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519
아니 읽어 제꼈다가 더 상황에 맞는 표현이겠다. 누가 지금까지 시켜서 책을 읽었던 것도 아니면서 내 맘대로 살고 내 맘대로 읽겠다고 생각한 이후의 일이다. 심심하면 읽어야겠다고 구입해놓은 책들을 몽땅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심지어 운동을 하러 가서까지 읽어댔다.
익숙한 문장들 거침없이 읽히는 책들. 숨을 쉴 거 같았다. 정말 책을 고르고 사고 읽고 모두 맘대로 하는 인간이 왜 이렇게 오바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만 뭔가 그 동안 부담스러웠으니 이러는 거겠지?
리뷰를 써볼까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너무 많아 언제 다 쓸지도 잘 모르고 과연 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한, 어쨌든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겨야겠단 생각에 여기 정리를 해야겠다.
실비 제르맹-프라하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프라하 다녀온 여행기도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했는데 프라하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라니 관심이 가서 당장 구입을 했고 또 당장 읽었다.
이건 소설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도입부의 문장은 끝내주고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도 방식도 흥미롭다. 단지 내게는 근거없는 느낌이긴 하지만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불어로 읽을 수는 없으니 독일어로 번역이 되면 언젠가 나무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앉은 자리에서 한 번 읽어 봐야겠다란 생각을 했다.
저자의 첫번째 책을 재밌게 읽은데다 씨디도 한장 준다고 해서 구입했다. 연주자들의 이야기라니 그것도 마음에 들고.. 역시나 책은 기분좋게 잘 읽힌다. 그 또한 여유있게 산 사람의 시각이 온전히 드러나는 그런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게 거슬리지 않고 편안하다고 할까.
솔직히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아니다를 갈랐을 중요한 요소는 바렌보임에 관한 이야기다. 바렌보임에 대해 나름 객관적 시각을 보이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렌보임을 욕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전설적인 여인인 뒤프레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녀와 그의 사생활은 그들의 일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적인 면으로 그를 욕하는 건 어떤 면에서는 폭력이라고 까지 생각한다. 꼭 다 사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 '힐러리와 재키' 에서 그려지는 뒤프레도 만만한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내가 가진 뒤프레의 음반 세 장은 모두 바렌보임과 협연이다. 그녀의 음악만큼 그의 음악도 좋아한다. 작년에 나는 처음으로 바렌보임 독주회에 갔었다. 지휘자로도 유명한 그가 다른 거장들처럼 간단한 소품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는 그때 바흐의 평균율1,2집을 이틀에 걸쳐 연주했었다. 날짜를 맞추다 보니 우리는 2집 연주를 할 때 갔었는데 쉬는 시간 합해 세 시간 넘게 열심히 피아노를 치던 그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저자는 남아있는 그가 정말 슬펐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내겐 그가 슬펐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건 타인이 나눌 수 없는 그의 몫이니까.
이 책도 재밌다. 지난 번에 읽었던 아트북스 책보다 낫다.
물론 그림과 영화를 너무 짜맞춘 건 아닌가 하는 면도 좀 있긴 하지만 영화선택도 좋고 미술에 대한 시각도 마음에 든다. 복잡하기 않게 서술했을 뿐 아니라 그림과 사진들도 좋고 읽기 좋게 편집이 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건 안토니오니가 화가였단 사실과 그의 작품이 의외로 좋더라는 것. 까먹지 말고 적어놨다가 나중에 집중적으로 한 번 들여다봐야겠다.
다카시나 슈지-최초의 현대 화가들
이 책은 일본에 관해 책을 열심히 살 때 일본인이 쓴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는 어떨까 하고 구입한 걸 놔두기만 하다 이제야 읽었다. 12명을 고른 거야 그의 주관이고 또 그 중 그림 하나를 선택해서 그 화가에 대해 풀어놓는 아이디어도 뭐 나름 괜찮다.
몇 가지 나랑 생각이 다른 게 있지만 그것도 뭐 상관없고 일일히 체크해놓지는 않았지만 정보가 다른 것도 있긴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클레 장에서 비더마이어 스타일을 소시민적이라고 얘기하는 건 좀 곤란하다. 이건 기회 닿으면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해보기로 하겠다.
이 책은 작년에 뉴욕에 갈려고 구입을 했다가 비자문제로 나가리가 되는 바람에 읽지 않고 놔두었던 책이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밖으로 건졌다. 제목이 뉴요커라서 뉴욕에 대한 여행기 같은 건 줄 알았더니 미술을 사랑하고 미술사도 좀 공부한 적이 있는 데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이야기다. 글도 잘 쓰고 그림에 대한 시각도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고 역시 기분 좋게 읽은 책이다. 사전트의 내가 모르던 그림도 알게 되고 웹에서 찾아보니 재밌는 스토리도 있어 글 감 하나 건졌다..^^
어쨌든 뉴욕은 무진장 매력적인 도시인 거 같고 이젠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작년에 내 게으름 때문에 뉴욕여행을 못하게 되었을 때 내 남자는 마구 화를 냈었는데 학생 때 두 달간 그 곳에서 일을 했던 이 남자 내게 꼭 뉴욕을 보여주고 싶었다나.. 내가 걱정 말라고 나 혼자도 갈 수 있다고 했다니까 어떤 웃기는 여자가 심각하게 자기랑 같이 가자는 거다. 물론 나야 뒤에서 욕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이야기하는 재수없는 스타일이라 당근 싫다고 말은 했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가끔 오바하는 사람들 때문에 인생이 괴롭다.
무명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저자의 애정이 느껴지는 글들을 읽느라 조금은 짠하기도 하다. 그런데 너무 잘 안 팔리는 화가들을 골라 놓아서 그런가 저자의 시선이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불편함도 역시 느껴졌다. 아 이것도 모르겠다 내가 무명의 작가를 알고 있기에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도..
예술가로 산다는 건 어쨌든 쉬운 일은 절대 아니고 또 영혼이 고독한 사람들이 예술이란 행위를 통해 삶을 버틴다는 생각을 해보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지금 이 시간도 자신을 불태우다 못해 자학하고 있을까에 숙연해진다.. 결국 역사에 남는 것은 꼭 명작들만이 아닌 것이니 말이다. 하긴 자신을 구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만 한다면 아니 그렇게 거창할 것도 없고 삶을 견뎌낼 힘이 된다면 그걸로만도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새삼스럽게도 난 무엇으로 이 삶을 견디고 있는 건가에 대한 의문이..
문제는 일주일 내내 운동하고 책 읽고 스모 보며 열광하고 하느라 내겐 생명만큼 중요한 여권을 해결 못 했다. 오바하는 거 같지만 진짜 떠돌이인생인 내게 여권은 내 자유를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물건인데 말이다. 다음주 화요일이 여권만기고 몇 장 남지를 않아 연장은 불가능하고 갱신을 해야하는데..ㅜㅜ 여권만드는 시간에 일본비자도 새로 받으려면 시간이 걸릴텐 데 뭐 별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기분 이상하다..왠지 공중에 붕 뜨는 기분이랄까.
역시 문제는 또 책이 막 배달되어왔는데 (세상에 월요일아침에 상품준비완료에 출고작업중이던 책이 이제야 오다니..ㅜㅜ) 사진 찍으러 나가기 진짜 싫다. 이주일 가까이 회색 빛인 날씨를 탓해야 하는 건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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