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토정비결과 새해

史野 2006. 1. 4. 20:07

 

 

재미삼아 인터넷에서 토정비결을 보았더니 무진장 안 좋은거다. 그래서 남편것도 보았는데 역시 안 좋다. 처음엔 좀 우울했는데 생각해보니 이년동안 무지 힘들었으니 뭐 그것보다 힘드랴 어차피 바닥이다라는 마음이 들더라...ㅎㅎ

 

어제까지 이 곳은 정초연휴였는데 오전부터 운동간 남편 핸디가 마구 울어대는거다

 

어제는 정말 우리 결혼생활 12년중 기적같은 일이 있었는데 휴일엔 침대옆에 갖다놓은 커피가 식을 때까지 자서 천천히 식으라고 뚜껑달린 머그컵까지 선물받는 나란 사람이 남편보다 먼저 일어나서 운동을 갔다는거다..^^

 

문제는 영국에서 홍콩으로 오는 해저 케이블이 망가졌다나 뭐라나.이 회사는 지금 중요한 걸 하는 중인데 복구하는데 이 삼일 걸린다니 한숨만 푹푹 쉬는 남편. 아니 어떻게 일이 안풀려도 늘 이렇게 안 풀리는건지

 

안그래도 오늘은 일본쪽 감사하는 사람들도 만나야해 그 준비며 직원들 평가서도 써야하는데 그 소식에 열받아서 그냥 침대에  누워버리더라.

 

어쨌든 남편은 올해 동경쪽 일만 맡기로 해서 삼월정도 되면 일이 좀 적어지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정초부터 이러니 어찌 생각대로 될지 모르겠다.

 

어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기도 쉴 필요가 있다는 걸 절감한다며 파트릭처럼 어디 바닷가에 가서 책만 읽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지금 파트릭은 삼주예정으로 책을 열 다섯권이나 싸가지고 발리에 가 있다..ㅎㅎ)

 

그래서 파트릭처럼 혼자? 이러며 처음엔 농담을 시작했는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 보내야겠다는 비장한 마음이 들더라.

 

마누라도 잊고 직장도 잊고 그냥 밥먹고 싶을때 먹고 책 읽고 수영하고 그렇게 일주일 보내고 오면 좋겠다고 그랬는데 문제는 그 시간을 과연 낼 수가 있냐는 거지만 말이다.

 

그래도 올해는 무계획으로 시작했는데 첫 목표다. 남편 일주일 휴가 보내기 프로젝트..ㅎㅎ

 

우리집은 뭔가 거꾸로라 이렇게 마누라가 마음넓게 그래도 제발 가라고 빌거나 협박을 해야한다는 거다.

 

이번 크리스마스전에도 새벽 다섯시에 들어오질 않나 연달아 강행군을 하다가(불독커플하고 마지막 인사하는 날도 우리가 한 시까지 기다렸는데 안 왔다고 썼는지 모르겠다..ㅜㅜ)

 

결국 예정된 18일에 못가겠다고 나혼자 가라고 하는데 그렇게 지친 상태로 사박오일 독일 올거면 제발 비지니스클래스를 타고 오라고 돈보다 중요한건 건강이라고 빌다가 나중엔 약속 안해주면 나도 독일 안간다고 협박했다는 거 아닌가.

 

결론은? 물론 짜증을 내며 이 남자왈 니 생각대로 하는 일에 자기가 간섭하면 너는 자기 말을 따르냐고 절대 안 따르면서 왜 자기에게만 협박을 하느냐고

 

그 상황에서도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어쩌겠냐 앞으로의 내 인생을 위해서라도 알았다고 알아서 하라고 하고 말았다..하하 

 

어쨌든 저 사진의 표정을 내가 참 좋아하는데 올해 저 남자에게 저런 표정을 지을 일이 제발 많았으면 좋겠다.

 

 

아직 아무것도 확실하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 계약기간 만료인 10월말까지 아마 동경에 있게 될거 같다.

