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의 단상

김선일씨 죽음과 그 후유증에 대한 내 견해.

史野 2004. 6. 28.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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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o Dix, The War Triptych,1929-32,Staatliche Kunstsammlungen,Dresden,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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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tail Central Panel

 

금요일밤 도착해서 계속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물론 지금 잠을 못자고 있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보라카이에서 너무 아파 침대에 누워 있다가 김선일씨 억류사건을 뉴스로 접하며 너무 놀랬고 우리 집보다 나은 위성방송덕분에 이리 저리 채널돌려가며 주시했었다.
그가 풀려나길 간절히 바랬고 그의 절규에 괴로왔구 그가 처형당했을땐 분노했다.

 

짐을 싸 떠나던 날 남편에게 그랬다.

이렇게 비참하게 한 인간이 죽었는데도 내 조국이 파병을 강행한다면 난 한국인이길 포기하겠다고..(물론 국적을 바꾸는 문제는 내게 그렇게 감정에 이끌려 한 순간에 할 수 있는 그런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돌아왔는데 그동안 내가 못 읽었던 한글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너무 놀랬다.

그의 죽음이 중요하지 않고 아니고를 떠나서 내가 생각하던 정작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그래야한다고  믿었던 파병철회가 아닌 그의 죽음을 붙들고 늘어지는 문제라든가 그의 죽음을 감정적으로만 보는 내 나라사람들의 태도에 말이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외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존엄한데 정부가 그 모양이었냐고..

내 나라사람들이 인간의 생명에 그렇게 정성을 들인다는 사실이 참 놀랍고 고맙긴하지만 세상엔 정말 엄청난 사람들이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다.

그래 그게 한 두명이냐고 극동의 대한민국이 관여하지 않아도 될 문제라면 나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이라크문제는 그렇지가 않다.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이 부시와 그 정권의 놀음에 죽어나갔냐는 말이다.

거기다 우리를 다 전율하게 했던 이라크포로학대를 벌써 잊었는가?

우리군대가 이미 가있고 또 대단한 파병을 하면 우린 그들의 생명과 그리고 또 우리군인들의 생명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왜 그렇게나 인간의 생명이 존엄하다고 난리를 치는 민족이 그 생각을 못하는지 도대체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되어 잠이 안온다.

더 냉혹하게 얘기해보자.

자꾸 일본인질과 비교하는데 고이즈미도 노무현처럼 당장 자위대철수는 없다고 해서 내가 분노했던 걸 난 똑똑히 기억한다.

문제는 여러가지 상황도 그렇지만 그와 당시 일본인들이 이라크에 간 목적과는 극과 극을 달릴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건 우리 외교미숙을 떠나서도 협상과정에서 훨씬 불리한 조건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건 사건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한달 뭐 이런 일이 아니라 다시 재발 할 수도 있는 다음 사건들을 막는 일이다. (진상규명은 그게 정치적 이유가 아닌 다음에야 지금 당장 할 이유가 없다. 아니 이런 중요한 순간에 그게 정치적이유때문이라면 그건 더 부도덕한 일인데 왜 그 부도덕엔 분노를 안하는가? 분노하는 부도덕에도 종류가 있는가? 그리고 그거말고도 해결해야할, 산재해있는 수많은 죽음을 담보로 하는 우리사회의 문제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지금 어쨋든 우리가 그나마 희생을 최소화하는 일, 김선일씨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일은 파병철회외엔 없다.

그도 마지막에 외치지 않았는가? 살고 싶다고 한국군은 파병을 철회하라고..

나도 살고 싶고 사실 싸우고 있는 미국군인들도 살고 싶고 이라크인들도 살고 싶고 우린 모두 살고 싶어한다.

 

지금 전화를 누가 받았는지를 따지기보단 16대국회말엔 파병반대를 하며 단식까지 하던 임종석이가 17대에 등원해선 돌변한 그런 태도를 기억하는게 훨씬 중요한 문제다.(뭐 이건 파병을 떠나서도 중요한 문제지만 말이다.)

