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했듯이 요즘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맛사지를 받으러 다닌다. 이런 일을 나도 하게 될지 몰랐지만 어쨌든 시작했고 앞으로도 내가 내게 주는 선물이란 생각으로 계속 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세 번 받았는데 피부가 좋아진지는 잘 모르겠다. 문제는 쓰던 몇 개의 화장품이 떨어졌는데 아까와서 못사고 있으면서 그 비싼 맛사지를 받으러 다니다니 참 주제에 안맞는 사치임에는 분명하다. 화장품 살돈이 없는 여자가 맛사지를 받는다니 사치가 아니라 코미디인가? ㅎㅎ
우리 아파트에도 맛사지실이 있는데 거긴 전신마사지만 하는고로(불독커플이나 파트릭이 열렬고객. 진짜 끝내준다더라만 우린 가본적이 없다) 롯본기힐즈까지 가야한다는 것.
모리회사가 도쿄에 힐즈를 네 곳 만들었는데 그 힐즈에는 모두 스파가 있고 그 모든 스파를 회원이면 다 이용할 수가 있다. 롯본기힐즈의 회사건물이야 신랑이 근무하지만 레지던스건물은 처음 와서 집보러 갔을때 가보고는 두 번째(저 끝이 입구 작년 여름 사진이다)
2층부터 4층까지인데 규모가 우리스파보다 훨씬 크고 더 고급스럽다. 세상에나 화장실에도 들어가면 변기뚜껑이 알아서 열린다. 이건 불독커플아파트도 그랬는데 이렇게 잘사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화장실까지 차별하다니..ㅎㅎ 크리스토프는 18층으로 내려가면 접시도 없이 살거라도 맨날 놀렸다..-_-
우리스파는 한층에 식당 수영장 헬스장 사우나 맛사지실까지 다 있다보니 모두 규모가 작은데 거긴 몇 층에 걸쳐 있으니 규모도 크고 시설도 좋아서인지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도 많다.
42층이라 전망이 탁월한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데다 규모가 작아도 좋은 게 있다면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 (저 맨 오른쪽 기계를 요즘 내가 거의 매일 이용하고 있다..ㅎㅎ)
나는 운동후 샤워는 늘 집에와서 하기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사우나실을 이용하는데 사람이 있을때가 거의 없다. (저 노란의자에 앉으면 옆으로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그러니 꼭 개인사우나처럼 이용할 수 있는 것 이것도 굉장한 사치아닌가.
그래 시설은 좀 떨어지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 스파가 훨씬 마음에 든다. 물론 수영을 무지 좋아하는 신랑이 작은 수영장이 재미가 없어서 절대 수영을 안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어쨌든 뭐 받아본 적이 있어야 알지 촌스러운 나는 옷을 벗어야한다는 것도 몰라 헤매다 시작을 했을 정도. 얼굴만 하는게 아니라 목 어깨까지 관리를 해주는데 은은한 조명과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곳에 편안하게 누워 맛사지를 받는 건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더군다나 지난 월요일에는 어떤 아픈 기억으로 인해 무진장 우울한 상태로 그 곳에 갔다. 아마 지하철에서 누군가 내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면 소름이 끼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다른 때 같았으면 그렇게 우울한 상태로 집에서 뒹굴다가 대낮부터 포도주를 마시고 어쩌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약속이 되어있었던지라 억지로 나갔고 가만히 누워서 생각을 좀 정리해야겠다싶었다.
그런데 막상 좋은 향을 맡으며 누워있으니 그 우울한 생각은 하나도 안나고 뭔가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충격받았다.
숙면을 돕는다던지 뭐 그런 향의 효능에 대해 믿지 않았더랬는데 이렇게 인간의 뇌까지 좌지우지 한다니 인간의 자유의지란게 있는 걸까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더라는 것.
안그래도 차츰 환경이 인간을 만든다는 이론에 동의해가는 시점이기도 한데 말이다'
태어날때부터 우아하고 괜찮은 인간이 있는게 아니라 여유가 그렇게 만든다는 생각은 씁쓸하기도 하다.
속상하고 우울할때 이렇게 나와 맛사지 같은 걸 받으면 악다구니칠 일도 없겠구나 싶으니..
나와선 바로 옆에 있는 이 가게에서 포도주를 한 잔 마신다. 원래는 담배를 필 목적으로 앉은 건데 금연이라나..^^;;
금요데이트가 없어진 이후론 롯본기에 갈 일이 거의 없었는데 다시 일주일에 한번씩 이 곳 나들이가 시작되었다.
날씨가 꽤 쌀쌀한데도 바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롯본기힐즈에 가게되면 가끔 장을 보는 슈퍼. 예전에 친구랑 세시까지 떠들다 신랑생일이라고 꽃을 사서 왔다는 곳이 저 곳이다. 서양음식재료도 많이 팔고 규모도 꽤 큰 저런 슈퍼가 24시간이라니 이것도 참 대단한 사치다.
벌써 고급아파트를 떠도는 주재원생활도 십 년째로 접어든다. 내가 후진아파트에 살았던 적이 있었나 생각도 안날만큼 긴 세월이다. 수준에 안맞는 고급아파트에 살면서 집이 좁다고 불평이나 하고 앉았으니 가끔은 내 떠도는 생활이 독인지 약인지 모르겠다.
2006.12.10. Tokyo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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