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엄니땜시 우울했던 건 맞는데 그렇다고 사야의 삶이 자포자기인 건 아니다.
사야가 이 정도 뻔뻔에 강심장 아니었으면 아예 한국으로 나오기도 못했겠지..-_-
밭에 심은 것들이 이렇게나 자랐다. 신기하고 놀랍고 대견하고..ㅎㅎ 모종을 심지 않고 왜들 씨를 뿌리는 줄 알겠다. 가격도 있겠지만 싹튼 어린 놈들 솎아다가 무쳐먹는 맛도 쏠쏠하다.
아랫쪽부터 당근, 얼갈이배추 열무 아욱 시금치 적상추(여기까진 씨뿌린것) 상추 고추 청량고추 셀러리 깻잎 이름모를 쌈채소, 방울토마토 대파 가지 양배추 브로콜리 감자 야콘 오이 애호박 들깨(이것도 씨뿌린 것) 주변엔 옥수수를 심었다.
다 제대로 수확하면 부자되겠슴..ㅎㅎ
연양리시절부터 이뻐라하기 시작한 마가렛
작년에 처음 알게된 한련화도 만개. 저 뒷 배경의 플라스틱 바구는 사연이 있어 저기 돈건데 일부러 놓은 것처럼 어우러지는 색감이라니..ㅎㅎ
올해 처음 씨를 뿌려본 넝쿨백일홍인지 애기해바라기인지 하는 꽃. 기대가 커서였을까 값이 싼 것도 아니었는데 조금 실망이긴해도 일단 올해 내가 뿌린 씨에서 꽃이 핀 첫 타자라 감동.
특이하게도 별모양으로 벌어지는 노란 장미.
산에서 캐온 찔레꽃에도 이리 꽃이 피기 시작했다. 찔레꽃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양희은의 찔레꽃피면~ 이러고 노래를 시작하고 남친은 찔레꽃 물게 무을든 남쪽나라 내 고오오향~ 이런 노래를 부른다지. 물론 사야는 수준차이라고 내가 더 고급스런 노래를 부른다고 유치하게 굴고..ㅎㅎ
문제는 늘 옥신각신 왜 찔레꽃이 붉지않고 하얀색이냔 거였는데 찔레꽃은 희다라는 걸 완고하게 주장하던 내가 오늘 검색해보니 붉은 찔레꽃도 있다네. 영광 자생종이라던가 뭐라던가..^^;;;
역시 산에서 캐온 노란 애기똥풀이 왕성하게도 자라고 있다. 산과 들에 지천인 꽃인데도 난 왜이리 저 꽃이 좋은 줄 모르겠다.
작년에 이사하느라 옮겨심어야할 것들도 많아 정신이 없었지만 굳이 시들어가는 코스모스를 몇그루 뽑아온 이유다. 올핸 코스모스씨는 뿌리지도 않았는데 저리 여기저기서 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내 집이란 생각에 큰맘먹고 구근들을 사다 심었는데 울 씽씽이가 하도 저 쪽에서(씽씽이 영역이다) 난리를 쳐대는 바람에 거의 포기하고 있던 것들. 글라디올러스다. 삼십개를 심었으니 아직까진 겨우 반타작이다만 그래도 어찌나 신기하던지. 오른쪽 옆으론 백합구근 세 개도 고개를 내밀고 있는 중..^^
드디어 이렇게 장작들을 쌓아놓았더니 어찌나 뿌듯한 지. 어마어마해 보여도 겨울을 날려면 저거의 한 세배쯤이 필요하다만 처음 나무를 주문했을 때도 저것만큼 많지는 않았기에 도토리를 잔뜩 모아놓은 다람쥐같은 심정. 주문하면 가져다 쌓아주기까지 하는데 백수들이다보니 남친이 또 무진장 고생했다.
뭐 돈이 없으면 몸으로라도..ㅎㅎ
가져와 자르고 한건 남친이지만 저리 운반해서 쌓은 건 왼쪽의 옆옆집 남자와 무소카놈. 시어머니문제로 괴로운 걸 안것도 아닌데 정말 오랫만에 찾아왔다지.
뒤셀도르프 독일어학원에서 무소카놈을 만난게 94년 봄이니까 저 놈과 나도 이젠 이십년 가까운 세월. 그 더블베이스한다는 친구와 함께 내 독일생활과 시댁식구들을 함께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
어제도 두 시가 넘도록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남친처럼 저 놈 생각도 내가 독일에 함 가봐야한다는 의견.
우짜든둥 나이를 먹는 다는 게 이런 걸까. 요즘 컨디션 난조라 대인기피증이라할만큼 사람만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아시다시피 그렇다고 우리집에 손님이 적은 건 아니다만..^^;;;) 오랜시간때문일까 편하고 고맙고 의지되고..
하긴 고기공놈이나 저 놈이나 솔로니 이런 만남이 가능한 거겠지? ㅎㅎ
휴대폰하고도 안 친하고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아니면 찾아가 만나는 사람들도 거의 없는 생활인데 저 놈에게 또 그리살면 안된다고 한소리 들었다. ㅜㅜ
밭에서 뜯은 것들이랑 오리고기, 어제 저녁이 압권(?)이었는데 일하고나서 급히 먹느라 사진찍을 엄두를 못냈고 오늘 아침(아니 사실은 시간상 점심..^^;;;) 사야네 식탁.
그릇이 편리해서 그렇지 밥국빼고도 12가지다..ㅎㅎ
내일은 이제 겨우 재미붙인(?) 감자탕을 해주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성공하려나..^^
오늘 저녁 아름다왔던 하늘.
잘하면 옆옆집에 새 주인이 들어올 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다녀간 대학후배가 동료선생님에게 삼겹살 구워먹고 왔다고 자랑을 하며 여기 상황을 나름 설명했다는데 그 선생님이 관심을 보이셔서 집보러 몇 번 다녀갔다.
오늘 후배에게 우리 이웃이 될거같단 이야길 했다니 정말 이 곳으로 들어올 생각이 있나보다.
시골집들 치고는 땅도 적고 달랑 세 집이 한 울타리에서 사는 꼴. 옆집은 이야기했다시피 겨울엔 나타나지도 않았던 주말주택이고 저 사진에 출현한 옆옆집 남자는 혼자사는 솔로.
들어오고싶어하는 집도 당분간(?)은 주말주택일거라지만 적막하긴해도 이 아늑한 곳에 혼자사는 양 자유롭고 편안했던 사야네, 사람들과 개새깽이들이에게 어떤 변화가 올 지.
나야 이 집에서 오래살 생각이니 이웃사촌이라고 내 가족들이나 친구들보다 어쩌면 자주 볼 수도 있는 사람들인데 상황상 기대반 걱정반이다.
이렇게 풀(?) 뜯어먹고 나무 직접해다쌓고 어찌보면 세상과 동떨어진 조선시대 화전민같은 삶이다만 맹꽁이 새소리에 행복할 수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연락하고 살지 않아도 찾아와주는 벗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다.
아 개성만땅의, 변함없이 사야를 지키는 울 새깽이들 사진 하나도..ㅎㅎ
2011.05. 28. 여주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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