그리고 노무현대통령이 파병을 정말 자기가 대통령으로이 나라를 위해 할 수있는 괴로운 선택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처음부터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라크전쟁은 동기부터 진행과정 모두 너무나 부도덕하고 야만적이다.

이건 우리가 미국과 동맹이니 우리가 살아야할 현실이니 어쩌고 하며 감상적으로 할 얘기가 아닌 우리가 당면한 절실한 인간 본연의 문제다.

아니 지금 그 이라크전쟁에 군대를 보내면서 그리고 거기에 동의하면서 무슨 정부가 부도덕하니 어쩌니를 따지고 있단 말인가?

그 정권 그래 부도덕하다. 그러나 이 전쟁에 세금을 보태고 침묵하는 당신은 그럼  부도덕하지 않은가?

 

전쟁 그 자체에 도덕이란 없다. 전쟁엔 비인간성과  야만성과 상대에대한 증오와 살아남아야하는 처절한 생존본능만이 존재한다.

그 전쟁에 비참하게 한 한국인이 희생되었다.

정부가 자국민보호하나 못한다고 정말 온나라가 난리인데 정말 언제부터 내 나라사람들이 그런 이상주의자들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런 경험들은 해본적은 있는 건지 또 냉혹하게 묻고 싶다.

노무현정부가 피랍사실을 알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잘 해결되게 그냥 그 말을 마구 바꾸는 사장에게 부탁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건 더 냉혹한 이 국제사회의 현실은 그리고 더 멍청하게 그래도 파병한다는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가 외쳤듯이 테러리스트가 협박한다고 해서 국가정책을 당장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냉혹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년도 넘게 끌고 있고 그동안 수도 없이 파병얘기나 나왔어도 그게 지금 그렇게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명의 존엄성이 달린 문제가 아니라 남의 나라 불구경이라 생각했던 그 우리가 바꿀 수 있다.

 

김선일씨를 죽은 일에 우리는 다 공범이다. 제발 그 죄책감에 어줍잖은데 분노를 표출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처럼 가여운 죽음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길,모든 억울하고 비참한 죽음에서 나와 당신이 용서받는 길은 우리가 파병철회하고 그 전쟁에서 손을 떼는 길이다.

이라크인들은 사람이 아닌가? 그들은 생명의 존엄성이 없는가?

그들은 우리의 거창한 도움이 필요없다는데 뭘 가서 자꾸 도와주겠다는 건가?

지금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건 이라크가 아닌 미국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줄까 말까 결정하는 건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왜 무슨 눈치를 보는가?

파병을 해야 어떻게든지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고 미국에게 이쁘게 보여 우리 경제가 더 나아질거라고 믿는다면, 그래서 그 어딘가의 생명은 안타까와도 뭐 어쩌겠냐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너무 순진하거나 당신아이에게 인간이 존엄하다고 가르칠 자격이 없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2004.06.28 東京에서...사야

 

 

아무리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전 그 파병을 위한 세금도 내고 있지 않으며 열받는 국민연금도 내고 있지 않는, 파병집회도 참여할 수 없는, 그리고 또 현실적으로도 콩고물이 떨어지건 당장 악역향이 오건 실제 피부로 느낄수 없는 그런 아웃사이더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더 외롭기도 하구요.

거기다 전 가장 먼저 제 생활이 그 전쟁이라는 지옥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가장 감사할 이기적인 인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제가 언젠가 자식을 낳게 되어 엄마나라는 왜 그랬냐고 물었을때 난 거기에 없었노라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잠은 오지 않습니다.

제가 설사 분노해서 다른 여권을 가지게 된다 한들 제가 한국인이 아닌건 아닐테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잠못이루고 제 속을 토해내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부가 그래도 국민이 일어나 반대하면 못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 평화가 다른이에게도 같은 것이 되기만을 그리고 거기에 내 나라도 한 몫을 하게 되기만을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