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질투다
2006-09-11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관계서적들을 읽으며 일본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애쓰고 있으며 나름 성공적이라고 자부하고 있긴한데 가끔 평상심 유지하기가 힘들 때가 있다.
물론 나야 분노로 인한 평상심상실이라기보다 (분노는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내 학교교육에 대해 더 분노한다) 부러움이나 얄미움일때가 더 많지만 말이다.
전쟁을 일으킨 건 얘네들인데 왜 분단은 우리가 되었으며 얘네는 왜 일본문자가 우리 한글처럼 천대받지 않았는지 지금도 색깔논쟁을 하는 우리 사회랑 비교 공산당 당수가 나와 자연스레 인터뷰를 하는 것도 그렇고 독도를 그냥 한국주자라는 (물론 우리식으로야 우리건데 뭘 줘 할 수 있지만) 사설을 싣고도 멀쩡하고 온천에 가서 맛있는 식사를 하다가 음식에 들이는 정성들을 보면 입이 안다물어지는. 일일히 열거할려고 하면 끝이 없을 정도로 속이 부글거리는 것들이 많다.
일본이 우경화되어가고 군국주의가 부활하느니 하는 기사들을 내가 남들보다 심드렁하게 보는 건 거기에 대항하는 시민사회의 힘 또한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기때문이다.
가장 부러운 건 어느 누구 눈치도 안보고 남들에게 피해만 안주면 된다는 개인주의인데 이건 유럽보다도 더 발전한 거 같다. 나만 그렇게 느끼나 했더니 지난 번에 온 신랑친구도 이런 나라 처음이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더랬다.학문의 기본인 기록문화도 이 친구가 혀를 내두를만큼 대단해서 친구는 거저 먹는 일까지 생겼으니 어찌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있었겠냐마는.
여행과 아무 상관이 없는 서론을 이렇게 줄줄히 늘어놓는 이유는 이 책 또한 이 복잡한 심정을 들쑤셔 놓았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에도시대에 꼭 자유여행자가 많았던 건 아니지만 그 넓은 땅덩어리를 그것도 우리나라보다도 더 많은 산이 있는 곳을 돌아다니곤 그걸 글로 남겨놓은 자료들은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가 없다.
그러니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어떤 형태의 여관에서 묵었는지 그런 상세한 정보까지 접할 수가 있다. 검문이 대단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자들끼리 길을 떠난 거라던지 자식이 장성한 후 자신을 찾아 떠난 여인이라던지 꼭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닌 듯한 느낌을 받게 되니 질투까지 느끼게 된다.
우리 조상들도 김삿갓처럼 방랑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터인데 왜 그런 기록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건지. 거기다 남아있는 기록마저도 제대로 번역된 것이 없으니 접해보기도 어렵고 말이다.
지난 번 '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를 읽으며 계속 미암일기가 언급되길래 사서 읽어볼까 했더니 미암일기자체는 없고 누군가 정리해놓은 책만 나와 있었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인이 읽고 수도 없이 인용을 하는 책을 한국인인 내가 읽을 수가 없다니 어찌나 황당하던지.
어쨌든 일본을 읽는 다는 건 내게 우리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좋은 지침이다. 그게 꼭 속이 편한것만은 아니라도 말이다
별이 세 개인건 질투때문은 아니고 막상 한국독자가 읽기엔 낯선 인물이나 지명이 너무나 많이 나와 술술 읽히지 않는 단점때문인데 일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꽤 많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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