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욘사마의 '외출'을 보고

史野 2006. 11. 24. 15:58

그 유명한 욘사마.

 

우리 집에서도 배용준은 욘사마다.

 

예전에 롯본기 아사히 방송국에 한 한국배우가 왔다고 신랑출근길에 난리가 아니었단 적이 있다. '야 욘.사.마.는 아니라는데 무지 유명한 사람이라더라.'(신랑말이다..ㅎㅎ) 알고보니 이병헌이었는데 어쨌든 그 후론 신랑이랑 이야기할때 배용준은 욘사마다..^^

 

나는 배용준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게는 연기는 별로고 분위기 괜찮은 유명한 배우정도?

 

 

 

그런 내가 오늘 그것도 조조를 택시까지 타고 가는 바람에 영화비포함 총 2860엔이나 되는 돈을 투자해 그의 영화를 봤다.

 

외출은 소설로 읽었고 영화로 까지 굳이 볼 생각은 없었는데 다이렉터컷이라는데다 조조만 상영. 그것도 오늘까지.

 

갑자기 배용준영화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무진장 궁금해졌기도 하고 내가 발견하지 못한 배용준의 매력이라도 발견해볼까하는 기분.

 

그래 문화체험차원인데 이 정도 투자야..ㅎㅎ

 

상영시간인 딱 10시 15분에 극장에 도착한 이유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조인데 자리는 거의 남아있지 않아 앞에서 셋째줄 그것도 가장 구석.

 

아주머니들 할머니들을 제치고 자리잡고 앉았더니 광고를 한 후에 본편시작. 아니 본편이 시작되기 전에 머리를 길게 기르고 선그라스까지 쓰신 욘사마께서 화면에 출현. 어디선가 '헉'하는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_-

 

다이렉트컷이 상영된다는데 또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고 어쩌고 짧은 배용준의 인사말이 끝나자 박수소리.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혼자 큰 소리로 웃었다..^^;;

 

147분이나 되는 영화는 딱 기대한만큼 흘러가고 욘사마는 또 딱 기대만큼의 연기를 하고 있다. 소설이랑 다른 것도 안보이고 내용을 아니까 그저 그랬던 영화.

 

 

 

내게 거슬렸던게 있다만 손예진이라는 배우. 연기도 못하는 데다 그 청순하게 생긴 얼굴에 가슴은 또 왜그렇게 크던지. 본인에겐 미안하지만 싸보인다고 할까.

 

가슴이야기 나왔으니 말이지만 정말 격세지감을 느낄만큼(아니 내가 늙었다는 걸 실감할만큼) 세월이 변했다는 생각.

 

나도 뭐 안 빠지는 노출증 환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의 가슴숭배(?)와 노출증은 적응이 안될 정도다.

 

하긴 뭐 내가 영계때도 가슴이 안 중요했던 건 아니다. 오죽하면 낑깡도 오렌지냐 달걀후라이도 달걀이냐 뭐 이런 농담들이 나왔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예전엔 커다란 가슴은 미련해보이고 싸보인다고 작은 가슴만큼이나 컴플렉스였는데 가슴수술이 권장되는 사회 조금은 낯설다.

 

물론 나야 가슴이 작아 컴플렉스에 시달리던 사람들도 많이 보았고 그래 인생이 아름다와진다면 수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만..^^

 

나는 딱 적당한 아주 괜찮은 가슴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도 샤워하고 거울앞에서 감동하는 정도..ㅎㅎ

 

오래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런 내게 어느 날 내 남자. 아니 너는 가슴도 작은 애가 왜 브래지어는 하니?

 

허걱!

 

그런데 이야기했듯이 나는 편리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 애고 내 스스로 절대 내 가슴이 작다거나 후졌다거나 생각하지 않기때문에 그냥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될만큼 탱탱하단 이야기로 해석하고 통과..흐흐

 

어느 날 시댁에 가서 티비를 보는데 가슴이 참외만한것도 아니고 작은 수박만한 여자가 나와 수술을 몇 번을 받았고 엎드려 자지도 못하고 어쩌고 저쩌고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저런 가슴을 달고 살고 싶을까하는 생각을 하다 신랑에게 농담으로 '자기야 나도 가슴수술 받을까' 했더니만..

 

내 대단하신 남편분 단칼에..돈없어!! 하하하. 

 

결국 큰 가슴이 좋단 이야기니 어찌나 황당하던지.

 

 

 

이야기가 또 삼천포로 빠졌다만 어쨌든 영화보는 내내 손예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고 미에 대한 기준이고 삶의 가치건 어차피 변해간다는 사실. 그 변화에 적응하는게 쉽지 않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드디어 영화는 끝났고 또 요란하지 않아도 박수소리..ㅎㅎ

 

내 목표야 어떤 사람들이 오느냐였기에 그때부터 사람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영화관은 꽊찼고 내 옆에서 반은 조셨던 어느 할머니 비롯. 전반적으로  내가 젊은 쪽에 들어갈 분위기. 남자는 딱 한 명. 일일히 물어보진 않았지만 평균연령 대충 60세? 차림새로 보아 모두 살만하신 분들로 보이고(하긴 먹고 살 정도가 아니면 누가 거기까지 조조를 보러 오겠냐만) 상당한 멋쟁이들도 몇 눈에 띈다

 

중간에 나가서 나머지 나오는 사람들을 복도에서 관찰(?)하는데 다섯 분 정도 보따리까지 싸들고 오셨던데 혹 다이렉트컷보러 어느 시골팬클럽에서 상경이라도 하신건가? ㅎㅎ

 

둘 셋 혹은 더 모여 상기된 얼굴로 극장을 떠나는 아주머니 혹은 할머니들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기분.

 

도대체 저런 열정들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나도 남자를 무진장 좋아하긴 하지만..ㅎㅎ

 

실제로 아니 구체적으로 느낄 수 없는 상대에게 그런 열정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나는( 중학교때 내가 좋아했었단 야구선수도 그냥 경기를 열심히 봤을 뿐이다) 배우들이 좋아 난리치는 사람들이 늘 멍청하단 생각이었는데 삼십 년은 어린 어느 섹쉬한 배우에게 열광하는 그녀들이 전혀 추해보이지 않았다는 것.

 

택시를 타고 갔던 길을 중간에 밥먹고 배달시키고 터덜터덜 걸어오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2006.11.24.Tokyo에서 사야

 

 

 

19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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