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이시다 이라- 도쿄 아키하바라

史野 2007. 5. 4. 00:49

내가 늙은 건가보다 

 

2006-04-05 23:11

 

일본관계서적들을 읽다가 지치기도 했고 뭔가 기분전환이 될만한 책을 찾다가 이 소설을 주문하게 되었다. 그냥 전혀 상관없는 책을 읽으면 오죽 좋으련만 역시 도쿄에 관계가 있다니 관심도 갔고 말이다.

 

거기다 특정지역에서 일어나는 그것도 일본의 현대문화를 상징하는 아키하바라의 오타쿠들 이야기라니 내가 모르는 소설가이긴 해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말이다.

 

10년전 처음 일본 여행을 왔을때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찾아간 어느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같이 간 내 남자가 문제였는지 이런 곳은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를 하고 자기가 소개해주는 곳에 가서 묵으라는 예절가득한 거부를 당했더랬다.

 

여기 막상 살게 된 이후론 딱 한 번 밖에 가본 적이 없지만 그가 알려준 곳이 바로 아키하바라역 부근의 한 비지니스호텔 내가 일본에 처음 왔던 그때 묵었던 그 곳이었다.. 말이 호텔이지 욕조는 남편이 다리를 뻗을 수도 없던 곳이었지만 말이다.

 

대도시에서 어떤 한 지역의 특성으로 엮어지는 소설이란데 흥미가 있는데 만약 내가 소설같은 걸 쓰게 된다면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태원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나름 장소에 대한 환타지가 내겐 있는 편이다.

 

인간을 규정하는 요소야 한 둘이 아니겠지만 어디서 성장하고 어느 곳에서 삶의 자양분을 얻는 가가 한 인간을 특정짔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거다.

 

이 소설은 특히 뭔가 문제가 있는, 그러니까 일반적인 눈으로 보면 정상이 아닌 현대적인 젊은이들이 모여 뭔가를 이뤄가는 과정을 권선징악이란 정말 안 어울리는 모티브와 연결을 하고 있다.

 

이것만해도 역시 별로 정상적이지 못한 나란 인간은, 그래서 늘 정상적인(?) 사람보다 뭔가 문제가 있고 고통스러워하는 누군가에게 무한한 애정을 느끼기에 뭔가 끌리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소설을 읽다보면 요즘 아키하바라의 특성상 인터넷과 관련된 이야기인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그 오타구들의 내면이나 어떤 사회적 현상에 촛점이 맞춰졌다기보다 왠지 읽어본 적이 없는 무협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이 소설이 형편없는 소설이라기보다 왠지 읽는 내내 내가 늙었나보다 혹은 이게 만화였으면 더 적당하지 않았을까 하던 느낌. (아 물론 나는 만화를 잘 모르긴 하지만 만화를 무시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지막 적을 무찌르는 장면은 황당하다 못해 웃음이 나면서 도대체 이 책을 소장하긴 싫고 선물하려면 누구에게 줘야하는 가를 고민했음에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는거 아닌가. 한 인터넷 인생상담자를 통해 만난 이들이 서로 꿈을 위해 노력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 닿는 면이 많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스포일러때문에 자세히 말하진 않겠지만 화자가 외치는 어머니 아버지를 보며 저 젊은 이들이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낳고 하는 식으로 미리 상상했다는 것도 내가 늙었다는 한계인지 모르겠다.

 

소설자체는 별 세개를 줄 수 있지만 별을 두 개 밖에 못 주는 이유는 이런 소설을 글씨 크게하고 분책해서 두 권을 만드는 행위를 나는 절대 이해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출판사가 겨냥한 세대가 책을 안 읽고 작은 활자나 칸에 민감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두 권을 만들어 버린 건 나무가 아깝고 어쩌고를 떠나서도 천박하단 생각이다.

 

그래 이렇게 불평하는 게 많으니 나도 정말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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