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너무 선정적이다.
2006-05-26
이제 이 저자의 책은 그만 읽으려고 했는데 역관이 주제라니 또 집어들었다. 통신사책이랑 왜관책을 읽고는 역관에 대해 나름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마침 내개 딱 맞는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나뿐만이라 아니라 아마 뉴스를 읽다 선정적인 제목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분들이 많을 줄 안다. 도대체 기자씩이나 되면서 문장이해력이 그렇게 떨어지는 건지 내용에서 별 중요하지도 않은 부분을 떡하니 뽑아놓은 걸 보면 기가막히다 못해 불쾌하기까지 하다. 기사를 쓰는 사람이야 가장 많이 읽는 것이 최대의 목표라고 해도 최소한의 직업윤리라는 건 있어야하지 않나
각설하고 인터넷 기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제목도 선정적이다. 책을 아무리 뒤져봐도 역관이 조선의 최대갑부들이었다는 근거는 나타나지 않기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부자였던 건 맞는 거 같다.
그러나 그들의 당시 사회적 위치를 볼때 최대갑부가 될 수 있었다는 건 말이 안된다.
지금도 경제권력은 아직도 정치권력앞에서 무기력한데 전근대적이었던 당시 상황이야 오죽했겠는가.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긴 해도 역시 권력을 못 잡아 난리인 사람들의 속은 권력을 빌미로 한몫 잡아보자는 거 아닌가 말이다. 공천과정에서 왔다리 갔다리 한 돈의 액수만 봐도 나같은 서민은 그저 입이 안벌어질 뿐이다. 결국 그 돈을 마련한다는 이야기일테니 말이다.
무역이 자유롭지 못하고 또 상업이 천대받던 시절 역관들이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권력자들이 눈감아 주고 받았을 뇌물도 아마 지금보다 못하진 않았을것이다. 지난 번 왜관 리뷰를 올리면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역관이 대대적인 밀수를 하다 잡혔을경우 자금을 대던 그 배후가 있었다는 것만 봐도 말이다.
거기다 저자 역시 그들이 수입했다는 사치품들이 끊임없이 사대부쪽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 역시 부와 권력을 쥐고 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번 책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역관문제도 중국쪽만 언급할뿐 저자가 일본쪽까지 아우르지는 못한다는 것. 실제로 왜관이 설치되었던 일본과의 무역이 은의 유입양부터 시작해 조선 경제에 끼친 영향 그리고 역관의 역할 또한 만만치않게 컸으리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무역관계에서도 그들이 꼭 청이랑 교역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삼이 중요한 거래품목이었다는 것과 차츰 은의 산출량이 적어졌던 것, 인삼을 자체생산하게 되는 계기등의 상황분석이 빠져있다.
이 책의 장점도 많다. 옛 자료들을 언급하고 저자가 토를 다는 형식도 마음에 들고 당시의 중국어 교본에 실렸던 회화내용을 읽는 건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다.
거기다 위그르족의 언어까지 조선 통역관이 배워야했다는 건 위그르족이 지금처럼 중국신장지역에서 억눌려 살았던 게 아니라 나름 세력을 형성했을거란 생각을 하게 한다. 희미하긴해도 당시의 아시아국제정세에대한 힌트랄까.
지금뿐 아니라 몇 백년전에도 국제무역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경제상을 맛보는 것도 흥미롭다.
물론 국제정세에 어두웠던 조선의 위정자들을 다시 확인하는 씁쓸함은 약방의 김초마냥 역시 빠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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