 

마음 같아선 그냥 독일로 돌아가고 싶지만 신랑은 머무르길 원하는데다가 이번에 그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온 친구가 가능하면 더 오래 동양에서 머물며 돈을 많이 모으라고 어찌나 강력하게 얘기를 하던지..ㅜㅜ

 

집사고도 편히 살 큰 돈을 어느 세월에 모아 간단 말이냐고???

 

어제도 연말결산을 했더니만 정말 머리털나고 그렇게 많은 돈을 쓴건 처음이던데..

 

물론 작년엔 한국도 세 번이나 다녀왔고 긴 여행도 했고 독일도 또 우리돈까지 내며 다녀온데다가 내 트레이닝비며 가장 중요한 어마어마한 치과치료까지 받았으니 좀 예외적이긴 했지만 말이다.(정말 보험에서 얼마나 돌려줄지 모르겠다. 오늘부터 50프로 이상 돌려달라고 정한수라도 떠놓고 빌어야한다..ㅎㅎ)

 

 

 

작년부터 계획한 프로젝트가 사실 하나 더 있다.

 

남편생일 프로젝트에 탄력받아 생긴 일인데 올해 한국나이로 마흔이 되니 운동을 계속 열심히해서 내 생일쯤 누드사진을 찍을 생각이다..ㅎㅎ

 

내가 이걸 누군가에게 애기했더니 왜 잘나가던 이십대에 안 찍고 다 늙어 찍느냐는 거다. 그래서 마흔에도 아름다울 수 있는 걸 보여줄라고 그런다고 했다.

 

재밌는 건 독일가서 시댁식구들이랑 점심식사를 하다가 이 얘기를 했는데 아버님은 그냥 가만히 계시고(이건 정말 우리 아버님의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다..ㅎㅎ) 어머님이랑 시누이 멋진 생각이라고..

 

거기다 위 얘기도 했더니만 울 시어머님 엄청 공감을 하시며 이십대에 찍으면 어느 누군들 아름답지 않겠냐고 사십의 아름다움이 진짜 아름다움이 아니겠냐시는 거다.

 

역시 그 며느리에 그 시어머니다.^^

 

원래는 찍어서 남편만 보여줄려고 했는데 이러다 시댁에도 보내야하는건 아닌지..ㅎㅎ

 

참 이건 여담인데 선녀님이 우리집에 와서 시어머님이 찍은 사진을 보더니 내가 왜 사진을 잘 찍나했더니 우리 시어머님을 닮아서라는거다.. 누군가 내가 어머님 닮아서 사진을 잘 찍는다더라고 얘기하며 시어머님이랑 나랑 뒤로 넘어가게 웃었다..^^ 

 

 

작년 초 썼듯이 작년에도 뭐 큰 목표같은 건 없었고 나를 괴롭히지 않고 편하게 지내는 거였는데 올해도 비슷하다.

 

어찌될 지 모르고 늘 그냥 그렇게 힘든 상황이라면 그래서 그 상황을 자의건 타의 건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가 올해 내 목표다. 원해서 백수가 된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원하는 일을 하고 살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인가 뭐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 작년보다 한술 더 뜨는 거라 볼 수 있다..ㅎㅎ

 

 

사실 저녁에 남편이 늦게 오면 더 편안할 정도로 난 진작 내 생활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물론 옆에 있는게 더 좋긴 하지만..^^

 

그리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도 마흔인데 우리도 언젠가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좀 사람답게 살아야하니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남편이 버니 열심히 응원을 해야겠다고( 아 물론 절약도 해야겠다고..^^;;)

 

거기다 마누라가 날마다 탱탱해지는데 자극받은 이 남자 다이어트를 선언하곤 저녁을 안먹는단다. 무슨 다이어트 음료 이런걸 헬스클럽에서 사왔다.

