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미리 보는 독일의 크리스마스

史野 2006. 12. 17. 22:41

크리스마스는 독일의 최대명절이다.

 

결혼한 커플들이 한국처럼 며느리가 시댁에 가고 그런건 아니니까 번갈아 아내집으로 남편집으로 뭐 이렇게 가고 아이들이 생기면 부모님들이 자식집으로 가기도 하고 그렇다.

 

그러니까 우리시댁처럼 크리스마스이브날 아직도 모든 자식들이 다 모이는 건 아주 특이한 케이스!

 

나야 유감스럽게도 독일에 친정이 없고 또 한국이 크리스마스가 중요하면 우겨서라도 한국에 갈텐데 좀 억울하다..ㅎㅎ

 

어쨌든 최대명절이다보니 12월부터 목매고 기다리는 그런 분위기.

 

우선 크리스마스 사주전부터 초 네개로 대강절 화환을 만들어 매주 하나씩 켠다.  

 

그리고 아이들은 12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달력을 선물로 받는데 매일 하나씩 열면 과자나 초쿄렛이 들어있는 것. 이거 사진을 올릴 수 없어 유감이다만 어려서 크리스마스 달력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결혼 첫 해 날마다 창문에서 봉지하나를 뜯어 초코렛을 25일간 먹은 적이 있다..-_-;; 

 

 

 

 

우리야 대강절 화환은 없고 지금 유일한 크리스마스 장식. 저 아저씨는 크리스마스 향을 입으로 뿜으시는 분이고 저 천사들은 천상의 음악을 연주하는 독일에서 아주 유명한 Erzgebirge(?) 목공예다.

 

시댁에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다 있는데 엄청 낡아서 바라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들 정도..ㅎㅎ

 

시누이남친과도 선물교환을 하기 시작한 2년전부터 우리부부가 하나씩 받아서 네 개다. 이왕이면 현악사중주 뭐 이렇게 사줄것이지..^^;;

 

어쨌든 올해도 저 천사를 사주면 좋겠다. 우리도 이년 내내 그리고 올해까지 에스프레소잔 아니 앞으로도 매 년 에스프레소잔을 선물할 예정.

 

 

 

내가 산 신랑선물이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때 일본정종 병과 잔을 선물하는데 너무 이뻐서 사자마자 도저히 안보여줄 수가 없는 바람에 그냥 미리 줘버렸다.  물론 미리 줬으니 크리스마스선물이라고 할 수는 절대(!) 없어 다른 걸 또 사줘야한다만.

 

울 신랑은 저게 꼭 물뿌리는 주전자처럼 생겼다고 술마실때마다 자기가 화분속 식물이된 기분이라나 뭐라나..ㅎㅎ

 

 

 

 

그리고 이건 크리스마스 쿠키와 슈톨렌이라는 크리스마스 빵. 루프트한자에서 신랑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랑 함께 보냈다. 드레스덴 슈톨렌이 유명하다는데 드레스덴에 산 적이 있으신 시어머님덕에 매년 그 곳에서 선물을 받았더랬는데 요즘은 시어머님이 직접 만드신다.

 

이거 받자마자 자기야 이제 우리 독일갈 필요없다고 했다.^^;;

 

 

 

 그래도 독일에 가야하는 이유는..ㅎㅎ 저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소세지를 먹으며 글뤼봐인을 마셔야하기 때문. 선물을 사러 돌아다니다 저 바깥에서 마시는 따뜻한 글뤼봐인은 우리같이 떠돌이 부부에겐 향수가 충족되는 아주 특별한 그 무언가이다.

 

 

 

그리고 진짜 초가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 진짜 초가 빛나는 것도 아름답지만 특히 좋은 건 그 열에 전나무 가지가 타며 나는 향이다. 그러니까 생각나는데 소나무야 소나무야 하는 그 노래가 원래는 독일어로 전나무다. 소나무로 번역을 해놓은 바람에 그냥 그렇게 믿었다가 나무이름도 제대로 모른다고 신랑에게 구박받았다..ㅜㅜ

 

성탄나무는 꼭 독일에 가야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하면 내게 가장 중요한 가슴떨리는 것.

 

 

 

그리고 거위요리. 얘기했듯이 이젠 집에서 하지 않고 레스토랑에 가서 사 먹은거다. 울 신랑 상황파악 못하고 갑자기 오늘 이번엔 어머님 대신 우리가 거위요리를 하면 안되겠냐고 묻는다..ㅜㅜ

 

통거위요리가 빠진 다는 게 신랑에게도 뭔가 부족한 크리스마스라 그런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자기야 안그래도 충분히 복잡하거든? 그러니 참아라 하고 말았다..ㅎㅎ

 

그 외 명절에 고향찾아가는 한국사람들도 그렇듯이 친구들을 만나고 또 내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여기서 쉽게 구입할 수 없는 것들을 사고 또 중요한건 여기 비교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포도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더이상 종교인이 아닌 내게야 그 종교적 의미를 상실했지만 어쨌든 내게도 크리스마스가 명절은 명절이다..^^

 

 

 

2006.12.17 Tokyo에서 사야

 

 

 

미리 크리스마스 인사 드립니다. 저는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합니다. 여러가지로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만 제가 어디 가겠습니까? 잘 지내다 오겠습니다.

 

여기는 아직 흐드러진 가을이다보니 한국처럼 끝내주는 눈이라도 혹 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맘도 있지만 요즘 유럽도 눈이 부족한 현실이라니 큰 기대는 안하렵니다.

 

추울거 대비 따땃한 잠옷을 일단 샀고 지금 계획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뒤셀도르프에 가서 카라밧지오 전시회를 볼 예정이고 집에 쌓여있는 게 읽을 책들이지만 또 서점에서 책을 살 기대감에 행복하며 이번엔 방문의 의미를 쇼핑에 두고 독일에서 사고 싶은 것들을 마구 사야지하는 야무진 희망도 가져봅니다..하하

 

저희는 28일에 돌아옵니다. 연말정산이나 새해 인사는 다녀와서 드리기로 하고 크리스마스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어쨌든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뭘 이겨야하는 지 대상이 불명확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만은..ㅎㅎ)

 

 

2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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