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
이형기
한겨울
심야의 라디오 일기예보는
듣기 전에 이미
가슴이 설렌다.
바람은 북동풍 초속 이십오 미터
심술로 퉁퉁 부은
천이십 밀리바의 저기압을 등에 업고
오호츠크 해로
지금 눈보라를 몰고 간다.
모든 선박의 운항 금지를 명하는
폭풍경보
세상을 온통 꼼짝달싹 못하게
계엄령처럼 숨죽여
놓고
거동이 수상한 캄차카 반도는
공중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저 혼자 미쳐 날뛰는 오호츠크 해
그리고 눈보라를
내 가슴에 가득 채우는 한겨울
심야의 일기예보.
그것은 명왕성 저쪽으로부터
세기말의 감수성한테 보내는
은밀한
스탠바이 신호
지구 폭파의
디데이통보처럼 전율적이다.
거덜나리니
내 기꺼이 거덜나리니
바람아 광풍아 석달
열흘만 불어라!
....................................
남편은 토요일 발리로 떠났고 저는 오늘 홋가이도로 떠납니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각자 여행을 가는 겁니다..^^
하나는 햇볕과 바다를 찾아 하나는 눈과 추위를 찾아간다는 점이 다르려나요?
사실 마음이 좀 심란한데 어쨌든 떠돌아 다니며 잠시 바람 좀 쐬야겠어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2006.02.13. Tokyo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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