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달리기를 시작한게 10월 8일
달리기를 하기로 마음먹고는 그 날 한 시간동안 9킬로를 달렸다. 더블린 살던 두 해째 한 오킬로씩 뛰다가 일 시작한 후 그만두고 처음이니까 거의 6년만에 처음 달리는 거였다.
그 날 오킬로 육킬로 이렇게 외쳐가면서 한 시간을 채우고 났을때 우리부부의 감격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아주 벅찬 그런 것이었다..ㅎㅎ
그 날 저녁은 그때 언급했던 어느 엄청난(?) 식당에 가던 날이었는데 클라이프가 축하한다고 새삼 악수를 청한데 이어 애들이랑 다 건배하고 난리 났었다. 물론 가장 감격적인건 나같이 줄담배를 피우는 애가 어찌되었건 한 시간을 뛰어냈다는 그 사실에 있었다.
그 후 한 시간에 10킬로를 뛰는 걸 목표로 삼고는 연습에 들어갔다. 그때 왔던 남편사촌은 십킬로를 35분인가에 뛰는 괴물(!)인데 그 애왈 천천히 오래뛰는 연습보다는 조금 빠르게 5킬로를 뛰는 게 효과적이라고 충고해줬다.
그 후 일주일에 세번 정도씩 오킬로를 뛰는데 처음엔 삽십사분인가 그랬고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선녀님이 왔던 때 나는 드디어 28분 38초라는 나로선 경의로운 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그 날은 그러니까 십분을 시속 10킬로로 10분을 10.5로 나머지를 11킬로로 뛰었던거다.
그 얘기를 다음 날 자랑스럽게 내 트레이너에게 했다가 경사 2에 시속 11킬로로 8분을 뛰는 지옥경험을 해야했고 난 당신이 싫다고 외치는(싫다고 왜 외치겠는가 사실 난 그 남자애가 좋다..ㅎㅎ) 내게 거보라고 해내지 않았냐고 자기가 다 자랑스럽다고 이 남자는 혼자 흥분을 했었다.
그 다음 날 한국으로 갔다가 돌아온 후 지난 주에는 두 번 십분 정도씩만 트레이닝시간에 뛰고 달리기를 전혀 못했다.
토요일 안되겠다 싶어서 올라가 10.5로 5킬로를 달리는데 이주 넘게 만에 달려서 인지 거짓말 안보태고 정말 죽는 줄 알았다. 18분 정도부터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포기를 하나.
처음 준비운동으로 3분을 10킬로로 뛰었던 거 합해 기록은 그래도 28분 43초. 내 남자랑 또 캡 감격을 하며 어제는 천천히 10킬로를 뛰어봐야겠다는 꿈을 꾸었더랬다.
문제는 토요일에 우리가 불독커플을 초대해서 스파클링와인 한 병에 적포도주 네 병을 비웠다는 건데 뭐 가장 많이 마신 건 당근 나다..
먼저 올라간 신랑도 결국은 10킬로를 포기하고 내려왔고 고민하던 나 역시 어젠 운동을 포기했다.
오늘 일어나보니 세상에 마상에나 몸무게가 2킬로나 늘어있는거다. 아무리 내 몸무게가 나일롱 몸무게라해도 그렇지 어찌나 열이 받던지..
오늘은 아침에 해결해야할 일이 있어서 그거 처리를 한 후 오늘 꼭 십킬로를 달려야겠다고 큰 맘을 먹고는 올라갔다
속도 자체는 부담이 없지만 몸도 그렇고 오랫동안 뛰지 않았는데 과연 한 시간을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해냈다는거다!!!
이 감동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신랑에게 전화를 했는데 회의중이신지 아니 계시고 시어머님께 전화를 할까 했더니 거긴 꼭두새벽이고 그냥 이 기쁜 소식을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과 나눈다..하하
원래 목표가 10킬로였으니 3킬로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근데 5킬로정도 되니까 잠시 나머지 5킬로는 어떻게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맥박을 재어보니 168 그 정도면 별 문제가 없는거다. 7킬로쯤 뛰었을때는 다시 3킬로 밖에 안남았다는 생각에 가뿐했고 제일 힘들었던건 나머지 3분..ㅎㅎ
그렇게 삼십분을 더 뛰었는데도 여전히 맥박수는 168 그리고 삼분 걸은 후 132 아주 좋은 상태다.
달리기를 하다보면 정말 1초도 얼마나 긴 시간인 줄을 절감한다. 일단 일초보다 더 빨리 다리가 움직이니 말이다.
그리고 무조건 달리는 그 순간 한 없이 고독하다. 그래도 머리가 하얘지는 그 경험은 달리지 않는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또 나름 희열이기도하다.
지구력이 강한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두 달도 안걸려 목표달성을 하고 보니 내가 이렇게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기쁘다.
내가 달리기를 하는 건 우리가 독일로 돌아간 후 달리기 좋아하는 신랑이랑 보조를 맞춰 뛸 생각이기 때문이다.
시속 10킬로만 달려도 사실 신랑이랑 뛰는 데 큰 무리는 없지만 지금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가 나를 안 봐줘도 편하게 함께 달릴 수 있겠구나 싶어서 갑자기 내 인생이 아주 만족스럽다.
뭐 그 만족스러움이야 하루도 못 가겠지만 말이다.하.하.하
오늘은 어쨌든 나를 위해서 건배!!!!!
2005.12.05 Tokyo에서 사야
사진은 엄마 나 참피언 먹었어가 아니라 엄마 나 십킬로를 드디어 달렸어 외쳐야 할때 그 내게 아픈 엄마 내 어머니...
칠순 날 점심과 저녁 모임에서.
엄마옆에는 내게 너무나 고마운 분인 이모와 잠시 뒤에서 찬조 출현하신 서 계신 분은 역시나 내게 눈물나게 고마운 셋째 외숙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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