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년간의 일본인 마을이야기
2006-05-01
일본과 조선의 교역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 있다면 왜관이다. 왜관이 언제 처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고 하지만 조선왕조가 건국된 지 얼마 안되는 15세기 초부터였다고 하니 그 역사는 참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임진. 정유왜란후 초량동에 자리잡은 새 왜관을 중심으로 이백년 역사의 왜관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조선의 교역상대는 주로 대마도의 소우가였다. 소우가는 일본에서 수요가 많던 중국산 백사와 조선인삼을 주로 수입하고 조선은 중국과의 무역에 필요한 은을 일본으로보터 조달받았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통신사가 2백년동안 12번을 일본을 방문하는 단편적인 기록인데 반해 왜관은 조선의 땅에 거대한 부지를 가지고 평균 사오백명의 일본인이 상주했다는 이 땅에서의 교역의 역사인 것이다. 지금도 외국인이 한 나라에서 사오백명이나 한 곳에서 상주한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는데 당시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1675년 십만평부지에 건설되기 시작한 초량왜관은 3년후인 1678년 완성된다. 7년전쟁의 영향으로 일본의 사신은 한양까지 올라갈 수가 없었고 모든 업무는 왜관에서 진행되었는데 왜관에 상주하던 일본인들은 허락없이는 왜관을 떠날 수 없었고 특히 가족들을 데려올 수 없었기에 상주하는 이들은 모두 남성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었는데 우리역사기술에서보면 일본과의 교역이 그리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는게 나로선 의문이다. 역사책에서도 그렇지만 간단히 역사드라마를 보더라도 중국과의 문제를 상의하는 장면은 나와도 통신사문제라던지 교역의 문제를 왕과 신하가 거론하는 장면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드라마얘기를 하니 대장금에서도 나왔던 우의정의 밀무역관련같은 일이 이 책에서도 언급된다. 역관사 일행이었던 65명이 전부 연관되고 그 거대한 자금을 댄건 중앙간부들었다는 대규모 밀무역단이 적발되는데 지금이나 당시나 부를 축적하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특히 경지가 부족했던 대마도에 물품값으로 지불하던 쌀에 물을 뿌려 무게를 올려놓았다는 이야기나 인삼속을 교묘히 파내어 납으로 채웠다는 이야기등은 너무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공무역외에도 사무역이 활성화되어 조선쪽에서 수입하는 물품은 은 구리외에도 각종 가죽과 담배 후추 담뱃대 안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당시 일본과 조선의 몇 가지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왜관을 처음 짓던 때 목욕탕을 건설하려는 대마도측과 목욕탕을 지어본 적이 없다고 대립하는 조선측이나 왜관을 매개로 조선과 일본의 음식교류 서술도 흥미롭다.
일본쌀이 좋아 일본술이 맛있다는 언급도 그렇고 지금과는 달리 조선음식에 조화로 이쁘게 꾸며놓는 걸 칭찬하는 대목. 조선화전이 괜찮은 접대요리인데 향응요리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 조선쪽에서는 스키야끼와 백사탕을 넣은 일본과자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등이다.
독한 술을 즐기는 조선인과 음식을 한꺼번에 내어놓는 것. 고기를 즐기는 것등 당시도 일본과 조선의 음식문화는 확연히 구분된다는 것도 흥미롭다.
내가 우리 특산품이라고 알고 있던 마른오징어가 일본에서 건너온 걸로 나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내겐 좀 충격이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쇼군 요시무네의 조선조사 계획이다.
그 결과 일본은 인삼을 자체생산하게 되고 일본의 생사기술의 발전과 함께 대마도와의 교역은 사양길에 접어들게 되어 1753년 1월 은수송선이 조선으로 들어간 기록을 마지막으로 종말을 고하게 된다.
이 책은 일본측의 기록을 가지고 일본인의 시각으로 씌여진 책인데 왜놈의 나라와의 교역을 부끄러워하던 조선이었는데 그 긴 기간의 교역이 조선엔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공무역 사무역을 통해 이득을 본 집단은 어느 부류인가 그게 조선후기 실학사상등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등이 이제 내게 남은 과제이다.
'잉크 묻은 책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덕일-조선 최대 갑부 역관 (0) | 2007.05.04 |
---|---|
권오기.와카미야 요시부미-한국과 일본국 (0) | 2007.05.04 |
박지원-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0) | 2007.05.04 |
이시다 이라- 도쿄 아키하바라 (0) | 2007.05.04 |
정대협-기억으로 다시 쓰는 역사 (0) | 2007.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