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들어는 봤나? 109 번뇌..^^

史野 2005. 1. 24. 19:20

 

 

 

얼마전 '오직 모를 뿐'이라는 숭산스님과 외국인제자들의 편지를 모아놓은 책을 읽었다.

예전에 만행이라는 책을 읽고는 현각스님을  좋아하게되었는데 그 인연이라면 인연으로 골라든 책이다.

 

우리 부부는 요즘 선(Zen)에 관심이 생겼다.

작년 말에 우리아파트에서 진행한 프로그램 하나가 바로 옆에 있는 절(일본불교)을 참관하고 거기서 Zen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였다.

 

한 스님의 며느리도 모르는 영어로..ㅎㅎ 절을 대충 안내받은 후 수련방법을 배우는 거였는데 뭐 나도 한국 선의 방법을 배워본 적 없지만 뚱뚱한 쿠션을 가지고 앉는 방법부터 웃긴 일본식 Zen에 남편이랑 다른 서양애들은 감동(?)을 받았다.
그 날 36층 사는 애네 집에 여섯 명이 모여 앉는 연습한다고 어찌나 쇼를 했는지 모른다..ㅎㅎ

 

어쨋든 그런 사연으로 내가 읽는 책을 남편에게 설명을 해주며 한국에서는 명상이랑 108 배를 하는 것 같다고 그게 108 번뇌에서 연유된게 아닐까하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 남자가 갑자기..

그럼 너는 109 번뇌겠다. 남들보다 심각하고 고민이 훨씬 많잖아 이러는 거다.

 

백구번뇌라니 어찌나 황당하던지..ㅎㅎ

 

맞긴 맞는데 난 자기같은 웃기는 남자랑 결혼해서 한가지가 더 있는거야하고 받아쳤지만 사실 속 마음은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사는거 온 세상 고민은 혼자 짊어진듯 회의하는거 내 남자의 가장 큰 불만이다.

그렇다고 내가 내 남자보다 인생이 더 행복한 것도 아니고 남들에 대한 이해심이 더 많은 것도 아니다.

아니 거꾸로 더 복잡하고 심각하게 생각할 수록 다른 것을 비평하거나 단점을 부각시킬 확율은 더 커진다는 말이 맞겠다.

 

남들의 단점을 부각시키려는데는 내 열등감이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고 어쨋든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을 보려는 내 성향을 다시 되집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해탈같은 거는 바라지도 않고 그냥 남들처럼 108 번뇌만 갖도록 번뇌하나 떨구는 게 남은 인생에서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


이렇게 깨달음은 엉뚱한 곳에서 온다..^^

 

 

책 읽는 도중 든 또 다른 엉뚱한 생각.

 

옷깃만 스쳐도 오백생의 인연이라는데 물론 난 그 말을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갑자기 궁금해진다.

 

한 나라에서 평생 그 주변 사람만을 만나고 이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럼 그 사람들의 전생인연들은 모두 한 곳에 모여 태어나는걸까.

 

나처럼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전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옷깃을 스친 정도가 아니라 말 한마디를 나눴거나 술 한잔 마신 사람들이 오대양 육대주를 걸쳐 엄청난데 그게 다 전생의 인연들이였다면 내 팔자는 전생에서도 엄청 파란만장하고 사나왔겠다 싶어 전생의 내가 새삼  안쓰럽다..^^

 

 

 

 

 

 

2005.1월 24일 東京에서...사야

 

 

이른아침 스님들의 현명한 미소..명상

이라는 제목의 이 사진은(그림일지도) 검색하다 발견한 것으로 누구 작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제 상해에서 도착한 따끈따끈한 사진입니다.

 

저 세 사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십니까?

 

원래 넷이어야하는데 세상에 저만 빼고 저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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