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사실이었다니
2006-03-20
유럽에 살때는 한국드라마를 볼 기회가 거의 없다가(아니 비디오를 빌려주긴 한다만) 동양에 와서는 한류의 영향으로 언어공부한답시고 한국드라마들을 좀 본 편이다. 본바닥 드라마보다 더빙을 하는 한국드라마가 이해하기도 훨씬 쉬운 이유다.
그래도 맨날 맨날 출생의 비밀아니면 불치의 병에 너무 열받아서 잘 안보게 되는데 재밌다고 생각하고 홍콩에서 지인에게 부탁해 공수까지 해 본 드라마가 있다면 대장금이다. 음식하는 장면 많이 나오고 나름 재밌게 보다가 이 드라마도 왕짜증이 나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모함에 싸움에 생난리가 아니더란 말이지.
참 상상력이 이렇게나 부족한가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여기 묘사되는 것들은 드라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이 책은 선조의 꽃띠 아내가 광해군즉위후 인목대비가 되면서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기록이다. 사실 아무리 예전 기록이라고 해도 이 말이 다 맞을 수는 없다. 꼭 당한 쪽에서의 기록때문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다 알고 있기엔 일어났던 일들이 다양한 까닭이다.
어린 나이에 대비가 되어 잘 되었으면 왕이 되었을 지도 모를 아들을 잃고 궁에 갇혀 지내는 그들의 이야기는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확인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라면 의외로 당당하게(?) 대놓고 왕을 욕하는 내인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왕이 돌아가신 후 세간을 물려주지 않아 일이 커졌다는 대목인데 내겐 그게 왕과 세자 혹은 대비등의 각 사유재산이 확립되어 있었다는 걸로 읽혀 신기했다.
거기다 새삼 확인하는 사항은 아니더라도 세자책봉문제며 심지어 광해군의 생모를 왕후로 만드는 문제며 그 모든 것들을 일일히 중국에서 허락을 받아야 했다는 사실은 정말 짜증스럽다. 그런데 바꾸어 말해 그런것까지 허락을 받아야 했다면 다른 왕자를 죽이는 문제라던가 반정을 일으키는 문제도 중국에 허락을 받았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의심도 든다. 우리가 쿠테타를 미국에 묵인하에 행한다던지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백년 전의 책을 읽으며 그들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다는 것도 짜증스러운 일이다. 오늘도 기사를 보니 한나라당 공천문제로 돈이 왔다 갔다 한다고 하고 시장님께서는 20개월이나 테니스를 같이 친 사람을 잘 모른다고 하신다니 한국사람으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권력이 싫은 사람이야 거의 없겠지만 우리처럼 너도 나도 권력에 목숨거는 나라도 드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잡고 싶어 난리인건 우리가 너무 당하고만 살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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