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이 정도 역마살로도 모자라나?

史野 2004. 5. 2. 11:16

bild

 

Mariko Mori
Birth Of A Star, 1996

 

일본은 골든위크인데 마침 남편 회사가 이 기간에 이사를 하기때문에 계속 왔다갔다해야하는 남편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거기다 시스템옮기느라 회사에서 일을 못하니 오늘 새벽같이 시스템부 애가 와서 집에서 회사멜을 체크하도록 만들어놓고 갔다...잠시도 못쉰다니..ㅜㅜ
(우리집은 인터넷이 좀 복잡한 자체 시스템이라 전문가가 온건데 참 재밌는건 역시나 IT쪽 인력으로 각광받는 인도인이었다.)

 

어쨋든 뭐 나야 수요일까지 수업이 5개나 없으니 기분은 좋다..ㅎㅎ

 

기구한 팔자인(?) 내 남자는 도시옮겨다는 것만으로는 역마살 풀이를 못하는지 회사까지 툭하면 이사를 한다.

더블린에서도 중간에 회사가 이사를 갔구 상해도 이사할려고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다가 막판에 없던 일로 하기로 했었다.

위의 두 도시는 다 뜨는 도시들이라 건물주가 월세를 확 올려받으려해서 생긴 일이구 홍콩과 여긴 정리해고로 사무실이 넘 커져서 생기는 일이다.

 

홍콩에서는 그래서 한 층을 줄이고 위층으로 모두 끼여들어가야하는 이사를 했었는데 여기도 자르고 자르다보니 사무실이 넘 크다나?

상해부턴 그 이사담당자다 보니 정말 일복이 터진데다가 한 뼘이라도 넓은 사무실을 차지할려고 피터지게 싸우는 사람들 중재하느라 흰머리가 더 늘었다..흑흑

 

사실 동경에 올때부터 이사를 하게된다는 걸 알았기에 이 아파트를 딱 새로 이사갈 곳과 지금 사무실 중간 어디를 가도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얻은거다.

근데 왕재수들이 갑자기 동경에서 요즘 제일 잘 나가는 롯뽕기힐즈로 들어가야한다고 우기는 바람에 계획을 바꿔 결국 롯뽕기로 이사를 간다.

회사에 돈벌어 주는  사람들이 좋은 곳에서 일해야한다고 끝까지 우겼다니 치사하지만 어쩌겠는가? 자본주의가 그런걸..ㅜㅜ

 

동경에 사시거나 조금 관심있으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요즘 롯뽕기힐즈가 무지 뜨는 주상복합공간이자 문화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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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받아 번쩍이는 멋진 건물이 롯뽕기힐즈 사무실건물 그 옆 붉고 작은 건물이 주거용입니다..^^)

 

롯뽕기힐즈는 그 대단한 부동산 회사 모리가 지은 건데 모리얘기부터 살펴보자.

 

지금 우리가 사는 동네는 온동네가 다 모리빌딩이다. 비공식적 소식통에 의하면 이 곳이 에도시대에 사형집행장소여서 별볼일이 없는 동네였다는데 그 싼 땅을 사서 사무실촌을 형성하면서 돈을 왕창 벌었다는 거다. 주변에 절이며 신사 잡신당 그런게 엄청 많은 걸 보면 사형집행소가 틀린 얘긴 아닌거 같다..ㅎㅎ

 

어쨋든 남편상해사무실 건물도 모리가 주인이었고 지금 우리 집도 모리빌딩 이제 남편회사까지 모리빌딩이니 참 인연도 질기다.

모리는 요즘 동경에 주거건물과 사무실건물을 나란히 지어놓고 힐즈라고 이름붙이는데 재미들은거 같다.

 

롯뽕기만 해도 환락가로 유명하다는 얘기를 어디서 주어들어서 처음 집보러갔을때 왜 그 쪽을 보여주나 싶었는데 사연인즉슨 그게 제일 잘나가는 롯뽕기힐즈였던거다

거기도 분명 땅살땐 그렇게 비싼 곳은 아니었을테니 대단한 기업이라는 생각이다.

 

관광명소로도 부상을 했는데 지난 년말  오사카에서 놀러온 유치원생이 회전문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서 한차례 홍역을 겪고 있기도 하다.

 

나는 우리 집으로 남편은 회사로 찾아가서 가르치는 일본어선생님중 하나는 자긴 키가 작다고 회전문 사고도 걱정.. 동경에 테러가 발생하면 지명도 높은 롯뽕기에서 발생할거라고 그것도 걱정.. 영 반갑지 않은 얼굴이다..ㅎㅎ

 

남편과 나도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

모리는 여러가지 조건도 까다롭고 제한하는 것도 많아 인테리어며 그동안 남편이 고생을 많이해서 바라보기만 해도 화가난다..ㅎㅎ

거기다 걸어다니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 얻었는데 우리집에서 거기까진 매일 못 걸어다닌다..

 

우리집에서 보이고 남편회사도 우리 집방향의 사무실이라 성능 좋은 망원경 둘 다 구입해서 가끔 쳐다보며 손흔들면 좋겠다고 위로하고 있다...ㅎㅎ ( 안다 우리 부부 엄청 유치한거..-_-;;)

 

그런데 남편회사만 이사를 하는게 아닐 지도 모른다.

 

사실은 이사오자마자부터 운없게도 웃기는 옆집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왠만하면 조용히 넘어갈려고 혼자 노력하다가 결국 어제는 관리실 총책임자에게 문제해결이 안되면 이사도 불사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어제 밤 그 얘기로 남편이랑 술을 두 병이나 비우며 별 생각을 다해봤지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닌데 정말 이사를 가야하는건지 답답하다...

아 남편은 회사이사로만도 머리깨지고 난 이사생각하면 경기나는 사람인데 왜 우리를 조용히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걸까?


 

 

 

2004.05.01 東京에서...사야


설치미술가 마리코 모리가 저 위 모리집안 출신이라는거 아세요?. 저처럼 시대에 뒤떨어지고 컴퓨터게임이나 SF등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녀의 작품들이 영 불편하지만 이 시대 딱 맞춤 예술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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