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게도 처음부터 그녀의 남편으로 다가왔고 남들에게도 늘 그녀의 남편이다.
비운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
전설로 남은 뒤프레의 남편이라는 생각으로 피아노치는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클린뒤프레가 세상을 떠난지 아직 20년도 되지 않았는데 그들이 워낙 젊어 유명해서일까 아님 그녀가 안타까운 사연을 지니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일까.
그와 그녀의 이야기는 박물관에 걸린 중세화가 그림만큼이나 내겐 아련한 이야기이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럼 도대체 저 남자가 지금 몇 살인거냐고 묻는다..
온갖 부러움을 다 받아가며 결혼했던 두 천재
그녀가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다중경화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14년간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뒤 그는 늘 비정의 남편으로 불리운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살아남은 자가 이겨내야할 몫이던가.
사람들은 늘 가슴떨리는 감동의 스토리를 기대하겠지만 현실을 살아내는 건 관객이 아니라 당사자들이다.
부부관계라는건 정말 다른 사람이 뭐라 할 수 없는 그들만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둘 다 어린시절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사람들인만큼 결혼생활이 그리 간단하진 않았을거 같다면 이것도 편견일까.
이제 사람들이 그를 그만 욕했으면, 그가 그 멍에에서 벗어났으면 하고 바란다.
어쨋든 그녀는 세상을 떠나기전 그를 만나 원하는 모든 곡들을 연주해볼 수 있었던게 행운이라고 회고하지 않았던가.
내게 있는 그녀의 첼로협주곡 세 장도 모두 바렌보임과의 협연이다.
유대인이자 이스라엘국적인 그는 얼마전부터 팔레스타인에서 연주회를 개최하는 등 그가 가진 능력으로 평화를 찾아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쉬는 시간 합해 세 시간 넘게 진행된 바흐의 평균율 2집을 듣는건 사실 내겐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흥미로왔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건지 피아노보다는 오르간이나 쳄발로가 더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문제는 감기걸린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마스크를 하고 앉아있는 사람도 많았구
안그래도 다른 곡들에 비해 잠시 쉴
사이가 많은 틈을 이용해 하도 기침을 해대니 여운도 제대로 감상이 안되고 음악회 재미가 반감되었다.
더군다나 컥컥대는 청중에 화가 난 연주자가 피아노를 치다말고 벌떡 일어나 나가버린 황당한 경험을 했던 나는
혹시 이 연주자도 그러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연주할 맛이 날까 괜히 내가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다.
음악회 오는 날 감기에 걸릴 줄 미리 알았던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집에서 쉬는 게 예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그럼 사놓은 표는 어떻하냐구? 친구나 가족에게 선물하면 되지..^^)
물론 워낙 사는 곳이 멀어서 그런다고는 해도 음악회가 10시가 넘어가자 일어서는 사람들도 보이고..
가까운데 사는 우리는 끝까지 열심히 박수를 친후 천천히 걸어돌아왔다..ㅎㅎ
쉬는 시간에 포도주한잔 마시면서 로비에 서있다보니 재밌는 사람들이 넘 많아 남편이랑 어찌나 신나 했던지
이 곳에는 어디를 가나 옷차림부터 분위기까지 사람들이 넘 다양해서 사람구경만 해도 재밌다.
동경인들의 다양한 취향은 정말 내가 살아본 곳 어디랑 비교해도 압권이다.
7시에 시작이니 무리해서 뛰어오느라 저녁도 못 먹은 남편에게 그 늦은 시간 대충 저녁을 차려주고는 피곤했지만 뒤프레의 연주를 들었다.
만약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그와 그녀는 오늘 함께 연주했을까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2005.02.18 東京에서...사야
2월 15일 동경 산토리홀에서 있었던 바렌보임 피아노독주회를 다녀왔습니다.
맨위는 뒤프레의 전기영화 힐러리와 재키에서 뒤프레와 바렌보임입니다..^^
이 영화는 바렌보임과의 관계에 촛점을
맞춘건 아니지만 뒤프레를 이해하는데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에밀리 왓슨연기도 좋고 DVD구하실 수 있으면 한 번
보시라구요..ㅎㅎ
윗 사진은 1967년 약혼했을때라네요..^^
금요일입니다 저희는 역시 초밥데이트를 하는 날이구요.
둘이 나가 겨우 초밥만 먹고 바로 집에 오면서
얼마나 요란을 떨었는지 위에사는 불독커플에게서 이런 멜이 날라왔네요.
...also wir koennten morgen ( aber da
ist ja normalerweise eurer sushi-abend) oder Sonntag
자기넨 금요일도 괜찮은데 그날은 너희가 초밥을 먹는 날이니까 이런 내용입니다.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ㅎㅎ
아 그리고 제가 다음주에 갑자기 한국에 가려던 계획은 웨이팅도 안풀리고 회사상황도 그렇고 잠시
미궁입니다..ㅜㅜ
치아는 다행히도 아직 통증은 없습니다만은..
모두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엘가의 첼로 협주곡 2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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