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노목과 어린나무. 1962년. 하드보드에 유채. 22×33.5Cm
내 칼럼에 자주 드나드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난 언어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다.
일주일에 일본어를 다섯번 독일어를 두 번 배우는데 일본어는 매일 한시간씩이고 독일어는 두시간반씩 두 번..독일어수업이 있는 화요일과 수요일, 숙제까지 해서 월요일부터 정신이 없다.
그게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는 특별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내가 왜그렇게 언어에 미쳤는지(?) 추측이 난무하기도 한다..
독일에서 알던 분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독일어 학원을 다닌다니 도대체 왜 또 독일어를 배우냐면서 아주 심각한 목소리로 ‚당신 그거 진짜 병이다 어떻하니’ 걱정하시더라.
맞다. 일단 나보다 훨씬 오래산 그 분의 독일어보다 내 독일어가 낫고 나 독일어 절대 못하는거 아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모국어를 쓰고사는 부부도 오해가 생기고 그걸 서로 어떻게 푸느냐 어떤 언어를 골라쓰느냐에 따라 골이 되기도 하고 사랑이 깊어지기도 하는데 하물며 외국어야 더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필리핀에 사는 독일친구는 그 아내랑 영어를 쓰는데 그 아내가 한 말이 있다.
자기 남편이 영어를 아주 잘하는 데도 가끔 어감을 잘 몰라 쓰는 언어가 상처가 된다는 거다.
언어가 형편없는데도 보통 아무 문제없이 아니 문제의식없이 편하게 사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그리고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걸 어떻하냐?
독일어를 한국어만큼 구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나는 늘 가슴이 저린다.
어쩌다 보니 국제결혼을 했구 어쩌다 보니 우리부부공통언어가 독일어가 되었구
내가 이혼을 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내게 가장 중요한 언어는 독일어가 될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살아야할 인생이라면 모국어 비슷하게라도 끌어올리고 싶다.
독일에 살지않아서 그 과정이 더디고 내 자신이 훨씬 힘겹더라도 말이다.
나를 더 발전시키고싶어하는 욕구가 그렇게도 이해하기 어려운걸까?
국제결혼을 한 사람들중에 영어권이랑 한 사람들이 제일 팔자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열심히 해야할 언어가 또 제일 필요한 언어니 얼마나 좋으냐말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선 영어를 쓰고 사는데 막상 영어실력향상은 상상도 못하고 가끔 영어랑 독어가 마구 섞여나오는 나같은 사람은 정말 부럽기 그지없다...^^
나도 편하게 살고 싶고 언어말고도 하고 싶은 일 참 많다.
내 무식함을 좀 보완하고자 한국관계책을 골라봤더니 읽고 싶은 책이 수십권이더라..ㅜㅜ
또 독일어라서 그 책을 읽는게 아니라 언어상관안하고 읽고 싶은 책 마음껏 읽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미술책도 마음놓고 보고싶고 그렇다.
가끔은 시간없다고 라면으로 떼우지않고 근사한 식사를 준비해 먹고 싶기도 하다.
아니 이렇게 언어에 열정을 소진하다 내 인생이 끝나버리는 건 아닌가 겁도 난다.
.
정말 지금 팍팍 늘어 신명나는 일본어를 하다가도 내가 왜 이 시간을 이렇게 허비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답답할때가 있다.
그럼 일본어 안하면 그만아니냐고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사는 아파트나 가는 슈퍼 식당들 영어만 쓰고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언어란게 무엇인가?
언어는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인 동시에 서로 다른 인간들이 가까와 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난 내가 사는 곳의 언어를 익히고 그들을 이해할려고 노력하는게 손님의 최소한의 예의이자 살기좋은 세상만들기의 첫걸음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중국어를 배웠고 지금은 일본어를 배운다.
혹 내 남자가 짤리지 않고 상파울로지점이나 모스크바지점으로 가게된다면 이렇게 질려하면서도 분명히 또 포르투칼어나 러시아어를 배울거다.
언어는 나를 지치게도 하지만 내 삶을 풍성하게도 자유롭게도 한다.
만약 중국어를 배우지 않아서 마유미를 사귈 수 없었다면 중국여행에서 직접 중국인들과 얘기하거나 또 그들의 드라마를 보며 그들을 이해할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중국생활을 그렇게 즐기고 중국을 지금만큼 좋아할 수 있었을까?
물론 일본어는 다른 언어보다 쉽기도 하거니와 그들에 대한 잠재적피해의식이 그들을 내가 직접 알고 싶다는 욕심을 만들어내니 문제다.
독일말로 틀리는 독일어를 깨어진 독일어라고 한다.
그 깨어진 독일어조각이 나를 찔러대서 난 아프다. 가끔은 아주 심하게 아프다.
아프니까 그래 난 진짜 병에 걸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때론 처절하고 때론 끝없이 우울하더라도 자유로와지는 그 날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이게 내 삶의 방식이다.
2004.05.11 東京에서...사야
박수근작품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아직 못 샀네요.
다음에 한국가면 꼭 사와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음악은 해슬라인님칼럼에서 훔쳐왔습니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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