 

이게 내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모른다. 정말 그동안 내가 더 힘들었던건 언제올지 모르는 남자의 저녁을 준비해줘야한다는거.

 

그러니까 난 늘 대기조였던거다. 안해도 된다지만 어디 하루종일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다 온 사람을 그럴 수가 있냐. 그러니 지하철 탄다 이런 전화가 오면 스프링처럼 일어나서 저녁 준비. 오는데 걸리는 시간 15분.

 

일단 올해는 거기서 해방이다..ㅎㅎ

 

 

 

거기다 작년 내가 몇 번이나 올렸던 시부모님 전화문제며 맏며느리 어쩌고 시댁문제도 이번에 꽤 많은 해결(?)을 봤다.

 

나 먼저 간데다가 시누이도 와 있었으니 시부모님과 시누이를 앉혀놓고 술주정을 했다. 시어머님께는 자주 했지만 온가족을 모아놓고 한 건 처음.

 

아 진짜 주정이라기보다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가족관계에 대해 일장 연설을 했다...^^;;

 

왜 너희는 크리스마스에 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못하느냐고 가족인데 좀 거절도 당할 수 있는거 아니냐를 시작으로 전화문제며 앞으로 약해지실 부모님 문제 그리고 시누이 상황등등

 

특히 내 남자가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전화 싫어하는 거 알지 않냐고. 그러니까 절대 그런걸로 마음상해 하지 말라는 당부랑,  나도 내 남자랑 싸우기 싫으니까 너희들이 제발 눈치보지 말고 전화하라고..

 

위에 언급했듯이 아버님은 감사하게도 (왜냐 우리 아버님은 우리 신랑과라서..ㅎㅎ) 그냥 듣고만 계시고어머님이랑 시누이랑 많은 부분을 수긍 해줘서 다행이었다.

 

하루는 내 문제로 시누이를 붙들고 술에 취해 생난리도 치고..^^;;

 

이제 앞으로는 시댁에 좋은 일보다 힘든 일이 더 많은 그런 시점인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듯 하여 기분이 좋다.

 

거기다 시누이가 올 여름 시부모님을 어머님이 너무 하고 싶어하시던 북유럽여행을 보내드리자는 제안을 하는거다. 난 노트북이 낫다며 어머님이 받이들이시겠냐 했는데, 절대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안줄려고 내 표현으로 하자면 역시 나처럼 생난리를 치시는 시어머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감동먹었다

 

그러니 그런 생각을 한 시누이가 얼마나 고맙던지..우리는 멀리있으니까 너라도 그런 기특한 생각을 자주해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우리는 무조건 돈을 내겠다고 말하고 왔다. 물론 내 남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말이다..ㅎㅎ

 

이 웃기는 남자는 노트북을 부모님보러 새로 사시라고 하지 하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울 시부모님 정말 돈 많이 없으시고 얼마나 아끼며 사시는데..ㅜㅜ

내가 작년에 울엄마에게 쓴 돈이면 노트북 몇 개를 샀을텐데 그런건 눈살 하나 안 찌푸리면서 왜 자기부모는 다 알아서 사셔야한다고 생각하는 지 정말 신기하다.

 

이 남자는 정말 마누라가 무서운가.아님 우리엄마에게 돈이 많이 들어가서 자기 부모님께 들어가는 돈이라도 아끼려는 건가 .-_-

 

 

어쨌든 올 한 해도 또 이렇게 시작이다

 

물론 생긴게 어디 가겠냐고 독일어를 해야하는데 일본어도 더 해야하는데 집중적으로 파고 싶은 분야도 많은데 어쩌고 머리속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 생각이 많지만

 

작년에 연습도 했으니 올해는 정말 더 편하게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아 볼 생각이다..ㅎㅎ

 

 

 

 

 

 

 

 

2006.01.04. Tokyo에서...사야

 

근데 새해 인사를 벌써 세 번째나 동경에서 하다니 좀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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