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몇 가지 자잘한 일들

史野 2007. 1. 8. 10:51

1.바이러스백신프로그램

 

나는 컴맹이다. 벌써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지 얼마인지 모르나 컴맹은 컴맹이다. 내가 컴으로 잘하는 건 딱 한가지 '검색' 뿐이다.

 

몇 일전부터 바이러스백신프로그램이 오래되었다고 경고가 뜨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아시다시피 지난 번에 바이러스프로그램 깔다 문제가 생겨 결국 노트북을 새로 장만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거기다 나는 컴에서만은 결벽증을 가지고 있어서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를 받는 일도 거의 없고 모르는 메일은 절대 열어보는 적이 없으며 왠만한 메일은 다 스팸신고를 해버리는, 바이러스문제는 병적인 대응을 하는 편인데 백신프로그램이 오래되었다니. (부창부수라고 내 남자도 그런지라 심지어 내 메일도 회사로는 안들어간다..ㅎㅎ)

 

어제 새 프로그램을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안철수사이트에 가입도 안된다.왜냐 한국 핸드폰이 없다는 것! 세상에 핸드폰번호가 없으면 사이트가입도 안되다니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21세기를 사는 건 어렵다. (참고로 핸드폰을 홍콩살때 육개월정도 써본 적이 있긴하지만 여태 문자라는 걸 보내본 적은 한 번도 없다..ㅎㅎ)

 

어쨌든 어찌어찌 프로그램을 사서 깔았는데 어제 12시까지도 경고가 안없어지는 거다. 좀전에 일어나자마자 컴을 켰더니 여전히 빨간 경고장..ㅜㅜ 이 암담한 사태를 어찌 해결해야하나 고민중인데 갑자기 사라져버렸고 정상작동이란다.

 

내 노트북이 한국어다보니 신랑도움없이 다 혼자했는데 갑자기 스스로가 대견해지는 이 간사한 마음..ㅎㅎ

 

 

2. 이 곳 다음블로그.

 

칼럼으로 시작해서 생난리를 겪으며 진화 혹은 퇴보해온 다음블로그. 2년전에 이 곳에 폭풍우가 분 후론 마실을 거의 다니지 않는다. 구조가 바뀌니 메인으로 들어가도 다른 블로그의 소식을 전혀 들을 수 없어서 좋기도 하고 그저 내방에서 내방 찾아오는 분들이랑 조용히 지내고 있는 중. 다녀간 블로거가 없으니 답글을 남기지 않는 이상 나야 누가 내 블로그에 오는 지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고..

 

그러다 요 얼마간 몇 블로그에 가볼 일이 생겼는데 예전의 그 닉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을 본다. 그렇구나 이 곳은 여전히 전과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구나.

 

새해벽두부터 모연예인들이 폭로전에 진실공방으로 난리였는데 그때 여기도 그랬었지. 하도 기가막혀서 도대체 진실인 뭔지 알아야겠기에(그런 싸움에 진실이란 게 있다고 그때까진 순진하게 믿었더랬다) 모든 자료들을 캡쳐해놓고 분석에 들어갔다. 가끔 쓸데없는 정의감에 불타는 나는 법정증인으로라도 나설 마음으로..ㅎㅎ

 

손바닥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거늘 가끔 그렇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을 본다는 건 의외로 착잡하다. 더 착잡한 건 본인들은 그게 나쁜 것도 모른다는 것. 모교수가 그게 나쁜 거란 걸 알았으면 남의 시를 도용했을까. 허락을 못 받았는데도 굳이 그 사진을 변형해 쓰는 것이며 역시 도덕불감증이다.

 

 

3. 일본의 휴일.

 

지난 12월 16일부터 28일까지 쉬었던 신랑은 29일 하루 출근을 하고 또 오일을 쉬었다. 4일과 5일 이틀출근 또 오늘까지 삼일을 쉬고 있는 중. 자기야 살만하지 않냐? ㅎㅎ

물론 신랑이 집에 있으면 식사를 챙겨주고 카푸치노까지 배달해줘야하는 나는 육체야 더 힘들지만 말이다.

 

거기다 이 남자 독일다녀와서부터 몸살이 났는데 아무리 생강에 대추까지 넣어 갖다 바쳐도 차도가 없어 안타까왔다. 운동도 안하고 쉬어서 그런가 아님 앓을만큼 앓아서 그런가 오늘 아침엔 많이 좋아진듯하다.

신랑은 너는 왜 도대체 내게서 옮지도 않는거냐고 신기하다고 투정아닌 투정을 하고..ㅎㅎ( 나는 십년넘게 감기에 걸려본 적이 없다..^^)

 

이렇게 쉬면서도 아무곳에도 안가는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신랑이랑 집에 있으면 좋다.

