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a Tadema Lawrence, 1836-1912 . The Favourite Poet, 1888
난 무식하다. 왜 무식한데 말은 많냐고 하면 나도 할 말은 있다.
무식한 것도 억울한데 그럼 입도 다물어야하냐? 흐흐
(이런 말도 안되는 떼씀으로 그래도 칼럼은 계속 쓸거니까 말리지 말고 그냥 대충 알아서 읽어주시길 바란다..^^)
어쨋건 난 내가 26살이 되면 드럽게 괜찮은 인간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십년이 더 지나도 드럽게 괜찮기는 커녕 자기 앞가림도 잘 못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건 어찌보면 신기한 일인데 어찌 나이가 들 수록 모르는게 점점 늘어나고 이해안가는 게 더 많고 내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더 자신이 없어지냔 말이다.....ㅜㅜ
그렇다고 난 왜 20대에 연애만 했던가하며 신세한탄만 하고 있을순 없는 일...ㅎㅎ
무식탈출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과 많이 토론하고 책도 많이 읽고 자꾸 회의하는 것 아니겠는가?
사정상 많이 토론하긴 힘드니 많이 읽는 방법으로 내 무식함을 보완하기로 결정..^^
시부모님이 여행을 떠나시면서 내 생일 다음 날이 되어야 돌아오신다며 생일선물로 독일어개인교습비를 대주시겠다는 거다..ㅜㅜ
전에 독일어때문에 또 우울해서 그 비싼 전화에 신세한탄을 좀 했더니 그게 마음에 걸리셨던가 보다.
(어머님이 아무래도 난 개인교습이 맞겠다시길래 마음은 굴뚝같지만 너무 비싸서 못하겠다 이랬다..-_-;;)
내가 아무리 선물은 마음보다 금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해도..ㅎㅎ 벼룩도 낯짝이 있지 그걸 받을 순 없다.
남편이 내 학원비도 못댈만큼 적게 버는 것도 아닌데다가 시부모님이 얼마나 아끼고 사시는 줄 아는 마당에 내 비싼 레슨비 대주시곤 여행가셔서 싼 음식만 드실거 안봐도 비디오니 말이다.
아니라고 그냥 혼자 열심히 할거구 책을 사겠다고 했더니 돈을 보내신다고 해서 미리 확 16권을 주문해버렸다..ㅎㅎ
처음으로 해외배송을 부탁한 책이 도착하니 얼마나 신기하던지.
한국에 갈때마다 반찬하나 못 싸오며 바리바리 한 권이라도 더 악착같이 챙겨오던 책들을 가만히 앉아 받아보니 참 묘한 기분이었다.
내가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사기 시작한건 올해부터다. 더이상은 종로서적에서 책을 구입할 수가 없고 동네에는 없을 것 같아 필요한 책을 지난 번 한국가며 미리 친정집으로 시켜놓고 간게 처음이었다.
아무리 편하고 싸다고해도 책이란 책장사이를 돌아다니며 직접 만져보고 그 자리에서 인연이 닿아 구입하기도 하는 내겐 지독하게 사치스러운 그 감정이 좋다.
그 사치스러움을 늘 주던 종로서적을 처음 간건 중학교 1학년때..
구비구비 감동스러웠던 그 곳을 토지도 한 권씩 사고 내 최초의 원서도 사며 20년을 들락거렸다.
한국에 오신 시부모님을 당장 모시고 가서 책을 선물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토지는 눈물을 머금고 홍콩떠날때 결국 버렸고 그 당시 산 책들은 거의 내 손에 남아있지 않다..흑흑)
그리고 종로서적은 또 내 약속 장소였다.
고등학교땐 다른 학교에 다니던 친구랑 대충 중간지점인 종로에서 거의 매주 만났으니..(내가 원하던 대학을 못간 108가지 이유중 하나다..ㅎㅎ)
그때 종로서적 맞은 편에 롯데리아가 있었는데 그 이층창가에 앉아 친구랑 수다떨며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뿌듯하던 곳..
그때야 돈이 없었을때가 더 많았으니까 그냥 들려서 구경만하기도 하고..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도하고..
한국을 떠난후에도 매년 친구와 그 곳에서 만나 서로 책을 사주기도 하며 늘 그 근처에서 술을 마셨다.
그렇게 내 성장과 맞물려있던 공간이 사라졌을때 한국을 향한 내 심리적 거리도 멀어졌음을 시인해야겠다.(종로서적 돌려줘..흑흑)
어쨋든 다음에 한국가면 박수근화집을 사고 싶다는 글을 올린 후 한국에서 네 권의 박수근 책이 날라와 나를 행복하게 했고 생일선물로 사주고 싶으니 원하는 판본을 말해달라는 친구의 멜도 받았다.
한 발 늦었다고 대신 다른 책 두 권을 부탁한다며 멜을 보냈더니 이 웃기는 친구가 부탁한 책외에 내게 사주고 싶은 책이 있었다며 22권(!!)이나 되는 이이화의 한국사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물론 아니라고 펄쩍뛰겠지만 내가 한국사에 무지함이 마음에 걸렸을거다.흑흑
미안하기도 하고 조각난 내 한국사지식을 좀 체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기회라 그 매력적인 제안을 어쩔까 고민하는데 다음 주에 그녀는 그 책들을 들고 나타난단다..ㅎㅎ
어젠 늦은 생일선물이라며 해슬라인님이 보낸 책도 도착했고 고기공에게 받은 책 시누이가 보낸책까지 이번 생일에 받는 책이 그럼 마흔권이 훨씬 넘는다.
내 평생 한 생일에 이렇게 많은 책을 선물받는건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일거다.
그 오랜세월 떠나있어도 늘 이렇게 한국에서 변함없이 책을 보내주고 생각해주는 지인들은 종로서적때문에 한참 멀어진 내 한국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다시 이만큼 당겨놓는다..^^
다 읽을 수는 있는건지.. 읽고 소화는 할 수 있는건지..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해도 되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슬그머니 웃음이 흘러나오고 마냥 행복하다..하하하
2004.07.16 東京에서...사야
이 독서삼매경에 빠진 남자가 제 남자인데 이 남자는 책이 도착하자마자
'와 좋겠다. 근데 어디다 놓니? 딱 그 만큼만 있는 책 중에 버려라' 이랬다죠..ㅜㅜ
'떠도는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어는 봤나? 109 번뇌..^^ (0) | 2005.01.24 |
---|---|
2005년 1월 21일 (0) | 2005.01.22 |
햇볕 그리고 나 (0) | 2004.06.17 |
성적 욕망이 들끓던 도시 (0) | 2004.05.28 |
이 정도 역마살로도 모자라나? (0) | 2004.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