 남친이랑 옆옆집 남자가 땀을 쏟으며 일한 덕에 인건비야 안들었지만 저 간단한(?) 일을 하는데도 재료비랑 포크레인이랑 오십만원이 넘은 돈이 들어 놀랐습니다.

솔직히 사야는 저게 남의 땅인데다 저런 노력을 굳이 해야하는 지 이해는 못했습니다만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해놓고 나니 기분은 좋네요

 

 

저 근사해 보이는 앞 모습에도 손을 대야합니다. 비가오면 엄청 들이치거든요.  어떻게하면 저 형태를 보존하며 살기 편하게 고칠까 정말 고민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고민하다 장마 다 지나 갈 것 같음..ㅎㅎ

 

 

거기다 또 남친 컴퓨터가 고장이 났습니다. 컴퓨터는 고장이 나면 새로 사는 걸로 알고 있던 사야에겐 또 이 무슨 날벼락인지..ㅎㅎ

 

 

 

위 사진들과 내용들과도 전혀 안 맞는 또 다른 남친의 모습입니다..^^;; 배수로 공사하고 컴퓨터 스스로 고치고 난리를 치는 이면엔 또 이렇게 저도 놀란 누워서 기타를 치시는 신공을 발휘하는 베짱이님이 계시네요..ㅎㅎ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정말 예전 우리 시골사람들 생활이 연상됐다고 하면 오바일까요.

 

 

 

포크레인으로 뒤집다보니 이리 어마어마해보이는 칡뿌리도 생겼습니다. 좋다는 건 알지만 도대체 저걸로 뭘 어떻게 해야하는 지 남친이랑 저랑 그저 들여다보고 있는 중입니다.

 

가끔은 벅차고 가끔은 행복하고 또 가끔은 신기하기도 한, 제 삶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1.06.13. 여주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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