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부활절을 준비하며.

史野 2005. 3. 25. 12:33

 

Matthias Grünewald. Crucifixion (central section of the Isenheim Altar with closed wings). 1510-1515. Oil on panel. Musée d'Unterlinden, Colmar, France

 

 

기독교인을 포기했다며 왠 부활절준비인가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아시다시피 부활절은 성탄절과 함께 서양의 양대 명절이다. 미국은 추수감사절도 크게 하는 것같던데 독일에 내가 아는 사람들은 별로 안챙긴다.(전반적으로 그렇다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위해서..ㅎㅎ)

 

역시 내가 아는 독일인들은 아무도 예수가 진짜 부활했다거나 처녀가 아들을 낳았다는 걸 믿지 않지만 그래도 부활절에나 성탄절에는 교회에 간다

하긴 뭐 그렇게 안믿는 목사님들도 계시니 교회가서 설교를 들어도 별 문제는 없다..ㅎㅎ

 

독일성탄절이 경건한 분위기인데 반해 부활절은 부활의 의미도 그렇고 봄이라는 계절도 그렇고 활기찬 분위기다.

 

이 맘때 지천에 피는 노란수선화를 그래서 독일에선 부활절종(bell)이라고 부른다.

 

이번 일요일 그러니까 부활절아침에 인도네시아사는 남편의 친구가 온다.

난 원래 기독교인이었을때도 그런거 안따지고 산앤데 이번엔 친구도 오니 명절준비를 해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

 

먼저 그 친구얘기부터..(한국사람얘기는 왠만하면 안올릴려고 노력하는데 절대 내 글을 읽을 가능성이 없는 서양애들얘기는 잘 올리는 이 비겁한 심리..흑흑)

 

그 친구는 남편이랑 삼십년도 넘은 친구고 지금도 부모님들은 한동네 그러니까 한 백오십미터정도 떨어진곳에 살고 계신다.

부모님들은 그리 친한 편이 아니지만 그때도 썼듯이 그 편지사건이후 그애 엄마랑 친해져서 나혼자가도 그 부모님댁을 한번은 다녀오는 편이고 그 애도 독일가면 꼭 시부모님을 방문한다.

 

이 신기한 애는 어려서부터 공부는 안하고 물고기를 잡으러다니는게 취미였다는데 지금은 물고기병리학자 말하자면 물고기기생충을 연구하는 애다...^^

이 애를 보며 한우물을 파면 성공하는거라고 (아직 뭐 성공했다고 볼수는 없지만..ㅎㅎ) 다들 감탄한다.

하긴 초등때 혹 유급이라도해서 울신랑이랑 같이 못 올라갈까봐 시어머님 걱정하셨달정도인데 지금은 포스트닥도 마치고 며느리도 모르는 책을 써서 자기혼자힘으로 직접(!) 출판까지 했으니 성공하긴 한거다.

 

이번에도 우리때문에 오는게 아니라 뭐 그런 일로 동경에 온다는 거 같다.

 

우리는 아일랜드살때부터 시작해서 두 번이나 걔네 집에 갔었고 남편은 작년 10월 싱가폴출장길에 들려왔을 정도로 친한 친구지만 얘가 우리집에 오는 건 처음이다.

네 식구나 되니까 비행기값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래서 혼자오는건데 난 그 마누라랑 잘 안맞기에  집도 좁은데 이래저래 다행이다.

 

잠시 삼천포로 빠지자면 남편친구 마누라들중에 나랑 통하는 애들이 별로 없는데 그나마 있는 애들중 하나가 얼마전에 이혼했다..흑흑

내가 그들을 마음에 안들어하는데에는 늘 정당한(?) 이유가 있기때문에 남편이 수긍은해도 도대체 그렇게 따지면 니 맘에 들 사람은 누구냐며 속상해하긴 한다..-_-;;

이건 언제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쓸 생각인데 내가 까먹으면 말해주길 바란다 (뭐 관심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ㅎㅎ)

 

각자 전혀 다른 길을 걸었고 독일에선 먼 도시에서 살았기에 자주 만났던건 아니라도 오랜친구라 그런지 둘은 만나면 좋아 죽는다. 가끔은 여섯살짜리 애들 둘을 보고 있는 기분도 들고..^^

 

그래서 두 명의 남자애들에게 고향의 느낌을 선사하고 싶어졌다.

 

전에 어머님이 보내주신 달걀이 다섯개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걸고..ㅎㅎ

 

 

(달걀은 프란체스카엄마 작품이다. 예전에 독일어칼럼에 그 애 편지를 올렸던 뒤프레와 같은 병을 앓다세상을 떠난 친구...그러고보니 그 애가 떠난 때도 부활절 즈음이었는데..ㅜㅜ)

 

독일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일본도 명절이면 다 장식을 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그런게 없는지 모르겠다.(나만 모르는건가?)

 

시어머님만큼 거하겐 준비 못하지만 일단 달걀도 물들이고 대충 부활절아침식사준비를 해야겠다.

물들인 달걀로 달걀을 쳐서 안깨지는 달걀이 살아남는 달걀싸움도 하는데 내가 이겨야지..^^

 

달걀모양과 토끼모양의 초쿄렛과 선물같은 걸 정원이나 집안 구석에 숨겨놓고 찾기 놀이도 하는데 어제 만난 독일여자애말로는 여기서는 구할 수가 없단다.

 

그런 류의 초코렛들은 부활절때마다 시어머님이 소포로 보내주시는데 요즘 정신없으신 울 어머님 여태 안도착한 걸 보니 안보내셨나보다..-_-;;

 

이 바쁜 때 남편은 월요일에 휴가까지내며 친구기다리느라 조금 흥분된 상태구 뭐 나도 기분좋다.

 

그 애는 오랜 아시아생활에 좀 변했는데 그 변화가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나 모슬렘에 대해 좀 부정적이라 나랑 왠만하면 안부딪히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자긴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어쨋든 귀한 손님이니 마음에 안드는 소리를 하더라도 성질 좀 죽여야지..^^

 

우리 결혼파티때 다섯명의 남자다리를 만져보고 내 남자를 알아맞추는 게임을 했었는데 내가 내 남자다 한 다리가 이 애다리라 가끔 놀린다..-_-;;

 

영하 40도에 얼려도 물고기기생충이 안죽는다는 둥 그러는 앤데 와서 생선초밥을 먹을 지 안먹을지 그것도 궁금하다.

 

이 애의 그런 연구생활 덕분에 우리는 남극(실제로는 남극근처의 배위)에서 보낸 편지도 받아봤다..ㅎㅎ

 

함께 동양에 있어서 외로운 남편에겐 힘이되었는데 그 애네는 올 여름 독일로 돌아간다.

가기전에 꼭 인도네시아에 한 번 더 가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남편.(같이 가자고만 안하고 혼자가면 절대 안말린다..ㅎㅎ)

 

어쨋든 동서양 막론하고 명절준비의 가장 기본은 뭐니 뭐니해도 청소아니겠는가.

아무리 찾아도 우렁이각시가 없어서 대충 청소를 마치곤 꼭 준비다해놓은 것처럼 이렇게 앉아만 있는 사야다...^^

 

 

 

 

 

2005.03.25 東京에서...사야

 



Pieta Roettgen 1335경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에타입니다.

지난 번에 올렸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는 정말 너무 다르죠?

성금요일입니다.

이천년이라는 세월동안 끊임없이 십자가에 달리셨다 살아나시는 하나님의 아들.

그 진정한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고 보다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이제 기독교인도 아니라는 제가 감히 가져봅니다.

기독교인이시거나 외국에 계시는 분들 모두 멋진 부활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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