 

올해 일본은 법정공휴일이 12일이라는데 신랑의 법정휴가 30일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한 날들이라 울 신랑 신났다..

그래 올여름 또 세계 한바퀴 그 '미친여행의 노래'를 불러볼까 둘이 고민중..^^

 

아 어쨌든 월요일인데 늦잠자고 아직도 잠옷입고 왔다갔다하는 기분 최고다..ㅎㅎ

 

 

4. 일본어 그리고 드라마

 

일본어로 엄청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학원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다시 드라마를 보며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 티비가 있는 거실로 다시 내 터를 옮겼다.

 

마침 집중 드라마 방송도 있고 시리즈물을 몇 시간씩 연달아 보여주길래 그 드라마에 올인을 하고 있었더랬다.(누누히 강조하지만 외국어로 공부를 할게 아니고 회화가 목적이라면 드라마만큼 좋은 공부자료는 없다)

 

드라마자체를 싫어하긴 해도 드라마는 어쨌든 계속 보게 하는 힘이 있고 내용도 거기서 거기니까 사전찾아가며 보기도 편하다. 특히 공부하기에 좋은 건 한국드라마를 일본어로 더빙한 것인데 가끔은 해도해도 너무하는 드라마들이 많다. 어떻게 열에 아홉이 불치병에 걸려죽고 그 중 여덟은 불행한 탄생비화를 가지고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정말 보고 있다보면 조롱을 당하는 거 같아 기분 드럽다.

 

그래도 일본드라마는 좀 나은 편인데 몇 일간 올인한 드라마는 한국 그 웃기는 드라마의 단점을 다 모아놓았더라는 것. 이건 모든 말도 안되는 신파의 종합선물세트였던거다..ㅜㅜ

 

괜히 승질이 나서 씩씩대다가 누가 날더러 보라고 했나 싶어 피식 웃고 말았다. 드라마본다고 부엌도 폭탄맞은 상태로 해놓았는데 울 신랑 내가 씩씩대니 거보라고 놀려대느라 바쁘고..ㅎㅎ 아 그건그렇고 그냥 일본어를 포기해야하나 큰맘먹었더만 다시 의욕상실이다.

 

마음같아선 요즘 한국에서도 한다는 하얀거탑 디비디를 사서 집중해서 보고 싶은데 총 사십만원이 넘는 돈이다..ㅜㅜ

 

 

5.버리기

 

드라마를 보며 틈틈히 사진정리를 했다 아니 아직도 멀었다. 슬금슬금 찍어놓은 사진들이 하드에 어마어마한데 삭제하는 건 참 쉽지가 않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으면 찍어놓은 사진을 버릴 줄도 알아야하거늘 뭐 대단한 사진들도 아닌데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뭔지.

 

우선 오늘 사진함을 확 정리해버린 후 올해는 찍은 사진의 반은 버린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진찍기에 임해야겠다.

 

그리고 책, 안그래도 좁아터진 집에 이제 책이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작년가을에 알라딘을 탈퇴하고 다른 곳에 계정을 아직 안만들었으니 새 책을 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동안 슬금슬금 사모은 책들이 앞으로 이삼년은 읽을 수 있을 정도.

 

지금이야 책구하기가 쉽지만 독일로 돌아가게되면 책값보다 배송료감당하기가 어려울 거란 생각, 또 그 땅엔 하찮은 소설이라도 한국책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있단 생각에 차마 결단을 못내렸더랬다.

 

소설책을 많이 보는 건 아니니까 골라낼 책들이 적긴 하지만 그래도 독한 마음먹고 읽은 책들은 내다 버려야겠다.

 

 

6.새옹지마

 

가장 중요한 일을 빼먹었으니 덧붙여야겠다. 내가 시댁때문에 열받은 이후로는 신랑이 알아서 시댁에 전화를 한다.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생긴다..ㅎㅎ

 

어제도 우리엄마에게 전화해야겠다고 알아서 전화기를 집어드는 신랑, 응 내 안부도 전해줘, 너무나 이쁘게 말하는 뻔뻔해진 사야

 

시누이는 아직도 있다는데 시어머님이랑 시누이랑까지 통화를 마친 신랑 내 안부까지 잘 전해준 후 그냥 끊는다.

 

원래 이렇게 살았어야했다. 괜히 내 가족도 아닌데 내가 챙긴다고 너무 애를 써서 이런 결과가 나온거다.

 

시어머님이야 좀 섭섭하시겠지만 내가 시댁을 미워하는 것도 아니고 안보고 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쿠라피면 꼭 일본에 오시라고 말씀도 드리고 왔다.

 

나도 그들도 나쁜 사람들은 아니니까 서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이렇게 한걸음씩 떼어야겠다

 

 

 

 

2007.01.08 Tokyo에서 사야

 

 

 

사진은 1월 2일 아침 6시 39분의 도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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