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학생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보통 중성의 경향이 강했던 어린시절을 제외하곤 차츰 체육을 싫어하게 되잖는가
거기서도 더 체육을 못하던 나는 고등학교때 체육시간이 너무 끔찍했었는데 그나마 유연한(!) 몸덕분에 무용을 삼십점 만점을 받고 체육은 70점중 겨우 40점을 넘어 '미'라는 당시 내 성적표에선 찾아보긴 힘든 점수를 받아야했다. 정말 무용이라도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만해도 아찔하다..ㅎㅎ
그래도 나름 탁구며 수영이며 테니스며 시도를 해봤지만 재미란 걸 느끼지 못했다.
독일에서는 모든 걸 자전거로 해결을 하니 결혼 후 첫 생일에 시부모님께 선물받은 어마어마하게 좋은 자전거를 일년간이나 묵혀놓기도 했었으니. 그러다 어찌 간신히 배웠다가는 관절이나 부러뜨려서 지금도 왼팔이 장애일 정도니 말 다하지 않았냐.
더블린에 가자마자 싸다고 해서 의욕적으로 시작한 골프는 골프채를 선물받자마자 그만두어 지금도 창고에서 뒹굴고 있고 달리기 한다고 좋은 운동화는 구입해 놓았다 그만두고 상해에서 또 대단한 의욕을 가지고 시작한 테니스! 남편이 말리는바람에..ㅎㅎ 채는 안 사고 남편거 빌려 썼는데 역시 몇 번 레슨받다 펑크만 자주 내곤 포기했다..
홍콩에선 회원이 된 클럽에 딱 한 번 가보고 안갔고 홍콩집에 있던 러닝머신에선 한 번도 뛰어 본적이 없다. 운동을 좋아하는 신랑은 어떻게든지 이 놈의 마누라를 좀 개조시켜볼려고 정말 무진장 애를 썼다.
사람이 어떻게 머리만 쓰고 사느냐고 니 머리는 지금도 충분히 크다고..ㅎㅎ 빌기를 몇 번 결국 동경에 와서 다시 수영레슨을 받았다. 근데 내가 어디가냐고. 그 비싼 레슨을 일주일에 두 번이나 받는데 한 번도 연습은 안하고 레슨시간엔 반은 수다로 채우기를 일년. 딱 하나 건졌다면 그나마 물속에 머리 담그기 싫어하는 내가 물이 좋아졌다는 걸까.
남편이 작년초엔 그래도 지금처럼 정신없진 않았기에 수요일에도 헬스레슨을 받았는데 어느 날 전화가 온거다. 급한 일이 생겨서 도저히 갈 수가 없는데 지금 취소하면 어차피 돈을 내야하니 내가 제발 대신 가달라는 거다. 총맞았냐고 싫다고 하는데도 제발 한 번만 가보고 마음에 안들면 다신 하란 얘기안하겠다고 비는 그에게 화만 버럭 내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돈도 아깝고 에라 그래 한 번을 못가겠냐 이러고 올라간건데 그 날이 내 운명의 날이 되어버린거다..ㅎㅎ(정말 지금도 그 날때문에 신랑에게 무지 고마와하고 있다..^^)
그렇게 울며겨자먹기로 시작한 헬스가 어찌나 재밌는지 그리고 그 후 시작한 달리기는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요즘은 정말 내가 아닌것 같다.
물론 욕심이었던 몸무게는 거의 줄지 않았지만 몸은 많이 변해서 신랑은 요즘 나만 보면 너무 좋아 입이 안다물어진다는 거 아닌가...ㅎㅎ
거기다 자기가 봐도 내가 그렇게 재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하는 게 너무 신기하다는 거다.
지금은 하루를 더 늘려 일주일에 세번을 트레이너와 한시간 레슨을 하고 평소엔 두 세번 뛰는데 그러니까 일주일에 다서여섯번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거다.
특히 트레이너 시간 마지막 십분은 늘 그의 지도아래 달리기를 하는데 몇 일전 시속 12킬로를 사분이나 뛰어냈다. 처음으로 시속 12킬로를 일분간 뛸때 누군가 나를 뒤에서 자꾸 잡아 끄는 거 같아 뒤로 넘어갈까봐 공포스러웠던 걸 생각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이제 시속 10킬로를 뛰는 건 트레이너가 넘 느려보여 민망할 정도라니 말이다.
재밌는건 그러다보니 이제 마누라가 운동해서 넘 행복해가 아니라 내가 신랑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는거다.
지난 수요일 혼자 영화를 보고 들어왔는데 신랑이 넘 행복해하며 자기가 오늘 얼마나 빨리 뛰었는지 알아맞춰보라나. 아니 평일에 왠 달리기? 평소 남편은 시속 11킬로로 달리기를 하는데 내가 그 전날 12킬로로 뛰었다는데 충격을 받고는 주말까지도 못 기다리고 일하다 집에 와서 시속 12킬로로 6킬로를 뛰었다는 거다..ㅎㅎ
그리곤 어찌나 좋아하던지..아니 내 인생에서 그것도 마흔이 되어서 운동으로 남편에게 자극이 될거라곤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러니 삶이 얼마나 재밌냔 말이다.
더 재밌는 건 이 남자인데 자기가 그렇게 이를 악물고 나보다 빨리 뛰어야하는건 만일의 경우 내가 도망을 가면 가서 잡아와야하기 때문이라나?
어제 밥을 먹으면서 그게 말이되느냐고. 내가 자기랑 헤어지게되면 위자료 받아 챙기고 당당히 헤어지거나 만약 도망을 가야할 상황이 생기면 몰래 도망을 가지 누가 보는 앞에서 나 잡아라 하고 도망을 가느냐고 웃었다.
그랬더니 이 남자가 몰래 도망가는 건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고 도망갈려면 실력을 키워서 당당히 자기 앞에서 도망을 가야한다는거다..하하하.
그래서 우리부부는 나는 도망을 가기위해 내 남자는 그 도망가는 나를 잡아오기 위해 앞으로도 죽어라 달리기를 할 계획이다..ㅎㅎ
한술더떠 내가 몸매를 끝내주게 만들어서는 더 멋진 남자를 찾아가겠다고 했더니만 요즘 이 남자는 또 피나는 다이어트중인데 정말 어디가서 이렇게 삶의 자극과 활력을 주는 마누라를 구하겠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너무 완벽한 마누라다..하.하.하
2006.01.28. Tokyo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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